2011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GFC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 기조연설/신경훈 기자 nicerpeter@..
GFC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 기조연설/신경훈 기자 nicerpeter@..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3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2011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를 열었다. 3월 9일 열린 개막식에는 예란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를 비롯해 윌리엄 도널드슨 미국 대통령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그룹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국내외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예란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 윌리엄 도널드슨 미국 대통령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대 교수, 스티븐 시타오 수 중국 EIU 대표 등이 기조연설을 했다.

첫날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의 특별기조연설에서는 “2차 유럽 재정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라는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페르손 전 총리는 “지금 유럽의 문제는 재정 적자가 아니라 부채”라며 “저금리에서 버틸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인플레이션 징조가 보이고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등 작은 국가들보다 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 등 큰 국가들이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페르손 전 총리는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라”라며 “한국 국회가 한·유럽연합(EU) FTA를 조속히 비준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한국과 스웨덴 같은 중간 규모의 경제는 큰 시장을 확보, 공정한 규칙에 따라 경쟁해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시장을 개방하고 적극적으로 경쟁하며 자유무역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둘째 날 열린 컨퍼런스에서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그룹 회장의 “위안화에 투자하라”라는 기조연설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다. 짐 로저스 회장은 ‘격변기 아시아와 신흥시장 투자’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중국의 위안화는 앞으로 20~30년간 상당히 절상될 것”이라며 “위안화는 가장 안전하고 투자할 가치가 있는 통화”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일본 엔화는 지난 20여 년간 달러화에 비해 400% 절상됐다. 중국은 엄청난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거대한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위안화 가치는 점차 절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페르손 전 총리 “위안화에 투자하라”

그는 이어 “중국은 위안화를 지속적으로 천천히 올리겠다고 하는데 이는 실수하는 것”이라며 “작년에 이미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야 했으며 지금 당장이라도 위안화 가치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은 북한과의 통일이 이뤄지면 상황은 더 좋아질 것”이라며 “북한의 천연자원과 값싼 노동력, 그리고 남한의 자본력과 경영능력이 합쳐지면 엄청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동아시아의 경제 통합을 제기해 참석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지금부터 동아시아 단일 통화에 대비해 각국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라며 “단일 통화를 포함해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 통합을 위해서는 한국의 조정자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1990년대 동아시아 역내 무역 규모는 40%에 불과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58%로 늘어났다”라며 “조만간 EU 수준에 다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U의 역내 무역 규모는 65% 수준이다. 그는 이어 “무역과 투자 측면에서 볼 때 동아시아 경제는 이미 통합됐다”라며 “이제부터는 다음 단계인 제도적 통합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중일 3국에 집중돼 있는 경제 논의를 인도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새겨볼만하다. 그는 “언젠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이견이 없다”라며 “그러나 인도가 미국을 넘어 2위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점은 간과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인도의 높은 출산율을 언급했다. “2020~2030년에는 인도 인구가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성장률은 연 4%로 떨어지는 반면 인도는 7~8% 수준을 꾸준히 유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세계경제는 서방의 점차적인 몰락과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부상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가 주도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한국과 일본 중국이 협력해 아시아 단일 통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카키바라 교수 “인도 주목해야”

세계경제 금융 컨퍼런스가 9일 신라호텔에서 개막되었다.  환담

/김병언 기자 misaeon@ 20110309..
세계경제 금융 컨퍼런스가 9일 신라호텔에서 개막되었다. 환담 /김병언 기자 misaeon@ 20110309..
“신흥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주목하라”라는 리처드 던컨 블랙호스애셋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주장도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FRB가 계속해 돈을 찍어내면 신흥 시장의 주가는 올라갈 것이고 돈 찍는 것을 그만두면 주가는 내려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좋지 않은 결말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금과 부동산 등 정부가 찍어낼 수 없는 자산이나 상품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경제 위기의 출발점을 미국에서 찾았다. “신흥국을 포함한 세계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수요에 의존해 왔는데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을 통해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결국 미국 경제의 위기가 세계경제의 위기로 이어진다.” 그는 “미국은 이미 위기에 처했고, 중국도 위기 직전의 상황에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수출은 지난 5년간 10배 늘었고, 중국 경제의 40%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은 6배 증가했고 태국은 7배, 인도 25배, 브라질은 37배나 대중국 수출이 늘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위축이 세계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는 “오는 6월 미국의 양적 완화가 끝날 것인지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적 완화가 끝나면 신흥국의 주식을 포함한 자산 가격은 폭락할 것이며 양적 완화가 지속되면 세계경제의 성장세는 유지되겠지만 상품 가격이 치솟아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금이나 부동산 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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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열띤 토론 ‘갑론을박’

‘규제 강화해야’vs‘시장에 맡겨야’

기조연설이 끝나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3월 10일 오후에 열린 ‘금융시장 안정성’이란 주제의 세션에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이 달아올랐다.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윌리엄 도널드슨 미국 대통령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의 기조연설에 대해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그룹 회장과 패트릭 영 프런티어파이낸시어 대표 등은 “정부가 시장보다 더 잘 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널드슨 위원은 “만약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라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이에 로저스 회장은 “규제 당국이 시장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금융 교육에 대한 견해도 엇갈렸다. 영 대표는 “투자자들에 대한 금융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직접적인 금융 규제를 보조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의 이해도가 높아지면 어느 정도 규제 수준을 낮춰도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파생상품이 나온 지 오래됐지만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어렵다”라며 “금융 교육이 감독 당국의 규제를 대체할 정도가 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