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

[서평] 아름다운 거부 17명의 유쾌한 반란
우선 책을 읽기 전에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이 책은 픽션이다. 타락한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을 개혁하기 위해 멋지게 의기투합하는 17명의 아름다운 슈퍼리치의 활약을 이름만 보고 현실로 믿는다면 혼란의 미로에 빠질 수도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저자다. 1960년대 미국 소비자 운동의 대부이며 ‘소수에서 다수로 권력을 이동시키겠다’며 미국 대통령 선거에 네 번이나 출마했던 바로 그 인물이다. 이제 여든에 가까운 노 시민운동가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자신의 마지막 저서로 소설을 선택한 것이다.

유머와 아이러니, 따뜻한 위트와 열정이 넘치는 긴 이야기는 2005년 9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시작된다. 오마하 자택의 아늑한 방에서 텔레비전 뉴스 속보를 보던 워런 버핏은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버핏은 곧 타결될 예정이던 대기업 인수·합병(M&A) 협상 두 건을 뒤로 미룬 채 의료진과 구호물자를 싣고 뉴올리언스로 직행한다. 버핏의 등장에 감격한 한 할머니가 그의 손을 감싸 쥐고 외쳤다. “슈퍼리치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오!” 이 말은 버핏의 머릿속에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뉴올리언스에서 돌아온 버핏은 미국의 최고 갑부 16명에게 전화를 걸어 하와이 제도 마우이 섬에서 비밀 모임을 개최한다. 안건은 미국 사회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대전환 프로젝트’. 이틀간의 회의에서 의기투합한 17명의 거부는 모임의 존재를 비밀로 한 채 각자의 돈과 조직을 이용해 자신에게 맞는 개혁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마우이 섬의 모임에서 돌아온 테드 터너는 자신이 소유한 CNN에 앵무새가 등장해 ‘일어나! 미국이 무너지게 내버려 둬선 안돼!’라고 외치는 15초짜리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프로그레시브인슈어런스 창립자 피터 루이스는 보험사들의 숨겨진 비밀을 폭로한 전면 광고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었다. 다른 15명의 슈퍼리치도 자신들만의 비밀 작전에 돌입했다.


정주영, 경영을 말하다
[서평] 아름다운 거부 17명의 유쾌한 반란
현대경제연구원 지음/314쪽/현대경제연구원북스/1만5000원

현대경제연구원이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10주기를 맞아 기념 도서를 펴냈다. 정 전 명예회장이 평소 강조했던 경영 철학을 문답식으로 풀어썼다.

일종의 가상 문답집이지만 연구원들의 상상력이 가미돼 지금의 문제에도 큰 울림을 준다. 정 전 명예회장의 경영전략 등을 이론화한 ‘아산 경영노트’ 10편이 중간 중간 들어 있다.

불도저로 묘사되곤 하는 정 전 명예회장이 실제로는 일관성 있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정일 그 후
[서평] 아름다운 거부 17명의 유쾌한 반란
정승욱 지음/298쪽/지상사/1만5000원

김정은의 등장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베일에 싸인 북한 권력 구조의 내부를 들여다봤다. 저자는 향후 북한 체제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에 주목한다.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장성택은 주요 권한을 넘겨받아 국정을 운영해 왔으며 실권을 행사하는 주요 부서를 자기 사람들로 채웠다.

후계자 김정은에게 고모부 장성택은 튼튼한 후견인인 동시에 권력 장악의 최대 걸림돌이다. 김정은 체제가 굳어지기 전 김정일이 사망한다면 권력을 둘러싼 충돌이 불가피하다.


섬 바이킹
[서평] 아름다운 거부 17명의 유쾌한 반란
이윤기 지음/349쪽/자전거생활/1만7000원

자전거는 섬이라는 낭만적인 장소를 여행하는데 가장 어울리는 탈것이다. 자전거로 여행하기 좋은 섬 33곳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서울에서 가까운 서해 앞바다의 섬에서부터 긴장감 흐르는 백령도와 저 멀리 흑산도, 가거도 그리고 제주의 부속 섬들과 일본의 대마도와 오키나와까지….

아름답고 볼거리 많으며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에도 그만인 최고의 섬 33곳을 엄선했다. 라이딩 코스는 물론이고 지도와 그래프, 상세한 여행 정보까지 꼼꼼하게 실어 실제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된다.


경제·경영 베스트셀러(3.3~3.9)

1.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지음/김희정 외 옮김/부키/1만4800원
2. 실행이 답이다/이민규 지음/더난출판/1만4000원
3. 리딩으로 리드하라/이지성 지음/문학동네/1만5000원
4. 디퍼런트/문영미 지음/박세연 옮김/살림Biz/1만5000원
5. 맨큐의 경제학/그레고리 맨큐 지음/김경환 외 지음/교보문고/3만5000원
6.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 지음/노정태 옮김/김영사/1만3000원
7.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
8. 스토리를 팔아라/김창국 지음/21세기북스/1만3000원
9.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티나 실리그 지음/이수경 옮김/엘도라도/1만2000원
10.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박경철 지음/리더스북/1만2000원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