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생생토크
MB 정부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인가. 정부 관계자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분위기는 상당히 무르익고 있다. 더욱이 북한이 최근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물밑 접촉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 쌀 지원과 풍력발전소 건설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북한의 가장 큰 고민은 식량난과 전력난”이라면서 “쌀 지원과 함께 개마고원이나 동해 원산 쪽에 풍력발전소 설치를 꾸준히 제의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언제든지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우리 측에 자꾸 쌀을 달라고 한다면 이 정부 임기 동안 (정상회담을) 안 해도 괜찮다”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어떨까. 정부는 일단 대북 쌀 지원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북한 정권이 (식량난을) 수습할 수 있는데도 방치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노동당이 선전하고 있는 2012년 강성 대국 건설을 앞두고 내년에 김정은 후계 체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식량을 비축하는 중이라고 첩보가 있다”라고 전했다. 그만큼 대북 쌀 지원에 관한 남북 간 이견이 크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2009년 10월 하순 당시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싱가포르에서 비밀 회동을 갖고 정상회담 추진 문제를 논의했으나 북측이 대북 쌀 10만 톤 지원을 요구해 무산된 바 있다.
반면 풍력발전 건설은 MB 정부의 녹색 성장과 정책 방향이 일치하고 비핵화 사업을 촉진할 수 있는 경제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충분히 추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 전문가들은 “풍력발전은 원유나 석탄을 땔 필요가 없어 비용 절감 효과가 크고 공사 기간도 화력·수력발전보다 훨씬 짧아 경제성이 높다”라면서 “남한에서 시설을 만들어 북한 어느 지역에서도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이 외국에 탄소배출권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풍력발전을 원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북한 주민들에게 ‘전기’를 보다 원활하게 제공함으로써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선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풍력발전이 친환경적인 설비인 만큼 탄소배출권 확보에도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北 주민 선전용 ‘풍력발전’도 요구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해 클린턴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 때 풍력·태양열발전 등 재생 가능 에너지 기술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현 정부는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해서는 안 된다”라며 “이와 함께 대가를 주지 않겠다는 것과 성과 없는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남북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면 오는 6월부터 9월 사이가 가장 적기가 될 것”이라면서 “올 하반기로 넘어가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이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고 정치권의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외교가에서 정상회담 6월설과 8월설이 꾸준히 거론이 되는 상황”이라면서 “6월은 6·15 선언이라는 남북 간 상징적 의미가 있고 8월은 8·15 광복절이라는 민족 공통의 명절이 있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준혁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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