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신입 사원들

일본 신입 사원의 첫 출근은 대부분 4월부터다.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 1일부터 사회 전체가 사실상 첫발을 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사 부서는 좀 다르다. 신입 사원의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3월부터 정신없이 바쁘다.

이들에게 올해 최대 이슈는 신입 사원의 조기 이직 방지다. 분위기상 들어오자마자 회사를 그만둘 후보자가 그 어느 해보다 많기 때문이다. 이는 취업 상황이 힘들었던 해일수록 이듬해 이직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에 기인한다. 취업 압박에 휘말려 원하지 않지만 일단 붙고 보자는 동기가 작용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올봄 신입 사원은 대부분 상당한 난관을 통과한 승자다. 취업 빙하기를 넘어 초빙하기란 말까지 나돌았던 살벌한 시기를 극복해 냈기 때문이다. 단적인 수치는 내정 비율이다. 2010년 12월 대학생 취업 내정비율(66.8%)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됐다.

졸업생 10명 중 3명은 백수란 얘기다. 올해 신입 사원들은 이 경쟁률을 뚫었다. 물론 청년 실업이 이보다 높은 한국에선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지만 일본엔 상당한 위기감을 강요하는 압박 수치다. 문제는 이들의 직장 연착륙이다.

실제 벌써부터 신입 사원의 조기 이직·퇴직을 염려하는 분석이 줄을 잇는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3년 이내 평균 이직률도 35%에 달한다. 10명 중 3~4명이 3년 안에 그만둔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7·5·3현상’이란 말도 유행한다.

취업 후 3년 이내 이직률을 학력별로 구분한 것이다. 즉 중졸(70%)·고졸(50%)·대졸(30%)에 따라 이직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학력일수록 이직률이 높다. 또 1년 차 이직률이 그중 가장 높은데, 중졸(48.2%)·고졸(26.2%)·대졸(15.7%)로 나타났다.
[일본] 직장 부적응자 ‘급증’…‘6월병’ 뚜렷
3년 이내 평균 이직률 35%

이유는 다양하다. 노동정책연구와 연수 기구의 자료(청년층의 이직 이유와 직장 정착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전직 때 고민하는 것은 1위가 근무 내용(44.8%)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자신 경력의 장래성(37.6%)이 뒤를 이었다.

만고불변의 불만 사항인 저임금(36.9%)이 3위로 조사됐는데, 이는 다른 유사 조사에선 1위에 오른 경우도 많다. 이 밖에 회사 장래·안정성(27.8%), 인간관계(26.1%), 근로시간(24.4%), 일의 양(19.6%) 등으로 나타났다.

적잖이 약화됐다지만 그래도 종신고용이 건재한 일본에서 회사를 그만둔다는 건 상당한 위험 감수를 뜻한다. 대졸 신입처럼 정규직으로 입사한 후의 중도 퇴사는 더욱 그렇다.

회사로서도 손해다. 담당자 부재에 따른 기회 손실은 물론 잔존 사원 부담 증가, 인사이동 변경 부담 등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추가 인원 보충을 위한 각종 비용까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입사 후 1년 안에 그만두면 채용비용과 연수비용 등을 포함해 금전 손실만 1인당 1000만 엔 정도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입 사원의 연착륙을 돕는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인기다. 상사·부하로 요약되는 직장의 인간관계 트러블을 방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신입 사원을 포함한 젊은 사원의 스트레스 대응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키워 조기 퇴직 확률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길러주자는 차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입 사원을 필두로 하는 직장 부적응자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리크루트가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 240개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신입 사원 부적응 관련 조사(2010년)에서 응답 기업의 44.1%가 직장 부적응이 늘고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아직은 괜찮지만 ‘6월병’이란 증상도 있다. 4월에 첫 출근한 뒤 신입 사원 연수를 받고 직장에 배속된 지 1개월 정도 지난 6월에 자주 발생하는 증후군이다. 본격적인 근무 개시가 6월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6월병으로 불린다.

대개 아침에 구토·복통이 찾아와 지각·결근하는 케이스가 많다. 생활 급변에 따른 일종의 적응 장애란 진단이다. 일시적인 우울함에 빠지면 다행이지만 장기간 계속되면 회사·본인 모두 난감할 수밖에 없다.

원인은 십중팔구 낯선 공간·근무에 따른 스트레스다. 제대로 된 사회적 스킬을 배우지 못한 채 사회에 나왔는데 회사는 오히려 이를 받아줄 여유가 더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때 갈등 구조는 기존 상사와 신입 사원 사이에서 주로 발생한다.

직장인들 6월부터 본격적 근무 시작

구체적인 이유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교육이다. 이른바 ‘유토리(여유)’ 교육의 결과다. 유토리는 경쟁 지양, 개성 존중의 교육철학으로 2002년 공교육에 도입됐다(2010년 공식폐기 발표). 현재의 20대 신입 사원 대부분이 이 교육을 받은 건 물론이다.

기존 교육을 받은 직장 상사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얘기다. 여기에 경제적 풍요와 도시화·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성장 환경도 상사 세대와 구분된다. 최근 신입 사원은 구조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슬럼프 세대 혹은 폐색(閉塞) 세대로도 불린다.

같은 맥락에서 대부분의 일본 회사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글로벌화 전략에도 소극적인 신입 사원이 많다. 연수 지원 서비스 회사 ‘아루’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30대 직장인의 58%가 글로벌 인재가 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외국인과 일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도 10명 중 7명에 달했다. ‘회사인간’으로 불리던 직장 상사가 보기엔 세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직장 내부에서 원활한 후배 양성이 이뤄지면 부적응 문제는 최소화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조차 기능이 약화됐다는 점이다. 일본 특유의 강점인 상사와 직장에 의한 후배 육성 시스템이 업적 압력 증대와 중도 입사자, 비정규직 증가 등 환경 변화에 흡수되면서 소홀하게 운영되고 있다. 반면 신입 사원에 대한 요구 사항은 더 늘어났다.

신입 사원도 할 말은 많다. 직장 상사의 불합리성에 대한 지적이 그렇다. 턱도 없는 이유로 부하를 길들이려는 상사가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파워하라’란 말까지 생겨났을까. 이는 ‘파워(Power)+허래스먼트(Harassment:괴롭힘)’의 약자로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을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일컫는다. 반대로 그만큼 벤치마킹의 직장 상사 이미지도 분명하다. 모범적인 자세로 후배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사라면 부적응 문제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입 사원이 본 바람직한 상사의 이미지는 매년 이와 관련한 산업능률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2010년 남성 직장 상사 1위 이미지는 메이저리그 선수 이치로가 선정됐다. 이상적인 여성 상사 1위는 배우인 아마미 유키가 꼽혔다.

이치로는 태도·자세가 모범적(53.7%)이란 이유가 제일 컸다. 한 치 앞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확실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상사에게 성공 모델을 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성 상사 1위는 적절한 충고·조언을 해줄 것이란 이미지가 반영됐다. 모성애를 기대하듯 여성 상사에게 조언을 구하며 자신의 능력도 높이려는 신입 사원의 욕구가 반영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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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상사와 신입 사원의 눈높이 차이

육식 상사와 초식 신입의 ‘평행선’

닛케이우먼은 최근 분석 기사에서 직장 내부의 상하 갈등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기사에 따르면 신입 사원의 70%가 초식 성향인 반면 기존 상사는 육식 성향이 70%에 달한다. 분석 기관(리크루트매니지먼트솔루션)의 추가 설명을 보면 신입 사원의 가치관·지향점은 크게 4대 부류로 구분된다.

△고집스러운 초식형 △부드러운 초식형 △보수적인 육식형 △급진적인 육식형 등이다. 고집스러운 초식형은 성장을 위한 발전과 꿈을 꾸지 않는 스타일이다. 대단히 현실적이다. 신입 사원의 46%가 이에 해당한다.

부드러운 초식형은 다양한 시각을 선호하고 새로운 만남과 미지의 경험을 원하는 타입이다. 응답자의 20%가 이 부류다. 이 둘의 초식 인간이 전체의 70%에 육박한다. 추구하는 성장 이미지도 다르다. 초식 타입은 전문성 배양을 성공으로 본 반면 육식 타입은 업무 스피드와 정확성 향상 등을 꼽았다.

반면 기존 관리직은 사정이 다르다. 대체로 70% 정도가 육식 인간이다. 육식 인간은 다시 자신의 능력이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믿고 그 목표를 높여가는 급진적 육식형이 42%로 집계됐다.

자신에게 자신 있고 결정한 것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보수적 육식형은 25%였다. 결국 70%에 가까운 직장 상사가 육식 계열이란 얘기다. 상황이 이러니 신입 사원의 대(對)상사 관계엔 장벽이 많다. 상사와의 관계 설정에 만족한다는 신입 사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5%가량은 상사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상황이다.

성별로도 직장인의 추구 유형이 구분된다. 남자 직원은 초식 계열이 60%인 반면 육식 계열은 40%에 그쳤다. 여성은 각각 70%와 30%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젊을수록 상승 지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지만 이번 조사에선 최근의 경기 회복을 반영한 결과인지 승진 욕구가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입사 1년 차 신입 사원은 과반수가 관리직 희망을 품었으며 70% 이상이 장래 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입사 4년 차 사원보다 약 20%, 7년 차 중견 사원보다 약 10% 높은 수치였다.

전영수 게이오대 경제학부 방문교수change4dre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