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디자이너 한우리·한나리

똑같은 얼굴로 똑같은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섬세하며 감성적인, 그러면서도 재기 발랄한 디자인 작품들로 디자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쌍둥이 디자이너 한우리·한나리 씨다.

이들이 지난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한디자인(HANDesign)은 다양한 핸드메이드 제품과 패브릭에 입체감을 준 아트워크 제품 및 패션 아이템, 그래픽 디자인 등을 소개하고 전시·판매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한디자인이라는 이름은 ‘핸드(Hand)메이드’를 상징하는 동시에, 이들 자매의 성을 따서 만들어졌다.

같지만 다르다 vs 다르지만 같다
[같은길 다른길] “함께하면 두 배 결과물 기대할 수 있죠”
“우리 작품의 특징이요? 아트워크에 가까운 핸드메이드 작업으로 감동과 감성에 친근함을 더하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죠.”(한우리) 그래서인지 이들 자매의 작품들은 유난히 이들 자매를 많이 닮았다. 자매 디자이너를 보면 작품이 연상되고 작품을 보면 디자이너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전시회나 디자인 마켓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얘기도 그런 것들이에요. ‘디자이너를 닮은 디자인’이란 평가를 자주 들었죠. 일부러 의도한 게 아닌데 우리만의 감성이 자연스럽게 투영된 결과인 것 같아요.”(한나리)

쌍둥이인 만큼 서로 입 밖으로 굳이 소리 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이 많다. 신중하고 꼼꼼한 언니 우리 씨와 완벽주의자인 나리 씨는 서로가 성격은 다르지만 지향하고 있는 디자인이나 가치관이나 감성이 너무 비슷해 공동 작업을 하는 동반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상대인 셈이다.

이들 자매의 작업 모티브는 ‘결합’과 ‘분리’다.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쌍둥이 자매 스스로를 닮았다. “그래서 디자인도 기존의 디자인을 색다르게 연출하거나 변형을 주어 또 다른 기능을 갖는 형태로 만들어 내는 작업들을 하죠.”(한우리)

이렇게 디자인된 작품들은 가방·브로치·헤어밴드 등의 패션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쿠션, 테이블 매트, 주방 소품 등의 홈&테이블 웨어까지 패브릭 전반에 걸친 제품들이다. 그중에서도 드레스백이나 버튼 브로치는 ‘2010 서울 디자인 마켓’에 소개돼 화제를 모았다.

이지웨어 원피스로 입을 수 있으면서 또한 넉넉하게 가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앞치마 겸용 가방인 ‘드레스백’이나 단추에 패브릭을 덧입혀 패션 패브릭 액세서리로 재탄생시킨 ‘버튼 브로치’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렇듯 독특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작업 방식으로 주목받은 이들 작품은 둘이서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교환하며 만든 결과물들이다. “대부분 많이 물어보는 게 누구의 디자인을 어떤 식으로 분담해 만들어 내느냐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게 없어요. 프로젝트가 정해지면 미세한 부분부터 전체적인 그림에 이르기까지 서로 의견을 나누며 진행할 뿐이죠.”(한우리)

“그래서 우리 작품들은 누구의 디자인이라고 할 수도 없을뿐더러, 사실상 역할을 나누는 게 무의미하죠.”(한나리) 자매가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키운 건 아주 어려서부터다.


한우리 : 1977년생. 성신여대 서양화과 졸업. 홍익대 대학원 의상디자인과 졸업.
한나리 : 1977년생. 경원대 시각디자인과 졸업.
수상 및 참가 경력 : 2007년 중국 차이나컵 국제 패션 초청 콘테스트 아웃스탠딩 어워드 수상. 2009년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 월드디자인 마켓, 2010년 서울 디자인 페어(디자인 한마당) 등 다수의 디자인 페어 및 전시회 참가.

“디자이너이신 부모님 덕분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디자이너가 되길 꿈꿨던 것 같아요.”(한나리) “그림이나 디자인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한 그림일기 덕분이라고 할 수 있죠. 그때의 그림일기는 아직도 남겨둘 정도로 꽤 소중한 추억이에요.(웃음)”(한우리)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봐 어릴 때부터 둘 다 똑같이 미술이나 디자인에 일찌감치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서로 전공이 달랐다. 언니인 우리 씨가 대학에서 서양화를, 대학원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한데 비해 동생 나리 씨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며 그래픽·가구·제품 디자인 등을 배웠다. “관심 분야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전공은 일부러 서로 다른 것을 택했어요.”(한우리)

하나의 전공 분야를 두 사람이 함께 공부하는 것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전공 분야를 공부하는 편이 더 폭넓은 배움의 길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때문이다. “전공을 선택할 때부터 생각했던 거예요. 각자가 배운 것들을 상호 적용하면 언젠가 둘이 함께할 때 훨씬 더, 다양한 여러 디자인 계열을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죠.”(한나리)

각기 다른 전공을 공부한 것은 이들 자매 디자이너의 디자인에 좀 더 많은 가능성과 힘을 부여해 줬다. 공부를 끝내고 각자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을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일하기로 결정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때도 틈틈이 공동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각자 활동하다 보니 시간을 따로 내서 함께 작업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한나리) “함께하면 두 배의 결과물과 두 배의 만족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 또 누구보다 마음이 잘 통하는 서로이기에 별다른 고민 없이 ‘한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거죠.”(한우리)

함께하면서 오히려 다시 시작하는 기분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다는 그녀들이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친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공동 작업에서 의견 차이도 날법하고 트러블도 생길 법하건만 이들 자매는 다르다.

실제로 디자인을 할 때도 각기 다른 전공 분야를 중심으로 서로 많은 토의와 협의를 거치며 작업하는 까닭에 트러블은 거의 없는 편이다. “밤샘 작업도 많고 그 때문에 불규칙한 생활과 식단 등이 염려되긴 하지만 공동 작업으로 말미암은 스트레스나 트러블 혹은 위기의 순간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다행스러운 일이죠.”(한우리)

“게다가 서로 다른 만큼 좀 더 다양한 작업과 색다른 시도가 가능해졌으니 더할 나위 없죠.”(한나리)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닌, 셋도 넷도 무한대도 될 가능성을 가져다준 셈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은 항상 기대와 설렘, 즐거움의 연속이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코리아디자인위크·홈앤테이블데코페어 등 여러 전시회에 참여하고 대중과 평단에 높은 평가를 받고, 눈도장을 찍힌 일도 기쁘지만 그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새로운 디자인의 세계로 접근해 가고 있는 일 자체가 즐겁기 그지없다. 매일 매일이 새로운 작업, 새로운 디자인의 연속인 이들 자매가 요즘 심혈을 쏟고 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가르치는 일’이다.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도전을 향해

“FAD프로젝트(project)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사실 우리가 학생들을 지도한 지도 거의 8년 정도 되거든요.”(한우리)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틈틈이 패션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가르쳐 왔는데, 디자인 작업 못지않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도 또 다른 보람과 의미를 느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어요.”(한나리)

두 사람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돕는 한편 패션이나 액세서리·주얼리·그래픽 등 다양한 디자인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작업실을 개방해 학생들과의 작업 및 다양한 활동을 준비할 계획이다.

그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도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생각이다. 물론 앞으로도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 더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똑같은 얼굴로, 똑같은 꿈을 향해 도전하고, 그런 서로를 가장 든든히 믿어주고 이끌어 주는 상대가 있어 이들의 도전은 늘 희망에 가득 차 있을 수밖에 없다.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