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정부

전·월세난 문제가 가라앉을 줄 모른다. 전·월세난이 이제 슬슬 집값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전셋값이 오르면 집값이 오른다는 세간의 속설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전·월세난이 반년 넘도록 뉴스에 나오는 사례는 드물다.
[김문권의 부동산 나침반] 헤매는 주택정책에 속 터지는 국민
보통 언론은 전·월세난을 한두 차례 지적하고 다른 뉴스로 눈을 돌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전·월세난이 워낙 심각한데다 한국의 임대 시장 틀이 크게 변할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월세 재테크가 맞물려 월세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주택임대차제도인 전세가 월세로 대체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런 흐름을 읽지 못한 걸까. 국토해양부를 포함한 정부의 실력이 원래 이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은 아닐까. 사실 정부의 난맥상은 출범 때부터 나타났다.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몇 년 전 ‘개그콘서트’를 통해 유행했던 말이다. 현 정부의 주택정책이 꼭 이렇다.

실례를 들어보자. 기획재정부는 2008년 9월 1일 ‘회심’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첫 세제 개편이었으니 꽤나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다. 주택과 관련된 안도 포함됐는데 그중 양도소득세 과세 요건이 말썽이었다. 정부는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거주 요건을 2009년 7월부터 수도권 3년, 지방 2년으로 각각 강화하기로 했다.

시장 흐름 못 읽는 정부 부처

발표 전까지는 1가구 1주택자가 양도세 비과세를 받으려면 주택을 산 뒤 3년 이상만 보유하면 됐다(단 서울 과천과 분당·일산·산본·평촌·중동 등 5대 신도시는 2년 이상 거주). 그런데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 주택에 양도세 비과세 조건에 ‘거주 요건’을 넣었다.

정부는 “실수요 목적의 주택에 대한 지원을 통해 국민의 주거 생활 안정을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거주 요건을 강화했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그러자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급기야 정부는 두 달 뒤인 11월 3일 수도권과 지방의 양도세 비과세 거주 요건을 전면 철회했다.

수도권 외곽에서 새 집을 분양받은 뒤 이를 되팔아 서울과 가까운 곳으로 집을 옮기는 서민층의 중·장기적 내 집 마련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등의 비판에 시달리자 아예 없던 일로 해버린 것이다.

당시 국토부는 세제 개편안 논의에 배제돼 책임이 없다고 뒤로 슬그머니 빠졌다. 정말 웃기는 얘기다. 더 웃기는 것은 판교신도시에는 2년 거주 요건이 적용되지 않아 다른 신도시 등과 형평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분양가 상한제도 코미디나 다름없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의 폐해를 여러 번 지적하고 국회를 설득했지만 법 개정이 안 돼 폐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국회에 책임을 미뤘다.

“분양가 상한제는 경제적인 문제라기보다 정치적인 문제가 됐다. 당초 목표였던 분양가를 억제하는 효과보다 주택 공급만 위축시키고 있어 소신을 갖고 국회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추진하겠다.”(정종환 국토부 장관, 2009년 12월 11일)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말만 번지르르할 뿐 아무 성과도 없다. 그야말로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도 마찬가지다. 국토부가 주택정책 주무 부서이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법무부 관할이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국토부만 지켜보고 있다.

“정말 왜 이래 다들 아마추어 같이.”

김문권 편집위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