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롯데’ 이끄는 전문 경영인들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 시절부터 밀착된 참모진 없이 대부분의 구상이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나왔다. 타 그룹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구조조정본부’ 같은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제한적인 반면 계열사 사장들은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2004년 10월 경영관리본부가 정책본부로 바뀌고 신동빈 회장이 정책본부장을 맡은 이후에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식품·유통·호텔·화학 등 비교적 매출이 꾸준한 사업을 주로 하다 보니 전문 경영인의 교체가 거의 없고 안정적인 것도 롯데만의 특징이다.

롯데그룹의 주력 업종인 백화점·할인점·제과·음료 부문 대표를 비롯해 황각규(57·사장) 정책본부 국제실장, 소진세(62·사장) 롯데슈퍼·코리아세븐 대표, 신헌(58·사장) 롯데홈쇼핑 대표, 정범식(64·사장) 호남석유화학 대표, 허수영(61·사장) KP케미칼 대표 등이 그룹의 초창기인 1970년대 입사한 이들이다.
[롯데 3배 성장의 비밀] 70년대 입사한 ‘믿을 맨들’ 주축
한 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함께한다

2007년부터 정책본부 부본부장으로 신 회장을 보좌했던 이인원(65) 부회장은 올해부터 신 회장의 뒤를 이어 본부장을 맡았다. 롯데그룹의 설립 초기인 1973년에 입사해 롯데쇼핑 관리이사, 상품매입본부 전무, 영업총괄본부장 등 백화점 업무의 3대 요직을 거친 그는 1997년 9월 부사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4개월여 만인 1998년 1월 다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당시 그룹 내 가장 젊은 사장(당시 52세), 최단 시일 내 사장 진급 기록을 세웠다.

이것만 봐도 신 총괄회장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웠는지 알 수 있다. 38년이라는 그룹 내 경험을 통해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 계열사에 잘 실행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맡았다.

1976년 롯데쇼핑에 입사한 이철우(69) 롯데백화점 사장은 이인원 부회장과 함께 롯데그룹의 양대 축을 이루는 전문 경영인이다. 이 사장은 1973년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하다가 1976년 롯데쇼핑에 입사했다.

1998년 롯데리아 전무를 맡을 때까지 롯데쇼핑 영업기획 이사, 기획전산 상무, 본점 점장을 맡았고 2003년에는 롯데마트 대표(부사장)를 지낸 뒤 2007년부터 롯데백화점 대표이사(사장)로 일하고 있다. 뛰어난 관리능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백화점 업계 최초로 매출 10조 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판매 때 언론에 자주 모습이 비쳐졌던 노병용(61) 롯데마트 사장은 1979년 롯데쇼핑 숙녀의류부 과장으로 입사한 뒤 기획담당 이사, 잠실점 점장, 수도권판매 본부장을 지냈다.

2004년부터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전무)을 맡은 뒤 2010년 대표이사 사장이 되면서 할인점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2007~2008년 중국·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대형 마트 ‘마크로’를 인수하며 국내 유통 업체로는 처음으로 해외 인수·합병(M&A)을 성공시켰다. 2009년에는 중국 ‘타임스’를 인수해 현재 국내외 총 196개의 점포망을 구축했다.

국내 롯데그룹의 모태가 된 롯데제과(1967년 창립)를 이끌고 있는 김상후(62) 사장 역시 1975년 입사해 36년 동안 국내 과자 시장을 지켜온 산증인이다. 건과영업 이사, 영업본부장을 거친 ‘영업통’으로 2003년 롯데리아 대표이사(전무), 2006년 롯데제과 대표이사(부사장)을 맡았다.

타고난 ‘필드 감각’으로 롯데제과의 효자 상품인 자일리톨휘바(껌), 설레임(빙과), 드림카카오(초콜릿) 등의 상품 개발을 주도하며 제품 개발 능력을 인정받았다.

롯데칠성음료 및 롯데주류BG를 이끌고 있는 이재혁(58) 사장은 1978년 롯데칠성음료 기획조정실에 입사해 기획담당 임원을 거친 ‘기획통’이다. 롯데칠성음료에서 28년간 재직하다가 2006년 롯데리아 대표를 맡은 뒤 2008년에는 정책본부 운영실장으로 일하다가 올 1월부터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BG 대표이사에 올랐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