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지프(Jeep) 랭글러(Wrangler)’와 ‘지프 체로키(Cherockee)/그랜드 체로키’는 개척 정신으로 표현되는 미국 문화의 아이콘(icon)이다. 과거 미국 드라마 ‘맥가이버’의 향수를 기억하는 30~40대 남성들에게 랭글러는 일종의 로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형의 랭글러가 오프로드에 경도돼 ‘세컨드 카’가 아닌 이상 쉽게 선택하기 힘든 반면 그 아우라를 그대로 간직한 그랜드 체로키는 넉넉한 승차 공간으로 가족을 꾸린 중년들이 대안으로 선택할 만하다.

실제 그랜드 체로키의 판매량을 보면 올드 모델은 월간 10대도 팔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12일 뉴 모델의 등장 이후 월평균 45대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며 지프 브랜드의 부활을 보여주고 있다.
[카&라이프] ‘지프(Jeep)’브랜드 부활의 신호탄 될까
뉴 모델 선보인 후 판매량 4~6배 늘어

올 뉴 그랜드 체로키로 오면서 스타일링은 다소 변화를 겪었다. 기존 모델의 헤드램프는 두 개의 원형이 겹쳐진 땅콩 모양으로 좀 웃겨 보이는 면이 있었다. 신 모델은 바깥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사각형 모양으로 강인한 인상을 추구한다.

실내도 다크그레이 폴리우레탄(PU) 재질과 우드트림, 메탈이 적절히 섞여 모던하면서 세련됨을 추구했다. 오프로더라는 콘셉트 때문에 ‘지프’ 브랜드가 그간 인테리어에 소홀한 면이 지적되곤 했는데, 많은 변화를 주는 추세다.

사진으로만 보던 올 뉴 그랜드 체로키를 직접 대하면 20인치 휠과 타이어가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기대했던 것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기존 모델에 비해서도 길이는 72mm, 너비는 73mm 길어졌고, 높이는 16mm 낮아졌다.

높이는 1764mm로 웬만한 여성 키보다 크다. 너비도 1943mm나 돼, 차로에 꽉 찬다. 현대차 쏘나타(1835mm)보다 108mm가 길다. 차로 가운데로 정확히 몰아야 하는데, 시내버스 운전사만큼의 정밀함이 필요할 듯하다.
[카&라이프] ‘지프(Jeep)’브랜드 부활의 신호탄 될까
시트 포지션도 꽤 높다. 전고가 3단계로 조절되지만 가장 낮게 설정하더라도 주차장 발권기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는 차창 아래로 팔을 한참 뻗어야 한다. 주변의 차들을 아래로 굽어보면서 운전해야 한다. 이 정도면 체구가 작은 한국 여성이 몰기에는 좀 무리일 듯하다.

극한의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4와 달리 그랜드 체로키는 다소 거친 느낌이 남아 있다. 그렇다고 과거 국내에서 많이 팔린 구형 코××처럼 소음과 진동이 트럭 수준은 아니다. 최신 차량인 만큼 방음과 진동은 승차감을 거스르지 않을 정도지만, 추구하는 특성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세팅한 것이다.

파워 면에서는 가솔린 3600cc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2190kg의 차체를 움직이는데 힘이 달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다만 추월 가속이나 오르막길에서는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디젤 3000cc가 나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지붕 전면이 연결된 올 글라스 선루프로 뒷좌석의 개방감도 좋다. 전반적인 상품성은 지적할 만한 점이 없지만 국내에서 이식한 내비게이션(지니맵)이나 USB에 음악을 담아 듣는 것은 불편하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