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해외 M&A 시장
지난해 글로벌 인수·합병(M&A)은 신흥 시장의 활발한 거래에 힘입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M&A 정보 서비스 머저마켓(mergermarket)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M&A 규모는 총 1조927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6% 상승했다.이 중 신흥국 기업들의 M&A는 총 5026억 달러로 전체의 약 4분의 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09년 3518억 달러보다 무려 42.9%나 늘어난 규모다. 북미 지역의 M&A가 여전히 전 세계 1위 규모를 차지하고 있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2010년 유럽발 재정 위기 등으로 선진 시장의 M&A가 부진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신흥 시장의 M&A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최대 규모의 M&A도 신흥 시장에서 이뤄졌다. 멕시코 이동통신 업체 아메리카모빌이 281억 달러에 카르소글로벌텔레콤을 인수한 것이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큰 M&A 장이 설 것으로 전망되며 여전히 신흥국발 거래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크레디트 스위스·노무라·소시에떼제네랄·슈로더 등과 같은 대형 은행들은 올해 M&A 규모가 3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를로 칼라브리아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부회장은 “올 상반기 거래 규모가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신흥 시장의 해외 M&A가 (시장에서) 더욱 지배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매니지먼트팀들의 심리가 개선되면서 선진국에서도 해외 M&A 거래가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이 관심을 두고 지켜볼만한 M&A시장을 각 국가별로 살펴본다.
인도
2004년 타타그룹의 대우상용차 인수, 2010년 마힌드라 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도 기업들의 이름이 낯설지 않게 됐다. 인도 기업들은 탄탄한 내수시장을 통해 형성한 풍부한 자본력과 현금 유동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선진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하려는 목적의 M&A에 적극적이란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인도 사회는 영국 식민지 경험으로 자본주의 가치에 빠른 적응력을 보였고 대부분의 비즈니스맨들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스탠더드가 무리 없이 통용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우선 글로벌 제약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연구·개발(R&D)센터를 해외로 이전시키는 가운데, 약 140억 달러에 달하는 제약 시장을 갖고 있는 인도는 매력적인 M&A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외국계 기업들이 12억 인구의 인도 내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인도 기업과 M&A 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공장이 75개 이상 되는 탄탄한 제조 기반에 눈독을 들이는 이들도 많다. 인도 토종 제약 업체들은 외국 기업과의 M&A를 통해 외국 고객 기반 확대, 신기술 획득, 각종 승인 문제 해결의 혜택을 노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매월 1500만 명의 휴대전화 신규 고객이 쏟아지는 인도의 무선통신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외국 통신사들의 M&A도 활발하다. 말레이시아의 티엠인터내셔널Bhd(TM international Bhd)사는 인도의 아이디어셀룰라(Idea Cellular)를 17억700만 달러에 인수했고 중동 최대의 통신회사 에티살랏(Etisalat)과 일본의 NTT도코모는 인도의 스완텔레콤과 타타텔레서비스를 각각 M&A했다.
한편 인도 정부의 강력한 인프라 구축 의지와 예산 투입은 당분간 인도 M&A 시장을 이끌어갈 주요 사안이다. 인도 정부는 늘어나는 인구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만성적 전기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 유전 및 외국 에너지 기업의 M&A가 사모 펀드 형태(약 50%)로 활발하다.
중국
지난 2001년부터 이윤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의 국유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의해 인수되고 있다. 시베이베어링·항저우기어·우한보일러공장·지시탄광기계·하얼빈제일공구공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초기에 중국 정부는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및 다국적기업들에 각종 세금 혜택을 주는 등 해외 자본에 대해 우대 조치를 제공했지만, 최근 2008년 8월 ‘반독점법’ 제정을 통해 외국 자본에 의한 M&A를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중국 토종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고, 중국의 외화보유액이 2조8400억 달러를 넘으면서 더 이상 외국 자본에 기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는 코카콜라의 중국 회원주스 M&A 건에 대해 “중국 주스 음료 시장의 효과적인 경쟁과 주스 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2009년 최종 금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더욱이 철강·공작기기·방직품·시멘트 등 제조업을 넘어 도소매·요식·부동산 등 서비스업 및 농업 분야까지 M&A바람이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
한국의 최대 투자국 중 하나인 베트남은 미국과 유럽 등의 수출 전진 기지로 활용하기 위한 투자와 현지 부동산 개발이 많이 선행됐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은 신흥 유망 시장으로서 전 세계적 투자 열기가 확산되면서 현지 인건비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 높은 이자율 때문에 현지 투자 시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현지 기업과의 M&A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다국적기업들은 성공적인 베트남 시장 진입을 위해 현지 기업과의 M&A를 활용하면서 베트남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M&A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의 M&A 분야를 살펴보면 2009년 기준으로 산업이 전체의 25%를 차지하며 에너지 분야가 17%, 금융 분야가 12%, 소비재가 7% 수준이다. 전년에 비해 에너지 분야는 비중이 10% 확대됐지만 금융 분야는 10% 줄어들었다.
이는 금융 위기 직후 약 190개나 난립하던 금융회사들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인수·합병이 대규모로 진행됐고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화되면서 M&A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베트남 금융시장의 안정화는 내부 잉여 자금을 갖춘 민간 기업들의 동종 혹은 이종 간 M&A를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이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라 외국 기업의 진입이 큰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베트남은 아직까지 시장경제의 기초가 부실한 상황이다. 즉, M&A를 위한 법적 제도와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 외국 기업이 베트남 기업을 인수할 때 다양한 법적 제한 및 소속 해당 지방정부의 승인 제한이 많아 유의해야 한다.
베트남 기업법은 유한책임회사(Limited co.)와 합자회사(Joint stock) 형태만이 인수·합병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하노이와 호찌민 등 지방정부는 외국 기업의 지분율에 대해 각각 다른 승인 기준을 갖고 있다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
일본
우리 기업들이 일본 기업에 출자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제국데이터뱅크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한국에서 출자를 받은 일본 기업 수는 총 384사로 33.7%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들은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공동 출자로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일본 기업의 독자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얻기 위해 M&A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포스코는 신일본제철의 지분 5500억 원어치를 인수했고 두산중공업은 미쓰이조선을 2000억 원에 M&A한 바 있다.
한국 기업의 일본 기업 M&A 건수는 2005년 8건에서 증가세를 보여 2008년 19건을 정점으로 찍었으나 그 이후 주춤하고 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의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2006년 9건에서 2009년에는 23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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