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경영 혁신 현장을 가다_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Business Special] "공기업 해외 진출 모범 사례 만들었죠"
지난 2008년 10월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임인배 사장은 15~17대까지 3선을 지낸 중견 정치인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12년간 중앙 정치 무대에서 활약한 그는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에너지가 넘친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정치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했지만 그의 활약은 멈추지 않은 듯하다. 600억 원이 넘는 만성 적자 공기업을 1년 만에 흑자 회사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임 사장은 “낯설고 불안한 자리였지만 막상 사장에 취임한 후 정치와는 또 다른 경영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경영인으로 변신해 2년여 동안 일했습니다. 소감은 어떻습니까.

처음 공사 사장 자리를 제안 받았을 때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치보다 경영이 편한 것 같습니다.

일반인들이 볼 때 정치인들이 매일 놀고먹는 것 같아도 지역구 활동, 의정 활동, 각종 모임 등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냅니다. 휴일에도 쉬지 못할 때가 태반이죠. 초선까지는 몰라도 3선 이상의 중견으로 성장하려면 지역구 활동이 필수죠. 금요일에는 무조건 내려가야 했으니까요.

CEO로 변신한 후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공기업이다 보니 민간 기업에 비해 경영 활동에 법률적 제한이 많더군요. 모든 것이 규정과 규칙에 얽매여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도 나태해져 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부임해 가장 중점을 둔 혁신 과제는 허위 검사 등 부실 검사 추방이었습니다.

고객의 신뢰를 먹고 사는 검사 검증 기관이기 때문에 사소한 부실이 궁극적으로 공사 경영에 엄청나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투명 경영, 윤리 경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직원들도 열심히 따라주어 수백, 수천 건에 이르던 허위 검사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대기업 등과 MOU를 체결해 1년에 400억 원이 넘는 수익원을 확보하는 등 흔치 않은 흑자 공기업을 만든 것도 보람이죠.

공기업으로선 드물게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안전 진단 등을 모두 합쳐 34개국에 진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기 안전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입니다. 국내에선 공사의 특성상 경쟁 상대가 없으니 해외에 우리 기술을 수출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우선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 진출할 때 안전 진단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두 번째로 우리의 안전 진단 기술을 수출하자고 생각했죠. 얼마 전에도 필리핀 국영 전력사 교육을 맡았는데, 필리핀에서도 감사의 뜻을 전하더군요.

모든 공기업이 글로벌화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2010년 200억 원 흑자를 냈는데 앞으로 2~3년 후면 1000억 원도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구체적인 해외 사업 확대 계획이 궁금합니다.

필리핀·카타르·두바이 등 발전 전망이 밝은 개발도상국 정부와의 MOU를 통해 전기 안전 기술 수출에 매진할 것입니다. 더욱이 공사 창립 36년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지사(현지 사무소)를 두바이에 개설할 계획입니다. 전기 안전 정밀 진단, 현지 교육 사업 확대 등 사업 다각화에 주력해 수입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경영 철학이나 스타일은 어떠신지요.

정치를 할 때도 그랬지만 리더는 성실함이 기본입니다. 여기에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는 편입니다. 주위에서 불도저 같다는 평을 듣는 이유겠지요. 직원들이나 처장들에게는 최대한 잔소리를 하지 않고 자율권을 보장해 주는 편입니다.

회의의 횟수와 시간도 최대한 줄이고 부처 스스로 일을 처리하도록 재량권을 많이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드러난 성과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응했죠. 공사 역사 37년간 허위 검사가 사라지지 않았는데, 취임 후 비위 인사에 대한 단호한 인사를 통해 비로소 근절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자율과 책임을 함께 강조하는 것이 제 경영 철학입니다.

2011년에 집중하실 경영 계획은 무엇입니까.

올 10월에 임기가 끝날 때까지 흑자를 내는 게 당면한 목표죠. 사실 2013년까지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했는데 너무 빨리 달성해 고민이네요.(웃음) 철저한 직원 교육 등을 통해 허위 검사·점검 ‘제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게을리 해선 안 될 겁니다. 이 밖에 대기업과의 MOU 체결 및 해외 진출 확대를 통한 수익 증대가 두 번째 목표입니다.

[Business Special] "공기업 해외 진출 모범 사례 만들었죠"
전북 혁신도시 이전은 어떻게 진행 중입니까.

지난해 12월 완주군에 5만2000㎡ 규모의 부지 매입을 완료했습니다. 연초 청사 설계 공모를 진행하고 상반기 실시 설계를 거쳐 하반기에는 공사에 착공할 계획입니다.

2012년 말 즈음에 혁신도시 이전을 완료할 계획인데, 현재의 수익 구조가 무리 없이 유지되고 목표가 달성되면 외부 차입 없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직원들의 이주도 문제인데, 이를 위해 호남고속철도가 하루빨리 개통돼야 합니다.

정치와 경영을 두루 경험하셨는데, 두 분야를 비교해 보신다면요.

정치와 경영을 굳이 비교하라면 저는 경영이 더 쉽다고 느껴지네요. 정치는 당내·지역·여야·좌우 이념 대립 등 골치 아픈 문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영은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면 성과를 낼 수 있더군요.

성과 자체도 눈에 보이게 계량화할 수 있고요. 정치인이나 공기업 CEO는 서민과 맞닿은 곳에서 일하며 국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같다고 봅니다. 현실화하는 과정은 다르지만 이상은 같은 것이죠.

앞으로 개인적인 계획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평생의 생활신조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입니다. 평소 수신제가하고 때를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서 임기를 마칠 때가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공익을 최우선하는 공기업의 사명을 지키면서도 세계 최고의 전기 안전 전문 기업이란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전 직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나갈 생각입니다. 현재에 충실하면 좋은 길이 열리게 마련 아닐까요.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어차피 정계에 복귀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얼마 전 여야 간 날치기로 이뤄진 국회예산안 통과 장면을 TV로 보았는데 한 발 멀리서 보니 참 부끄러웠습니다. 대화와 타협, 토론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총투표에 붙이는 ‘기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