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크리얼즈 김재현 대표

‘모바일과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럴 때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인터넷 업계에서 일하면서 이런 고민을 해 온 4명의 젊은이가 있었다. 이들은 NHN과 다음이라는 국내의 성공한 인터넷 기업에서 일하면서도 다가오는 변화에서 자신들이 주역이 되고 싶어 했다. 그들이 뭉쳐 지난해 초 회사를 차렸다.

이들이 만든 회사 씽크리얼즈는 모바일 소셜 커머스 사업을 하는 업체다. 지난해 봄부터 난립하기 시작한 소셜 커머스 사이트들을 한데 모아 포털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쿠폰모아로 돌풍을 일으켰다.

너무 많아 일일이 찾아보기도 힘든 소셜 커머스 사이트들을 정리해 보여준다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매달 두 배씩 성장하는 소셜 커머스 시장에서 씽크리얼즈는 수십만 명의 사용자들을 끌어 모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0대 초반 네 사람의 ‘도원결의’

[한국의 스타트업] 소셜 커머스 사이트 ‘모아 모아’
씽크리얼즈를 차린 사람들은 30대 초반 엇비슷한 나이인 4명의 남자들이다. 김재현·전태연·김현학·김태년. 이 중 김재현 대표와 전태연 이사, 김현학 이사 세 사람은 숭실대 전산학과 대학원에서 만났다.

2004년의 일이다. 그 뒤로 계속 같이 일하고 고민하고 창업까지 하게 됐으니 햇수로 7년째 이어지는 관계다. 이 시리즈에서 과거 소개했었던 레블릭스나 티켓몬스터처럼 오래 알고 지내 죽이 맞는 남자들이 의기투합해 차린 스타트업이 씽크리얼즈다.

학부 학번으로는 김재현 대표가 98학번, 전 이사가 99학번, 김 이사가 00학번이지만 세 사람은 마음이 맞아 친구처럼 지내게 됐다고 한다. 사람의 인연은 묘한 일이다. 2006년 NHN에 입사한 전 이사는 김 대표를 추천해 회사로 끌어왔고 김 대표는 김현학 이사를 2008년 회사로 끌어왔다. 세 사람은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NHN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김 대표는 계속 창업을 고민해 왔다. 그래서 2008년에 김 대표는 오픈업이라는 창업 모임에 자주 얼굴을 비쳤다고 한다. “거기 오시는 분들은 전부 스타트업 사장님들이었는데 저만 혼자 NHN 검색개발팀 대리였죠. 좀 어색하긴 했습니다. 하하.” 거기에서 그는 다행히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일하면서 창업에 관심이 있었던 김태년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지난해 초 김재현·김현학·전태연 세 사람이 회사를 차리고 서비스가 시작된 뒤에도 김 대표는 자신들의 약점을 채워줄 사람에 대한 갈증이 계속됐다. 창업자 3명이 모두 개발자라는 점 때문이었다.

“셋 모두 개발자였기 때문에 경영이나 기획 쪽에서 약점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래서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때 김 대표에게 떠오른 사람이 김태년 이사였다. 김태년 이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공학을 전공했고 뮤직소프트를 거쳐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일하고 있었다. 김태년 이사를 영입, 4명이 된 그들은 비로소 진용을 갖췄다.

이들의 만남이 유비·관우·장비 3명의 의형제가 제갈량을 만난 격이 될 수 있을까. 이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다. 그들의 만남과 관련된 대화를 하던 중 전 이사가 김 대표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가 인복은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하하.”

씽크리얼즈는 처음부터 모바일을 노렸다. 포켓스타일과 쿠폰모아는 모두 모바일에서의 소셜 커머스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서비스다. 씽크리얼즈는 처음부터 자신들의 쇼핑 사이트를 구축하기보다 기존의 쇼핑몰이나 소셜 커머스 업체들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한데 모아 소비자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포켓스타일은 그중에서도 쇼핑에 주력했다. 여성들의 심리를 공략하는 한편 모바일에서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보세 쇼핑몰의 욕구가 맞아떨어졌다. 때마침 아이폰과 갤럭시가 국내에서 경쟁하며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한 것도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콘텐츠는 좋은데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쇼핑몰들이 많은 것을 보고 여기에 기회가 있겠다 싶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포켓스타일은 앱스토어에서 10만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매일 2만 명 이상씩 방문하는 인기 앱이다. 이를 업그레이드한 포켓스타일2를 지난해 8월 선보일 때쯤 이들은 지금 한창 뜨고 있는 다양한 소셜 커머스 서비스를 한데 모아 보여주는 쿠폰모아를 론칭했다.

쿠폰모아는 포켓스타일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1주일 만에 만든 서비스였지만 의외로 포켓스타일보다 더 인기를 끌었다. 매일 12만 명씩 이 앱을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안드로이드와 웹 버전이 출시되면서 쿠폰모아 방문자는 최초 출시 후 매달 110%씩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쿠폰모아나 포켓스타일 모두 입점 비용을 따로 받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포켓스타일의 수익 모델은 1주일에 한두 차례 실시하는 ‘반짝쿠폰’이 전부다. 소셜 커머스 요소를 도입하는 한편 참여자들이 많을수록 세일 폭이 커지도록 조정했다.

이 방식은 기존의 소셜 커머스 서비스가 제공하는 고정된 할인 방식과 다르다. 할인율이 0%부터 시작된다. 사용자들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내면 할인율이 실시간으로 높아진다.

소비자가 SNS 활동을 열심히 할수록 자신의 할인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참여의 동기가 높아지는 셈이다. 달성된 할인율로 쿠폰의 판매 가격을 결정하고 단 하루 동안 포켓스타일을 통해 판매해 마음에 드는 의류를 친구와 함께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할인율을 소비자들이 정한다
[한국의 스타트업] 소셜 커머스 사이트 ‘모아 모아’
포켓스타일을 이용할 수 있는 모든 환경(아이폰·안드로이드·PC·모바일웹)에서 결제가 지원된다는 것도 큰 특징이다. 스마트폰에서 원하는 쇼핑 정보를 검색하고 구매 및 결제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 중에 쇼핑 정보를 놓치거나 결제하지 못할까봐 염려할 필요도 없다.

김 대표는 “SNS를 이용한 할인율 실시간 증가 방식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결합한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라며 “포켓스타일 반짝쿠폰을 통해 이용자들은 할인 가격 결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함과 동시에 최고 할인 가격을 달성하기 위해 지인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켓스타일의 이런 방식은 온라인 의류 쇼핑몰 사업자들에게도 득이 된다. SNS를 통해 입소문을 낼수록 쇼핑몰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구매력 있는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켓스타일 반짝쿠폰을 통해 소셜 커머스 서비스에 참여하는 폴샵(대표 변남옥)의 박진규 실장은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대형 포털 외에는 마케팅을 전개할만한 다른 방법이 없었지만,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새로운 고객 접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 이사는 소셜 커머스에서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고 보고 있다. 소셜 요소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소셜이 도입될 때 수익 모델이 자리 잡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소셜 커머스가 가격 파괴를 앞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가격 결정 방식을 파괴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가격 결정 방식이 파괴됐지만 그 와중에 아직 진정한 소셜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죠.”

씽크리얼즈는 이를 어떻게 구현할까. 씽크리얼즈는 자신들이 준비한 ‘진정한 소셜 커머스’를 올해 1월쯤 선보일 예정이다. 위치 기반 정보 시스템(LBS)을 도입해 기존 소셜 커머스와 차별화할 예정이다. 씽크리얼즈가 준비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기존 포켓스타일이나 쿠폰모아와 연결돼 끊김 없는 소셜 커머스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소셜 커머스 서비스들은 모바일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모바일을 좀더 활용하면 기존 PC 기반의 웹에 갇힌 소셜 개념이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임원기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