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띠 4인 2011 ‘희망 대한민국을 말하다’

지난해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른 후 세계경제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고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국가적 위상도 업그레이드됐다. 달라진 국격(國格)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우리에게 남은 숙제는 무엇일까.

신묘년(辛卯年) 새해, 희망 대한민국을 바라며 10대 초등학생에서부터 40대 기업인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토끼띠 4인이 뭉쳤다. 우리나라의 경제·정치·사회·문화·외교 등 각 분야에 대한 토끼띠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설계하느라 바쁜 연말연시. 토끼띠 4명을 기다리는 마음은 사실 초조했다. 약속 시간은 오후 2시. 하지만 누구 하나라도 늦으면 어쩔까 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제일 먼저 도착한 주인공은 초등학생인 고현조 양. 이내 도착한 3명의 토끼띠들도 ‘같은 띠’라는 공통분모 덕분인지 이내 마음을 열고 희망 대한민국 이야기에 동참했다.
[신년 좌담회] “창조적 변화 선도하는 나라 됐으면”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느꼈을 때는 언제였나요.

고현조 지구상에 200여 개의 나라가 있는데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20개국이 모이는 중요한 회의를 우리나라에서 치렀다는 것이 정말 대단해요. 또 전쟁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강의 기적이란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룩한 것도 자랑스러워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처럼 훌륭한 한국인이 많은 것도, 반도체 정보기술(IT) 산업의 강국이라는 점도 대단해요. 최근 한글이 더욱 유명해진 것도 신기하고요. 동남아로 여행을 갔을 때 영어를 잘 못해 한국어로 도움을 구했는데, 그 말을 알아듣고는 바로 설명해 주더라고요.(웃음) 괌에 갔을 때도 한국어를 알아듣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신년 좌담회] “창조적 변화 선도하는 나라 됐으면”
이희대
유럽 국가에서도 많은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다고 들었어요. 그 국가를 알아야, 널리 알려져야 그 나라 문화에 관심을 갖는데,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 같습니다.

더욱이 6·25전쟁 때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뀌면서 이런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고 세계 각국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은 나라라고 말하고 있어요. 프랑스를 대표하는 말이 ‘예술’이고, 스페인이 ‘열정’이라면 한국은 ‘기적-미러클’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어요.

불과 십 수십 년 만에 국민소득도 크게 늘었고, 외국에서 기술을 배워오던 우리가 지금은 역수출 하는 기술 분야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거든요.

민경세 1990년대를 넘어서며 브랜드 가치와 그 영향력이 너무나 중요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기업, 우리 브랜드가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어요.

뉴욕 한복판에서의 기업 광고나 외국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우리의 전자 제품을 보면 ‘한국이 만든 고유한 브랜드가 세계에 나가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낍니다.

물론 정치·경제·사회·문화 여러 부문에서 보면 아직도 브랜드 가치 면에서 낮은 것도 있지만 김연아 선수처럼 스포츠 분야에서의 뛰어난 리더들이 한국의 파워와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는 엄청나다고 봅니다.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인이 많을수록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서영아 저는 스포츠 강국의 모습을 보였을 때 가장 크게 와 닿았어요. 여자 축구 선수들의 우승이나 김연아 선수의 성공을 보면서 말이죠. 국가적 차원에서 스포츠 분야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고 국민들에게 외면 받은 부분도 있었잖아요. 외국에서도 어떻게 한국에서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나왔을까 하고 생각할 것 같아요.(웃음)

지난해를 돌아볼 때 G20 정상회의 개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생각들이 들었나요.

[신년 좌담회] “창조적 변화 선도하는 나라 됐으면”
고현조
우리나라가 다른 신흥국들을 제치고 의장국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꼈어요. 더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우리나라의 제품들이 수출될 때 제값을 받고 또한 제대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고 관광 수입도 늘어날 테니까 저도 기분이 좋아요.

이희대 처음에는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실감하지 못했어요. 서울시 곳곳에 홍보 물결을 보면서 의장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지만 너무 추상적으로 홍보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했어요. 88올림픽 때는 외국 관광객이라도 찾아와 눈에 보이는 효과가 있었잖아요. G20 의장국이 된 것이 우리 국민들에게 무슨 혜택이 있을지 보다 구체적으로 홍보했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민경세 무사히 성공적으로 치르며 국제적으로 우리의 위상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G20과 관련해 적극적인 홍보나 캠페인도 중요하지만 각국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치열한 경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 그런 틈바구니에서 무엇을 취할 것인가는 고민해 봐야 하는 부분인 듯합니다. 향후에 비슷한 일이 있을 땐 이슈가 무엇이고 끝난 후에 무엇이 좋아질지, 파생되는 효과가 무엇인지 국민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서영아 경제적인 사안을 논의했던 자리였기 때문에 단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설득력 있게 국민들과 더 소통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회의 이후 경제인만 좋아질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말이에요.(웃음)

그렇다면 2011년 더욱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가와 국민이 해야 숙제는 무엇일까요.

민경세 공정사회가 되기 위해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부나 국민이 서로 마음을 닫고 귀를 막고 듣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단절이 아닌 열린 소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로가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어우러져 가는 사회 문화가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흘러가야 하지 않을까요. 과거의 강압적이고 획일적인 리더십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사회적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절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때입니다. 조직을 보더라도 과거에는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들이 끌고 가야 한다고 인식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면 따라오지 않습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같이 만들어 가는 조직이 대세잖습니까.

[신년 좌담회] “창조적 변화 선도하는 나라 됐으면”
서영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교육감 선거 투표를 했는데, ‘자녀도 없는데 왜 투표하느냐. 오버하는 것 아니냐’라는 사람들의 반응에 깜짝 놀랐던 적이 있어요.

제 작은 참여가 10년 20년 후 미래의 한국을 만들어 갈 것 아닐까요. 선거에 참여한다거나 비정부기구(NGO) 단체를 후원하는 것 등 작은 노력들이 힘을 만들어 내고 우리나라를 변화시킨다면 국가의 위상도 달라질 것 같아요.

이희대 지난 선거 때 20대의 정치 참여가 늘었다고 보도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아요. 20대의 젊은 세대는 지역감정이나 큰 갈등은 없지만 조금 더 사회참여에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고 윗세대들은 비생산적인 감정들을 청산했으면 좋겠어요.

또 공정사회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불신이 만연한 사회가 아니라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능력 위주의 사회이지만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균등이 이뤄지는 것, 현재를 넘어 더 좋은 결과를 꿈꿀 수 있는 희망적인 대한민국을 기대해요. 그래서 학연·지연·혈연 같은 조건을 떠나 좀더 다양한 측면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고현조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먼저라고 봅니다. 쓰레기를 줍는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하겠지만, 저부터 근검절약, 에너지 절약을 열심히 할 거예요. 국가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같은 경제 위기가 다시 오지 않도록 힘쓰면서 과학 기술 개발과 우수 인재 지원도 적극적으로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고령화사회이기 때문에 노인 복지에도 신경 썼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정의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고 마음 상하지 않도록 잘 감싸줬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수시로 바뀌는 교육제도가 안정됐으면 좋겠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외교 정책에서 보완할 부분은 없을까요.

고현조 독도 논란이 빠질 수 없을 것 같아요. 일본이 우기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외교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북한과도 우호 관계를 맺어 정치를 잘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고요. 통일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이희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을 보면 정말 치밀한 것 같습니다. 외교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국익을 위해 나라를 대표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독도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가수 김장훈 씨처럼 민간 외교관들도 열심히 하고 있지 않습니까.

다른 나라를 보면 원하는 게 100%라면 130%까지 요구하고 져주는 척하면서 100% 다 가져가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도 그런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민경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더 이득을 얻어내려고 끈질기게 협상하고 상대방을 설득하죠. 대외적 외교 활동에서도 그런 모습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상대의 처지를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쉽게 수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한국인이 근성이 있는데, 외교에서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나 할까요.(웃음)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나 여러 부문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쉽게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좀더 보고 싶습니다.

서영아 정책이나 행정 업무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외교다운 외교가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국민들이 외교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나라가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봐요.

10년 후인 2020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한번 예상해 볼까요.

[신년 좌담회] “창조적 변화 선도하는 나라 됐으면”
민경세
양적 성장이 계속적으로 이뤄져 온 만큼 2020년에는 질적으로 국민 의식과 감성도 함께 성장해 균형성장을 이뤘으면 합니다. 나라 위상이 높아진 것처럼 우리의 삶도 더욱 따뜻해졌으면 하고, 미래에는 통일은 아니더라도 북한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고현조 지금도 많이 발전하고 있지만 첨단 기술, 과학 등이 더 발전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국이 될 것 같아요. 더욱이 녹색 성장에 관심을 두면서 우리나라는 친환경 사업이 잘 발달돼 있잖아요.

기후변화가 심하고 자연이 파괴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성공해 깨끗하고 좋은 나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 살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요. 그리고 우수한 인재가 많아 아주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

이희대 이제는 제5의 물결, 창조와 공감이 주요한 테마인 시대 같아요. 하나로는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기 때문에 컨버전스, 즉 융합이 중요해졌다고 봅니다. 유비쿼터스도 빼놓을 수 없겠죠. 인재 중심의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전문가들이 나와 창조적인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영아 나이가 많아도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장년층이나 노년층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일들이 많아지거나, 그런 사람들이 일하는 게 아주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모습을 상상해 봤어요.

다들 토끼띠인데 신묘년 소원을 들어볼까요.

민경세 정치·경제·사회·문화 두루두루 안정적으로 국민들이 평안한 삶을 영유했으면 합니다. 첨예한 대립, 극명하게 갈리는 것 없이 자기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했으면 좋겠고요. 요즘 전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모럴’이랄까요, 정신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쉽거든요.

고현조 학생이니까 공부를 잘하고 싶고요.(웃음) 외교관·물리학자·수학자·검사…. 아직까진 해 보고 싶은 일이 많아요. 이제 6학년인데, 중학교를 가는 게 조금 걱정이에요. ‘카르페디엠’이란 말처럼 현재에 최선을 다해 긍정적으로 살고 싶어요.

이희대 대학원에서 에너지 공학과 관련해 해수 담수화나 환경 플랜트를 공부하고 녹색 산업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어제의 나보다 발전하려고 노력하자’가 좌우명이에요.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죠.

서영아 기혼자로서 무엇보다 올해는 토끼 같은 아기를 낳고 싶어요. 우리처럼 아기가 잘 생기지 않는 부부 모두에게 토끼 같은 아이가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정리=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