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진의 남성 upgrade_32

한국인의 기대 수명이 드디어 80세를 넘어섰다. 통계청이 2009년 발표한 ‘2008년 생명표’에 따르면 2008년 남녀 전체 출생아의 기대 수명은 80.1년으로 남성은 76.5세, 여성은 83.3세를 살게 된다는 뜻이다. 과거 60년 전보다 우리의 평균 기대 수명은 무려 30세 이상이 늘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기대 수명이 평균 100세를 넘어서는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메디컬 칼럼] 친구 같은 비뇨기과 의사를 사귀어라
최근에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즉 건강 수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건강 수명은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활동하면서 건강을 유지한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선진국에서는 평균수명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100세의 남성들이 100명이라면 100세의 여성들은 162명에 이른다. 인도에서는 남성 100명 대 여성 150, 독일에서는 남성 100명 대 여성 120명에 이른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오래 사는 일은 없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은 매우 다양해 보이지만 남녀 간에 대별되는 사고방식과 몸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첫 번째로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자신들의 몸에 신경을 훨씬 덜 쓴다. 음식 섭취에 있어서도 여성들에 비해 무절제하다.

의사에게 미리 검진을 받는 일도 드물다. 여성들은 이미 청소년 시절부터 단골 산부인과 의사를 가지는 반면, 남성들은 대부분 그런 ‘단골 남성 의사’ 없이 살아간다.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 때문에 의사의 지속적인 보살핌을 받지만, 남성들은 그렇지 않다.

남성들은 늙는다는 것에서도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여성들은 늦어도 생리가 중단되면 노화를 의식하게 되는 반면, 남성에게는 그런 의식을 명확하게 해 주는 확실한 계기가 없다. 의사의 지속적인 보살핌이 남성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60세 되어서야 비뇨기과 찾는 게 현실

60세가 되어서야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우리 남성들의 형편이다. 소변 배출이 힘들거나, 발기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등의 이미 병이 아주 커졌을 때다. 남성은 태어나면서 ‘사내다움’의 이름으로 규정짓는 전형적인 태도를 익히게 되는데, ‘남성은 울어서는 안 된다’,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남성들은 친구들끼리도 건강 상태에 대해 말하는 일이 여성들보다 수월하지 않다. 사실 이러한 남성의 의식구조가 남성의 건강 수명을 여성보다 처지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선천적으로 더 적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유전자의 수가 더 많으면 신체 내의 효과적인 유전자 물질의 복구를 위해 더 많은 유전자들을 사용할 수 있다. 모든 중요한 유전자 정보는 X염색체에 존재한다.

따라서 남성에게서 X염색체가 손상되면 대체할 만한 같은 X염색체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결과는 치명적이다. 기형이나 혈우병 같은 유전병은 남성이 더 많고, 심각한 정신병 비율은 여성보다 남성이 무려 3배 높다. 이와 같이 남성은 오히려 여성보다 더 관리를 받아야 하는 구조적인 취약점이 있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남성들은 여성처럼 몸이 아프면 강한척하지 말고 엄살을 부려야 한다. 40대 중반부터는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몸의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더욱이 남성을 위한 전립선 클리닉과 남성 의학 클리닉이 개설돼 있기 때문에 비뇨기과 질환에 관련된 접근성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 앞으로의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이런 남성의 취약점을 인식시켜 주고 평생 보살펴 주는 친구 같은 의사의 역할로 발전할 것이다.

[메디컬 칼럼] 친구 같은 비뇨기과 의사를 사귀어라
박천진 강남 J비뇨기과 원장 www.manclinic.com

1991년 연세대 졸업. 비뇨기과 전문의(전립선·남성의학). 미국·대한비뇨기과학회·남성과학회·전립선학회 정회원. 세브란스병원 외래교수. 전 수도통합병원 비뇨기과과장. 강남J비뇨기과 대표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