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미디어 빅뱅
2009년 12월 미국 최대 케이블 방송 업체인 컴캐스트가 NBC를 인수했다. 이 같은 결정은 단순한 방송사 간 인수·합병(M&A) 사례로 넘기기에는 시장에 주는 충격이 컸다. 기존 방송 시장의 약자로 불리던 케이블 채널이 거대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을 넘어섰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2011년 한국 미디어 시장에도 이에 못지않은 빅뱅이 일어날 전망이다. 빅뱅의 진원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010년 말까지 종편 및 보도 전문 채널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예비 사업자가 심사 기준을 만족시키면 모두 승인해 주는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할 예정.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사업 신청 접수 결과 종편 6곳, 보도 전문 채널 5곳이 서류를 제출했다. 중앙 일간지를 중심으로 한 사업 컨소시엄 등이 모두 심사 결과를 만족시킨다면 6개의 종편이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종편 등장 배경에는 지상파 위주의 독과점 구조가 있다. 공영방송의 혜택을 고수하면서도 시청률 지상주의, 콘텐츠 질 저하 등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일방적 방송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것도 종편의 과제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N스크린(Network Screen)’ 전략이 대표적이다. TV·PC·스마트폰·태블릿 PC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디바이스를 통해 동일한 콘텐츠를 송출하는 전략을 말한다.
여전히 지상파 중심인 방송 시장에 방송과 통신·정보기술(IT)·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하는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여기에 프로그램에 노출된 상품을 소셜 커머스나 T커머스로 연결하거나 위치 기반 서비스를 활용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도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 모델 다양해질 전망
종편의 출현에 따라 기존 매체의 광고 수입 감소 등을 지적하는 주장도 있다. 매체의 영향력이 큰 지상파 TV나 라디오 등은 큰 타격을 받지 않겠지만 신문이나 잡지, 옥외 매체 등 이른바 올드 미디어들은 광고 수주량이 줄어들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채널 다양화가 광고 시장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방송 사업자가 증가하면 매체별 광고 구성 비율만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마트폰·태블릿 PC 등이 웹과 콘텐츠·PC·휴대전화 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렸다면 올해부터 본격 상용화될 스마트 TV는 방통 융합과 콘텐츠를 구동하는 플랫폼의 다양화를 이끌어갈 전망이다.
스마트 TV는 쉽게 말해 TV에 웹 구동 운영체제(OS)를 탑재해 TV와 인터넷의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형태를 말한다. 기존 인터넷(웹) TV가 온라인상의 콘텐츠만 제공했다면 스마트 TV는 오프라인 콘텐츠까지 영역을 넓혔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서드파티(Third Party)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것도 스마트 TV만의 특징이다.
스마트 TV는 스마트폰 OS(플랫폼)의 강자인 애플(iOS)과 구글(안드로이드) 외에도 전통적 제조 기업인 삼성과 LG는 물론 소프트웨어 업체인 인터넷 서비스 기업, 이동통신사들이 모두 왕좌를 노리고 있어 미디어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도 융합 바람을 거세게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복잡한 리모컨 이용에 따라 좀더 접근하기 쉬운 유저인터페이스(UI) 개발과 기존의 TV나 PC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킬러 콘텐츠’ 개발 등이 선행돼야 할 과제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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