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상_김반석 LG화학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이 2010년 대한민국 최고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김 부회장은 한경비즈니스가 매년 12월 발표하는 ‘올해의 CEO’에서 종합 점수 1위에게 주어지는 ‘종합 대상’ 수상자로 뽑혔다. 김 부회장은 100점 만점 기준으로 88.69점을 획득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82.73점), 서영종 기아자동차 사장(82.27점) 등 2위 그룹을 따돌렸다.

취임 후 시가총액 8배 증가

[2010 올해의 CEO] 눈부신 성장 ‘주역’…실행력 강한 ‘리더’
김 부회장이 LG화학 CEO로 취임한 것은 2006년이다. 취임 이후 LG화학의 경영 실적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2006년 매출액은 11조4537억 원, 순이익은 3188억 원이었다. 산업재 사업(LG하우시스)을 분할하기 이전 실적이다.

2009년 매출액은 15조5209억 원, 순이익은 1조5071억 원으로 성장했고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 14조 4725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실적에 근접했다. 순이익은 1조7573억 원으로 작년 순이익 규모를 뛰어넘었다.

시가총액은 2006년 말 3조 원에서 올 11월 말 기준 25조 원으로 8배가량 늘어났다. LG화학은 최근 무디스로부터 ‘A3’ 신용 등급을 획득한데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도 동일 수준인 ‘A-’ 등급을 받았다.

국내 화학·정유 기업 중 최고 등급으로 세계적 화학 기업인 바이엘과 같은 등급이다. 이는 LG화학이 안정적인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LG화학이 김반석 CEO 시대를 맞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기업으로 우뚝 선 비결은 뭘까.

우선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김 부회장의 좌우명은 무실역행(務實力行)이다. 일을 참되고 실속 있게 실천한다는 뜻이다. 김 부회장이 취임한 2006년은 고유가와 환율 하락 등으로 화학 산업 전체가 휘청거리던 시기였다. 사면초가나 다름없었지만 김 부회장은 단기적인 조치보다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등 근본적 변화에 나섰다.

먼저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비전과 공유 가치를 만들었다. 그해 3월부터 5개월간 465개팀 1만1000여 명의 임직원들이 수차례 비전 회의에 참석했다. 이렇게 만든 비전이 ‘차별화된 소재와 솔루션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비전이 정해지자 ‘스피드 경영’을 선포했다. 전략의 실행 속도와 조직 문화의 변화 속도를 두 배로 해 비전을 성공적으로 달성하자는 의도였다. 스피드 경영을 위해 3가지 행동 양식을 발표했다.

‘먼저 앞을 보고 준비하자’는 남보다 ‘먼저’,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핵심 업무에 집중 고민해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자’는 ‘빨리’, ‘자주 실행 상태를 점검하자’는 남보다 ‘자주’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직접 뛰었다. 매달 임직원들에게 CEO 메시지를 보내 개념과 추진 방향을 공유했다. 분기별로 임원 및 팀장 대상 워크숍을 개최해 이들이 변화 관리자가 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스피드 경영으로 세계적 화학 기업 ‘우뚝’

[2010 올해의 CEO] 눈부신 성장 ‘주역’…실행력 강한 ‘리더’
비전 공유와 함께 추진한 사업 역량 개선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개선의 방향은 두 갈래다. 하나는 핵심 사업 역량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구체화하는 것이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지난 2008년 코오롱의 SAP(고흡수성수지) 사업을 인수해 프로필렌-아크릴산-SAP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을 완성하고 해외 진출의 교두보 확보에 나섰다.

이와 함께 공장 가동률을 최적화하는 등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가는 활동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분야는 직접 진두지휘할 만큼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자동차인 제너럴모터스(GM)의 ‘시보레 볼트’용 리튬이온 배터리 단독 공급 업체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포드·르노·현대차·볼보와 중국 장안기차, 미국 상용차 부품 업체 이튼(Eaton), CT&T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6월 총면적 5만7000㎡(약 1만7000평)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등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오는 2013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해 연간 6000만 셀로 증설할 예정이다.

이미 첫 번째 공장 바로 옆에 총면적 6만7000㎡(약 2만 평) 규모로 2번째 공장 건설이 한창이다. 미국 홀랜드 공장에 2013년까지 3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2000만 셀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면 연간 8000만 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아반떼 하이브리드 기준으로 연간 550만 대 이상, 전기차 볼트 기준으로는 35만 대 이상에 적용할 수 있는 물량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과 실질적인 납품 계약을 하고 대량생산 체제에 돌입한 배터리 업체는 LG화학이 유일한 만큼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공급처 확보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 세계 1위 지위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2차전지와 편광판 등에 이어 액정표시장치(LCD)용 유리기판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김 부회장은 기업 문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훌륭한 일터(Great Workplace)’ 만들기도 그 일환이다.

김 부회장은 “좋은 조직 문화의 핵심은 자기 일에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가치를 느껴야만 자부심이 생기고 보람도 느낄 수 있으며 인생의 재미도 생긴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게 ‘사원들과의 대화’다.

매주 직접 해당 팀을 찾아가 사원들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대화 내용은 인트라넷 ‘사원과의 대화’ 게시판에 게시한다. 전 사원이 CEO의 생각을 공유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업무에 대한 집중과 보고·회의·퇴근 문화의 변혁을 강조하며 솔선수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부회장은 중요한 경영 회의를 주재할 때 항상 2~3일 전에 안건 내용을 배포한다. 회의를 의사결정 위주로 진행하기 위한 것이다.

또 취임 초기부터 “좋은 내용은 보고하지 않더라도 향기가 되어 알려지게 돼 있다”며 “문제가 있을 때만 CEO를 찾아와 보고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불필요한 보고 업무를 줄이고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김 부회장의 지론이다. 이런 보고 문화 덕분에 김 부회장은 직접 결재할 일이 거의 없다는 후문이다. 최근 3개월간 결재 건수가 10건 정도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김 부회장은 공장장과 사업부장 등을 거친 덕분에 현장 경영이 몸에 배어 있다. LG화학 취임 이후에도 한 달에 10일 정도를 전국의 사업장과 해외 지사 등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지방이나 해외 출장 때 격식을 차리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집무실에 출근할 때도 사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격식과 형식을 없애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해야만 조직의 경쟁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약력 : 1949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97년 LG화학 폴리에틸렌 사업부장 상무. 2000년 LG화학 ABS/PS 사업부장 부사장. 2001년 LG석유화학 대표이사. 2005년 LG대산유화 대표이사. 2006년 LG화학 대표이사. 2008년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현).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