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순간’

[서평] 인간을 닮은 컴퓨터는 가능한가
인간을 닮은 컴퓨터의 탄생에 대다수 학자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연산 속도가 아무리 빨라진다고 하더라도 한낱 고성능 계산기에 불과한 컴퓨터가 심오한 인간의 지성을 흉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오래된 믿음을 위협하는 사례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해럴드 코헨이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 아론(AARON)은 스스로 그림을 그린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화가 못지않은 독특한 양식의 펜 드로잉 작품을 순식간에 만들어 낸다.

컴퓨터가 그린 그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론의 펜 드로잉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아론의 작품들은 영국 테이트갤러리를 비롯한 전 세계 미술관 여러 곳에 전시돼 있다.

컴퓨터의 도전은 그림뿐만이 아니다. 킴 빈스테드가 개발한 JAPE는 농담을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이다.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긴 것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여덟 살 꼬마가 만들어 내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말장난식 수수께끼를 자유자재로 쏟아낸다. ‘우울한 기차는 뭐라고 부를까? 기관차’. ‘기관차(locomotive)’와 ‘기운없다(low-comotive)’의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한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에서 핵심은 창의성에 관한 것이다. 과연 컴퓨터가 인간과 같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다. 인지과학과 계산주의 심리학의 개척자인 저자는 먼저 창의성에 덧씌워진 신비주의의 장막을 걷어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창의성을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조합적 창의성이다. 이미 익숙한 개념과 아이디어들을 약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해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특정 정치인을 도롱뇽으로 묘사한 만평 같은 것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두 번째는 탐구적 창의성이다.

주어진 관념 공간 내에서 아직 발현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변형적 창의성은 기존의 사고방식을 비틀거나 근본적으로 바꾸어 버린다.

컴퓨터는 이 모든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컴퓨터는 새로운 조합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 내며 관념 공간을 탐색하고 바꾸는 방식을 제한없이 시험해 볼 수 있다. 단 하나 부족한 것은 ‘가치’다. 어떤 것이 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인간의 몫이다.


[서평] 인간을 닮은 컴퓨터는 가능한가
2011 글로벌 리포트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302쪽/더팩트/1만8000원

연말이면 경제 전망서들이 쏟아진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가장 비관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터졌고 2009년 이것이 실물경제로 확산됐으며 올해 세계적인 대외 불균형 심화가 환율 전쟁으로 비화됐다면 내년은 글로벌 저성장과 늘어난 국가 채무로 재정 위기가 도래할 것이다.

금융 위기 이후 3년이 지났지만 근본적인 해법 없이 문제만 계속 중첩되고 있다. 경제 위기 탈출은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서평] 인간을 닮은 컴퓨터는 가능한가
글렌 벡의 상식

글렌 벡 지음/정명진 옮김/280쪽/부글/1만3000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티파티 운동의 이론적 배경을 담고 있다. 저자는 케이블 뉴스 채널 폭스뉴스의 시사 토크쇼 진행자이자 유명 보수 논객으로 이 운동을 초기부터 이끌어 왔다.

미국은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인들이 당선에만 목을 매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구분이 희미해졌다. 유권자들의 표를 사기 위한 선심성 공약과 파산 직전의 정부만 남았을 뿐이다. 유권자 혁명이 필요한 이유다.


[서평] 인간을 닮은 컴퓨터는 가능한가
위즈덤 Ideas

앤드루 저커먼 지음/이경희 옮김/160쪽/샘터/1만5000원

세계적 명사들을 직접 인터뷰해 탄생한 ‘위즈덤’ 시리즈 아이디어 편이다 얼굴에 잡힌 주름 하나하나까지 살아 움직이는 사진과 이 세상을 이끌어 온 사람들의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가로세로 15cm 정사각형 판형을 꽉 채운 그들의 생생한 표정이 담긴 사진에는 말로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삶에 대한 그들만의 통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는 영감은 자기 발밑이나 고속도로 위로 흩날리는 나뭇잎 하나에서도 떠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12.9~12.15)

1.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지음/김희정 외 옮김/부키/1만4800원
2. SERI 전망 2011/권순우 외 지음/삼성경제연구소/1만8000원
3.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
4.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김종훈 지음/21세기북스/1만5000원
5. 부자들의 음모/로버트 기요사키 지음/윤영삼 옮김/흐름출판/1만6000원
6. 보이지 않는 차이/연준혁 외 지음/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7. 꿈이 나에게 묻는 열 가지 질문/존 맥스웰 지음/이애리 옮김/비즈니스맵/1만2000원
8.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티나 실리그 지음/이수경 옮김/엘도라도/1만2000원
9. 멋지게 한말씀/조관일 지음/쌤앤파커스/1만5000원
10.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 지음/노정태 옮김/김영사/1만3000원
(집계: 예스24)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