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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헤지 펀드를 비롯한 투기 세력 때문에 다시 긴장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나서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재정 위기 국가들의 채권을 대거 매수했지만 투기 세력들은 여전히 재정 위기 확산에 베팅하면서 유럽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헤지 펀드와 ECB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유럽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YONHAP PHOTO-2393> FILE - In this Sunday, Nov. 28, 2010 file photo, From left, European Commissioner for Economy Olli Rehn, Belgian Finance Minister Didier Reynders, Luxembourg's Finance Minister Jean Claude Juncker and President of the European Central Bank Jean Claude Trichet share a word during a round table meeting of EU finance ministers at the EU Council building in Brussels. The debt crisis has forced eurozone governments to rewrite some of the currency union's most fundamental rules. But to dig the region out of its current predicament, governments might have to rattle some of the bloc's other taboos. (AP Photo/Virginia Mayo, File)/2010-12-03 23:09:42/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FILE - In this Sunday, Nov. 28, 2010 file photo, From left, European Commissioner for Economy Olli Rehn, Belgian Finance Minister Didier Reynders, Luxembourg's Finance Minister Jean Claude Juncker and President of the European Central Bank Jean Claude Trichet share a word during a round table meeting of EU finance ministers at the EU Council building in Brussels. The debt crisis has forced eurozone governments to rewrite some of the currency union's most fundamental rules. But to dig the region out of its current predicament, governments might have to rattle some of the bloc's other taboos. (AP Photo/Virginia Mayo, File)/2010-12-03 23:09:42/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CB와 헤지 펀드가 유로화 운명을 놓고 전쟁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ECB가 재정 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사서 유로화 방어에 나서고 있는 반면 헤지 펀드와 대형 은행들은 이들 채권을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최근 유럽 금융시장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ECB는 올해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불거진 후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등의 국채를 모두 690억 달러어치나 사들였다. 또 그리스와 아일랜드 은행 등에도 간접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0월 들어 ECB가 채권 매입을 중단하고 최근 유럽연합(EU) 재무 장관들이 구제금융 기금을 늘리지 않기로 하면서 투기 세력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재정 위기 확산에 베팅하는 헤지 펀드

ECB는 12월 들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주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국채 20억 달러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역은 12월 13일 공개될 예정이다. 최근 ECB의 공격적인 시장 개입으로 관망세로 돌아선 헤지 펀드와 대형 은행들은 12월 13일 공개되는 내용을 확인한 후 다시 시장 흔들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CB의 채권시장 개입 정도를 평가한 후 공격 강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헤지 펀드들은 유럽이 재정 위기를 겪는 동안 취약 국가들의 채권을 매도하고 헤지 상품인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를 사서 이익을 내 왔다. 채권을 팔아 해당 국가의 CDS 프리미엄을 높인 후 보유 CDS를 팔아 손쉽게 돈을 번 것이다. 이런 전략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지 펀드들은 여전히 유로존의 재정 위기 확산에 베팅하고 있다. 아르곤노트캐피털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게르스텐하버 대표는 “포르투갈은 구조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유럽 재정 위기의 다음 희생자로 유력하다”며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받을 확률이 90%”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외환 헤지 펀드인 FC콘셉트LLC의 존 테일러 대표도 “유로존은 내년에 경기 후퇴기에 들어간다”며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위기에 빠지면서 유로화는 더욱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독일 역시 내년에는 긴축재정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독일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헤지 펀드들은 지난주 ECB의 채권시장 개입 이후에도 스페인 CDS에 대해 대거 매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ECB가 얼마나 더 많은 채권을 살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투기 세력에 대해 경고하면서 “ECB가 유로존 국가들의 채권을 계속 매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ECB의 채권 매입 규모가 시장을 안정시킬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ECB는 이미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의 국채 17%를 보유하고 있다. 추가적인 매수에 부담을 느낄만한 수준이다. 반면 헤지 펀드와 은행들은 ECB가 취약 국가들의 채권 매입에 나서면 대규모 매도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파반 와드화 JP모건체이스 금리전략가는 “많은 고객들이 유로존 국가들이 연쇄 부도가 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취약 국가들의 채권을 팔려고 한다”며 “ECB는 채권을 사들여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주려고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때가 채권을 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