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포도트리 대표

포도트리는 처음으로 회사를 방문했을 때의 강렬한 인상이 첫손가락에 꼽힐 만한 회사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들의 엄청난 준비성이었다. 계속 스타트업을 만나다 보니 격식이 없거나 즉흥성에 어느 정도 길들여져 있었는데 포도트리는 처음 찾아간 순간부터 달랐다.

이진수 대표는 첫 만남부터 스케줄을 짜 놓고 있었다.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프레젠테이션, 임원진 소개, 스튜디오 탐방, 그리고 마무리 발표 등 총 4단계로 이어지는 치밀한 회사 소개였다.

이 대표는 이진영 이사, 신종훈 최고기술책임자(CTO), 차상훈 이사, 박윤호 이사, 박종철 이사, 하성철 이사 등 창업 멤버를 일일이 다 소개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나서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서울대-프리챌-NHN 출신의 창업 멤버

서울대 경영학과 92학번인 이 대표는 제대 후 복학했을 때부터 창업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첫 직장으로 컨설팅 회사가 아닌 P&G를 택했다. 1999년에는 전제완 사장이 창업한 프리챌에 합류해 마케팅을 총괄했다.

그는 IBM을 거쳐 2004년에는 NHN으로 갔다. 이 대표는 NHN에서 미국 법인 전략마케팅그룹장·광고상품기획실장·마케팅센터장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프리챌 시절부터 그와 함께 일하며 창업을 논의했던 이진영 이사도 이때 NHN에 있었다. 이 대표와 이 이사는 치열한 직장 생활 가운데 창업에 대한 고민을 함께한 ‘10년 전우’인 셈이다.

이 대표는 창업 멤버들을 일일이 소개하며 “바닥부터 시작해 주요 보직을 경험하며 창업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 온 탄탄한 인재들”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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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은 과히 틀리지 않았다. 이진영 이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프리챌·NHN·SK커뮤니케이션즈 등을 거치며 서비스 기획의 경력을 쌓았다. 차상훈 이사 역시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NHN·KFT를 거쳐 올 초 포도트리에 합류했다. 김유진 이사는 미시간대를 나와 NHN에서 해외 사업 개발 및 해외 퍼블리싱 업무를 맡았다. 김범수 사장과 함께 미국 개척도 함께한 ‘미국통’이다.

포도트리의 창업 멤버들은 서울대를 나와 프리챌-NHN 등을 거치며 쌓은 노하우와 인맥으로 결합된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예외적인 인물인 신종훈 CTO는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했고 네오위즈에서 세이클럽 개발팀장을 역임한 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경력을 쌓았다.

박종철 이사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이랜드전략기획실에서 근무했고 일본에 단신으로 건너가 5년간 모바일 사업 관련 벤처를 창업했던 국내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경험의 소유자다. 포도트리의 일본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다.

이 대표는 창업 아이템으로 학습(studying)·책(books)·장난감(toys)을 뽑았다. 한 가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마련하기 쉽지 않은데 세 가지 씩이나 된다.

이 대표가 준비한 회사 소개 발표 자료는 마치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이 애용하는 방식을 연상케 했다. 포도트리가 추구하는 사업은 ‘흔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하고 거대한 것(something common but global and huge)’이었다고 한다.

이런 차원에서 학습과 책, 그리고 장난감이 선택된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들은 세 가지 테마를 모두 영어 및 다국어 기반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각각의 사업 영역에서 하나의 스튜디오를 구축했으니 스튜디오가 3개인 셈이다. 가장 중점을 두는 플랫폼은 아이패드다. 기본적으로 각 스튜디오에서 아이패드용 앱을 개발해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포도트리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있을까. 이 대표는 ‘5년 내 10억 다운로드’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 앱 1회 다운로드 가격은 기본적으로 0.99달러다. 이 대표는 이를 프라이스리스(priceless) 0.99달러라고 표현했다. 가격은 비록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 이전의 어떤 서비스나 앱과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뜻이다.

앱의 가치를 정하는 포도트리의 슬로건은 ‘살아 숨 쉬는 앱(apps that breathe)’으로 정했다. 살아 숨 쉬는 앱은 어떤 뜻일까. 아이패드가 됐건 갤럭시탭이 됐건, 아이폰이 됐건 모바일과 태블릿이라는 환경에서 최적화된, 그래서 마치 살아 숨 쉬는 것 같이 생생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말로 설명하면 상당히 복잡해지지만 3개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포도트리의 주요 앱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리디자인(Redesign)’이다. 예를 들어 포도트리가 내년 3월 전 세계 앱스토어에서 판매할 예정인 오즈의 마법사 앱은 고전 ‘오즈의 마법사’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담고 있지만 그것과 전혀 다르게 새롭게 구성됐다.

“5년 내 10억 다운로드가 목표”

이진영 이사가 보여준 ‘오즈의 마법사 동화책’ 포도트리 버전은 어른들의 눈도 단숨에 사로잡을 만큼 멋졌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오즈의 마법사 원전을 해석해 80여 페이지 분량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기본 줄거리는 유지하지만 각 등장인물의 개성을 더욱 살리고 책을 보면서 이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캐릭터들의 이미지는 하성철 이사가 직접 손으로 그렸다. 그는 수천 장에 달하는 손으로 그린 삽화를 보여줬다. 그는 “고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직접 손으로 삽화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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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를 아이패드에서 다운로드 받아 이용한다고 해 보자. 동화책이지만 게임적인 요소와 장난감 같은 요소가 결합됐다. 아이패드는 기울이거나 좌우로 흔들면 그에 따라 풍경이 바뀌고 캐릭터가 움직인다. 도로시를 손을 클릭하면 움직이는가 하면 숨어 있는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다. 그야말로 오즈의 마법사를 리디자인한 것이다.

1월 중 한국·중국·일본에서 출시될 아이스터디(iStudy) 스튜디오의 영어 어휘 공부 앱 역시 기존의 흔한, 하지만 꼭 필요하고 글로벌한 영역의 영어 공부 교재를 리디자인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세상에 제일 재미 없는 게 아마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일 것 같다”며 “그렇지만 이 앱은 사용자의 이런 경험을 리디자인해 영어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앱”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철 이사는 이 앱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다 어휘, 최고 디자인, 놀라운 가격.”

“이 정도면 사람들이 사지 않겠습니까. 5년 내 10억 다운로드가 결코 허황되지 않은 것 같죠?” 박 이사의 설명을 듣던 이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리드(iRead) 스튜디오에서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양질의 콘텐츠인 책을 모바일 환경에 옮겨 놓은 앱이다. 현재 다산북스의 ‘Who?(세계인물학습만화)’ 시리즈에 대한 작업이 완료된 상태다.

이 대표는 모바일 직접 출판에 대한 계획도 갖고 있다. “사람들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은 책에서 습득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꼭 정형화된 책 형태로만 가지고 가려고 하면 한계가 많죠. 모바일 환경에서 사람들이 그때그때 필요한 지식을 얻는 데는 그에 맞는 방법이 필요할 겁니다. 그 시장을 노리고 모바일로 직접 출판하려고 합니다.”

포도트리는 12월 중 ‘Who’ 시리즈의 아이패드 버전을 출시하고 내년 1월에는 한·중·일에서 영어 어휘 앱을 공개할 예정이다. 2월에는 영어를 비롯한 8개국 언어로 영어 학습 앱을 선보일 예정이다.

디지털 강아지 캐릭터를 소재로 한 장난감 앱도 같은 시기에 나온다. 내년 3월에는 오즈의 마법사 동화책 앱을 필두로 재미있는 동화책 시리즈들도 선보인다. 포도트리의 이 대표가 10년을 준비하며 갈고닦은 실력을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임원기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