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수 잡코리아 대표

대학생이 뽑은 취업 사이트 ‘10년 연속 1위’,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 중 시장점유율 68%, 770만 명에 이르는 회원 수. 수없이 난립했다 사라져 가는 리크루팅 포털 중 최강자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잡코리아(www.jobkorea.co.kr)의 위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시작됐던 1997년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는 김화수 대표다. 김 대표는 온라인 취업 서비스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일축하며 “지금보다 3배 이상 성장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스페셜 인터뷰] “지금보다 3배 이상 성장 가능합니다”
온라인 구인·구직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IMF 전에는 온라인 시장 자체가 없었어요. 1997년께부터 인터넷 시장이 열리면서 PC 통신이 웹으로 넘어왔죠. 실업률이 10%에 이르면서 리크루팅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 자체가 높아졌고, 웹 환경의 발전이 겹쳐지면서 시장을 구축하는 큰 배경이 됐습니다.

원래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어요. 1996년에 대학원을 다니며 준비했고 1997년에 회사를 세웠죠. 처음에는 웹에이전시 사업에 나섰어요. 1년간 별 재미를 보지 못하다가 1998년 가을에 잡코리아를 세웠습니다.

웹에이전시는 B2B 사업이기 때문에 결제 후 입금 문제, 영업 문제 등이 힘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업 스타일도 아니었고요. 계약 기반 비즈니스가 아닌 엔드 유저(end user: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업으로 가자고 결심했죠.

엔드 유저 대상으로 리크루팅 비즈니스를 택하신 거군요.

당시 인터넷 기반 서비스 업체는 검색·웹메일·클럽·커뮤니티 등이 대세였습니다. 특화된 한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많지 않았어요. 잡 영역은 거의 없었고, 그때만 해도 분야·규모·역량을 크게 요구하는 비즈니스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4명이서 자본금 5000만 원으로 뛰어들었으니까요. 우리가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구하고 촬영하고 코딩하는 비즈니스는 안 된다, 유저가 직접 콘텐츠를 공급하고 우리는 마켓플레이스만 제공하자고 판단했습니다.

고실업률과 인터넷 환경 발달이라는 두 가지 팩트가 시너지를 일으켜 5~6년간은 매년 두 배 이상씩 시장이 커졌어요. 2003년까지 그런 성장이 지속됐죠.

경쟁사에 비해 잡코리아가 선전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성장하면서 넘었던 허들이 몇 개 있습니다. 론칭했을 때 비슷한 사이트만 200개가 넘었어요. 거기에 우리 하나 더해봤자 의미가 없었죠. 그래서 메타 검색을 시작했어요. 취업 사이트를 검색해 주는 검색 사이트, 즉 취업 사이트의 야후나 구글이 되자는 생각이었죠.

기업도 좋아하고 구직자도 좋아하는 모델로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주효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부터 취업 사이트를 표방했어요. 리뉴얼이었죠. 이미 사이트에 자주 오는 구직자를 7만 명 정도 확보한 상태에서 출발하니 서비스 첫날부터 이력서가 500개씩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포스팅 업체로 변신한 거죠.

콘텐츠 유료화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이 많이 흔들렸는데요.

‘무료’라는 기존의 밸류를 없앨 수 없으니, 비용을 많이 받은 기업의 채용 공고는 하이라이트를 줘 페이지 상단이나 노출이 가장 잘되는 곳에 올렸습니다. 반대의 경우에는 제일 아래에 노출시키는 식이죠. 구직자 쪽에선 변한 게 없었고 기업도 좋아했어요.

2001년 들어 닷컴 유료화가 업계 초미의 관심이었는데, 경쟁사 대부분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전면 유료화로 바꿨죠. 유료화 전환 후 기존 공고 수의 90%까지 날아간 곳이 많았어요.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이브리드로 간 거죠.

무료로 하되 유료에는 하이라이트를 주지만 구직자 쪽에선 똑같죠. 어차피 한 페이지에 공고 10만 개를 다 보여줄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우리는 기존 공고 수를 잃지 않았어요. 당장 하루아침에 경쟁사와 밸류 차이가 10배 이상 나게 된 거예요.

[스페셜 인터뷰] “지금보다 3배 이상 성장 가능합니다”
미국의 몬스터닷컴에 인수된 후에도 계속 최고경영자(CEO)로 활동 중입니다. 벤처기업은 인수·합병(M&A) 후 창업자가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회사를 떠나거나 캐피털 게인(capital gain:투자한 원자본의 가격 상승에 의한 이익)이 커진 만큼 관심이 떨어지거나. 전 오히려 M&A 이후 더 집중했어요. 그렇지 않은 사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제 얼마나 더 잘하나 보자’는 시선 때문에 조금 더 힘들었던 것 같기는 합니다. 더 오기가 생겼죠. 지금은 엄격하게 얘기해 월급 사장, 즉 전문 경영인이 된 거죠. 몬스터닷컴에 매각할 때 170억 원 매출이었는데, 올해는 520억~530억 원 정도입니다. 딱 3배죠.

후발 주자들의 견제도 심할 것 같습니다.

시장에는 늘 3개 정도 브랜드가 경쟁해야 파이 자체가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올 한 해 잡코리아의 매출액 성장 말고는 시장 성장이 없었어요. 총 시장 규모에서 마케팅 비용이 15%는 돼야 시장이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경쟁사가 없다면 결국 미래에 우리가 먹을 것도 작아지는 거죠.

구인·구직자 수가 한정돼 있는데, ‘지속 가능한 성장’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구직 빈도나 건수(트랜잭션)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총인구와 경제활동인구수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직업에서 회전되는 트랜잭션(transaction) 수가 더 중요하죠. 5년 후에는 이런 빈도가 두 배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2년 정도 한 직장에 머무르고 있다면, 5년 후에는 1년에 그친다는 거죠. 생활 정보지 등 아직까지는 훨씬 큰 오프라인 시장이 온라인으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것만 해도 2배 이상이죠. 종합하면 지금보다 최소한 3배 정도의 성장, 2500억 원의 매출까지 가능합니다.

최근 SNS·모바일(스마트폰) 등 플랫폼 자체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알바몬은 모바일 유저가 10%에 이릅니다. 올해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문도 모바일입니다. TF팀장을 아예 제가 맡았죠. 상당한 규모로 투자를 진행했고 별도의 인력도 구했습니다. 올 5월에는 전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다 지급했고, 얼마 전에는 아이패드도 나눠줬습니다.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과 운영체제(OS)까지 합하면 이미 5~6개가 나와 있어요. 앞으로는 연봉 검색 등 앱을 쪼개는 전략으로 10~20개 정도를 더 만들 생각입니다. 내년 연말쯤 되면 알바몬의 모바일 점유율이 30%까지 간다고 판단해요.

잡코리아도 15% 정도를 예상하는데, 여기에 맞는 수익 모델도 준비하는 게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모바일이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겁니다.

청년 실업 문제가 여전히 심각합니다. 취업 노하우가 있다면요.

누구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즉 궁극의 잡을 찾아야 합니다. 사실 궁극의 잡이없는 구직자가 더 많아요. 더욱이 청년 실업자들은 중산층 부모 밑에서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직장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적은 것 같아요.

월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잡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규모가 작은 회사라도 타기팅을 해서 최소한 3개월 이상, 자리가 좋든 나쁘든 근무 경험을 갖는 게 중요해요. 그러다 보면 직업관도 만들어지고, 더 좋은 직장을 찾을 때도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죠.

기업엔 미안한 말이지만 작은 회사를 궁극의 잡을 잡는 수단으로라도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런 모색의 과정이 있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졸업 몇 년 후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