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벗기다’

스티브 잡스의 연설은 늘 감동을 준다. 몇 년 전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그는 그동안 꾹꾹 눌러 두었던 자신의 굴곡 많은 인생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끝없는 좌절과 실패의 순간에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되돌아보니 그 점들이 이어져 멋진 그림이 돼 있더라는 것이다.
[서평] ‘애플 따라 하기’가 위험한 이유
그러니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힘차게 나가라는 메시지다. 성공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충고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성공의 정점에 도달해 있다. 그의 회사 애플의 주가는 연일 치솟고 있다.

이제 전 세계를 통틀어 애플보다 시가총액이 많은 기업은 미국의 오일 메이저 엑슨모빌뿐이다. 가장 큰 쇼핑 대목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 ‘아이 트리오’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올해 받고 싶은 선물’ 순위를 휩쓸고 있다.

어찌 보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어 보일 지경이다. 바로 여기에서 불안감이 싹튼다. 대량 리콜 사태로 도요타 신화가 어이없이 무너진 것은 그들이 제너럴모터스(GM)를 누르고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에 오른 성공에 취해 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과연 애플은 ‘제2의 도요타’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의문을 깊이 파고든다. 그런 점에서 최근 수없이 쏟아지고 있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서’들과 차이가 있다.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하던 대학 때부터 스티브 잡스를 자신의 롤모델로 삼았었다는 저자의 결론은 명확하다. 애플은 분명 좋은 기업이지만 이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이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가 일본 기업 모델을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한다.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유행할 만큼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국제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기업과 애플이 서로 연결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1980년대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는 당시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일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이는 절대로 자사 제품과 타사 제품의 호환을 용납하지 않는 ‘폐쇄적인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넥스트가 바로 그 사례다. 넥스트 실패 후 픽사를 거쳐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이 모델을 애플에 그대로 도입했다.


대마불사

앤드루 로스 소킨 지음/노 다니엘 옮김/832쪽/한울/3만6000원
[서평] ‘애플 따라 하기’가 위험한 이유
2008년 9월 월스트리트의 그 긴박했던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그날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세계를 미증유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다.

커다란 역사적 사건은 그에 걸맞은 기념비적인 기록물을 남긴다. 수많은 사람들이 글로벌 금융 위기를 기록한 책들을 쏟아냈지만 이 책은 그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인다.

당시 막후에서 벌어진 일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복원돼 펼쳐진다.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추진 과정의 진실도 담겨있다.


책임지지 않는 사회 보이지 않는 리더

할란 클리블랜드 지음/박세연 옮김/356쪽/비즈니스맵/1만5000원
[서평] ‘애플 따라 하기’가 위험한 이유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에 대한 탐구다.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제대로 된 리더를 찾기 어렵다. 모두가 ‘리더’가 아닌 ‘팔로워’ 역할에 머무를 뿐이다.

저자는 20세기에 통용됐던 리더십이 이제는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리더의 부재는 새로운 사고를 필요로 한다.

리더의 매너와 리더의 윤리에서부터 시작해 무한히 확산되는 정보의 틈바구니에 낀 리더의 대책, 시민의 힘이 점점 커지는 시대의 리더상 등 변화의 방향을 제시한다.


긍정의 뇌

질 볼트 테일러 지음/장호연 옮김/264쪽/윌북/1만2000원
[서평] ‘애플 따라 하기’가 위험한 이유
‘하버드대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1996년 어느 날 아침 하버드대의 젊은 연구원이던 저자는 왼쪽 눈 부근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뇌졸중에 걸린 것이다. 그는 뇌 기능이 하나둘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세밀하게 들려준다.

그러나 뇌졸중은 뜻하지 않은 선물도 가져다 줬다. 좌뇌가 멈추고 우뇌로만 생활하면서 많은 사람이 갈구하는 행복과 열반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12.2~12.8)

1.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지음/김희정 외 옮김/부키/1만4800원
2.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김종훈 지음/21세기북스/1만5000원
3.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
4. SERI 전망 2011/권순우 외 지음/삼성경제연구소/1만8000원
5. 스토리 건배사/김미경 지음/21세기북스/1만2000원
6. 부자들의 음모/로버트 기요사키 지음/윤영삼 옮김/흐름출판/1만6000원
7. 하루 10분의 기적/KBS 수요기획팀 지음/가디언/1만2000원
8. 보이지 않는 차이/연준혁 외 지음/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9. 삼성처럼 일하라/문형진 지음/더난출판사/1만3000원
10.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티나 실리그 지음/이수경 옮김/엘도라도/1만2000원
(집계: 예스24)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