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진바라

[비즈니스 성공 맛집] ‘상다리 휘어지는’ 한정식의 맛과 멋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상다리가 휘어진다’ 혹은 ‘오늘 밥상이 진진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음식이 푸짐하고 먹을거리가 많다는 얘기다. 푸짐하고 흐뭇한 맛이 종 치듯이 여러 번 반복된다는 뜻인 한정식 전문점 ‘진진바라’는 밥을 담을 때도 한 번 퍼 올리면 정이 없다며 두세 번씩 퍼 올리는 한국 사람의 인정으로 음식을 담아낸다.

시어머니의 뒤를 이어 둘째 며느리가 조리 시스템과 운영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고 식재료 관리팀을 갖춰 식재료 논란에도 안심할 수 있다.

전통의 맛을 현대적 입맛으로 디자인하기에 예(禮)를 갖추는 자리나 각종 모임에 알맞고, 쇠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교도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을 위해서는 예약할 때 메뉴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을 위한 접대에도 소홀함이 없다.

18품의 요리가 끝없이 이어져 나오는 진연 코스를 보면, 먼저 달달하고 부드러운 호박죽에 시원한 물김치가 나온다. 신선한 샐러드와 은행, 견과류 고명이 돋보이는 보쌈김치·탕평채·칠절판이 차례로 나온다.

이어 나오는 회·해산물·곶감을 올린 수삼더덕무침과 메밀냉채, 마 구이와 꿀을 곁들인 장뇌삼까지가 전채요리 코스다. 네 종류의 활어 회는 양 볼에 쫓아와 찰싹 들러붙고, 오도독 씹히는 고소한 전복과 인심 좋게도 있는 대로 향을 뿜어내는 멍게를 씹다 보면 출렁이는 파도가 느껴진다.

곶감을 올린 수삼더덕무침은 두 가지 향이 달콤한 곶감을 만나 묘하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길게 남는 은은한 뒷맛이 그리 좋을 수 없다. 흔히 접할 수 없는 마 구이와 꿀을 곁들인 장뇌삼은 보약 한 사발을 받은 것처럼 든든하다.
[비즈니스 성공 맛집] ‘상다리 휘어지는’ 한정식의 맛과 멋
다음은 삼색전·전복초·육회·신선로·너비아니구이·통낙지요리·갈비찜이 차례로 나오는 주 요리 코스가 이어진다.

애호박·생선·김치로 지진 삼색전은 따끈따끈한 온기와 정성을 품고 있고, 전복초의 쫄깃쫄깃한 식감에 눈을 감고 흥얼거리고 싶을 만큼 기분이 좋다.

가을 향과 빛을 듬뿍 담은 영양부추 겉절이를 곁들인 송이버섯과 너비아니구이, 잘 물러서 부드러운 질감을 즐기기에 딱 알맞은 갈비찜, 야들야들한 통낙지 요리에 이어 구수한 된장국과 밑반찬이 차려진다.

18품이나 되는 코스 요리와 밑반찬을 곁들인 식사 중 두어 번쯤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길고 긴 식사 코스다. ‘진진바라’의 뜻에 충실한 상차림이다 보니 음식의 양이나 종류가 너무 많아 요리한 이의 정성을 제대로 찬찬히 들여다볼 수 없어 애석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는 진연 코스보다 조금 가벼운 진하나 진진바라, 진찬 코스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점심 메뉴로는 매일 식단이 바뀌는 한상 차림과 단아하면서도 소박한 한정식인 점심 특선도 즐길 수 있다.

영업시간 : 점심 12:00~15:00, 저녁 17:30~22:00, 주말 17:30~20:30
메뉴 : 한상차림(평일 점심) 1만5000원, 점심 특선 2만 원, 진하 3만2000원, 진진바라 4만2000원, 진찬 5만2000원, 진연 6만8000원, 어상 7만8000원, 진진바라 스페셜 9만8000원
문의 : (02)501-2237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708-20 이스타빌 B2


백지원 푸드 칼럼니스트 bjwon911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