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긴장시킨 ‘중국발 긴축 리스크’

중국발(發) 긴축 리스크에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자산 버블, 은행 대출, 지방정부 부채, 과잉 산업 등 5대 과열 문제로 정책 딜레마에 직면한 중국이 긴축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 세계경제에 차이나 쇼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갑작스러운 경기 둔화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고려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증권일보 등 중국 언론들이 제기한 딜레마를 중심으로 중국 정부의 고민을 짚어본다.

우선 중국 정부를 딜레마에 빠지게 한 가장 큰 리스크는 물가 급등이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개월 만에 최고치인 4.4%를 웃돌았다. 물가 급등은 저소득층의 생활을 어렵게 해 사회불안을 부추긴다.

저우왕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가격국 부국장이 최근 물가와 임금 인상을 연동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하지만 임금 인상은 기업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 요인이 된다.
[중국] ‘과열’과 ‘냉각’사이 위험한 줄타기
과도한 긴축은 사회불안 가져와

금리 인상과 큰 폭의 위안화 절상은 인플레 억제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연쇄 부도 초래와 핫머니 유입 등 부작용이 크다. 경기가 급격히 둔화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진행 중인 투자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은행 대출 부실이 증가해 미래 금융 위기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금리를 그대로 두자니 지난 2월 이후 사실상 마이너스가 된 예금금리 때문에 은행에서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이동, 자산 거품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2월 3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내년 통화정책 기조를 금융 위기 이후 2년여 만에 ‘적절하게 느슨한’에서 온건(穩健)으로 바꾼 배경이다.

루정웨이 싱예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되고 은행 지급준비율도 0.5∼1% 추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민은행은 지난 10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은행 지준율은 올 들어 이미 5차례 올렸다.

위안화도 지난 6월 이후 3% 절상하는 신중한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후 주석의 내년 초 방미를 앞두고 미국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전날 CBS에 출연, “위안화 환율을 달러에 고정시켜 저평가하는 것은 미국 수출은 물론 중국과 신흥국 경제에 좋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과열’과 ‘냉각’사이 위험한 줄타기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고정시켜 인플레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위안화 절상을 거부할수록 절상 기대감이 커져 핫머니 유입이 늘고, 이는 자산 가격의 급등락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위안화를 크게 올리자니 실업자가 늘어 사회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긴축도 중국 정부에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중국 정부는 최근 부동산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16개 국유 기업을 제외한 중앙정부 산하 모든 국유 기업에 부동산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자산 거품 붕괴는 중산층의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은행 대출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위 조절에 고심 중이다.

국제 신용 평가사인 피치는 최근 중국 정부가 은행 신규 대출을 올해 7조5000억 위안으로 묶었지만 은행들이 신탁회사로 대출 채권을 넘기는 식으로 장부에 나타나지 않는 대출만 3조 위안에 이른다며 자산 거품이 생기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은행 신규 대출 9조6000억 위안까지 합하면 2년간 은행 대출로만 무려 20조 위안이 새로 풀리는 것이다.

더욱이 경기 부양책과 함께 늘어난 지방정부 부채에도 중국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과도하게 억제하면 은행 부실 대출이 급증할 수 있을 것(블룸버그통신)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재테크 시장을 활성화하는 식으로 중산층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려고 하지만 과도한 부동산 긴축은 이를 가로막을 것으로 우려된다.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는 자동차·철강·시멘트 등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도 중국 당국자들을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해 1300만 대를 팔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올해엔 1700만 대가 팔려 2년 연속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지위를 지킬 전망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최근 2015년이면 자동차 판매가 2500만∼3000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국내외 기업들의 중국 자동차 공장 증설 계획을 감안하면 2015년 생산능력이 3800만∼4000만 대에 달할 것이라며 과잉 우려를 경고하고 있다. 연간 1000만 대 수준의 공급과잉이 우려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돈이 더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자동차 소비 보조금 지원 제도를 당초 예정대로 내년 초에 종료할 방침이다. 미 자동차리서치회사인 JD파워는 이 때문에 올해 30%로 예상되는 중국 자동차 판매 증가율이 내년에 10%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과투자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공급을 줄여 일시적으로 인플레를 유발할 수 있다(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는데 있다. 구조조정을 늦추자니 해외 수요 위축에 쉽게 흔들리는 체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부작용이 따른다.

공급과잉을 수출로 소화해 온 중국의 제조업 구조는 미국발 금융 위기로 취약성을 보였다. 2008년 6월만 해도 16.1%에 달했던 산업생산 증가율이 지난해 초 3.8%로 급감한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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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궈톈융 재경대 은행센터 소장

“2~3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
[중국] ‘과열’과 ‘냉각’사이 위험한 줄타기
“인플레이션이 중국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다. 경제문제이면서도 사회 안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최근 개최한 한중국제학술회의 참석 차 방한한 궈톈융(郭田勇) 중앙재경대 중국은행연구센터 소장은 “통화팽창을 억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10월 물가상승률이 4.4%로 1989년 톈안먼 사태 때의 18%에 비하면 절대 수치는 낮지만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물가수준은 더 높다는 일각의 진단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자동차와 의류 가격은 떨어진 반면 중저소득층의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식품비가 주로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통화팽창 압력이 커진 것은 크게 2가지 경로를 통해 유동성이 범람했기 때문이다.” 궈 소장은 무역 흑자 등으로 외화가 많이 들어왔지만 위안화의 큰 폭 절상을 원하지 않는 중국인민은행이 이를 매입해 위안화를 대거 풀어 결과적으로 유동성이 넘치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은행의 신규 대출을 크게 늘린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도 국제 상품 가격 인상을 통해 중국의 인플레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궈 소장은 이 같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내년 중국 정부의 기조를 “재정확대, 통화긴축(寬財政 緊貨幣)”이라고 말했다. 재정정책은 확대 기조를 유지하지만 과거 도로 보수 등의 투자보다 의료 등 사회 안전망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는 쪽으로 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내년 6월까지 추가로 2∼3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은 핫머니 유입을 늘리는 등 부작용이 크지만 실질금리를 마이너스로 만들어 자산 거품을 만드는 문제가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10∼10.5%에 이르고 내년에도 8%를 웃돌 것”이라며 “급격한 경기 둔화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8% 성장률을 유지해도 물가상승률이 6%에 이른다면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 물가상승률이 4% 안팎에 이르겠지만 경착륙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거품은 지방정부의 세원을 확대하는 식의 해법이 필요하다.” 궈 소장은 “토지 사용권 매각이 지방정부의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토지가 헐값에 팔리길 원하지 않는 지방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대한 세수 권한 이양을 확대하는 등의 세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궈 소장은 수출과 투자에 기댄 경제성장을 소비 의존형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서비스와 문화 산업 육성 등 산업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