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의 아버지] 긍정적 마음의 유전자
많은 어려움을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삶을 통해 긍정적인 마음의 유전자를 얻었기 때문이리라.

내겐 장성한 아들이 하나 있다. 아들을 대할 때마다 나는 가끔 “나는 옛날의 내 아버지처럼 행동하고 내 아들은 예전의 나같이 행동한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또 아들이 하는 행동을 바라보면서 ‘예전에 아버지가 나를 보셨을 때 어떤 마음을 가지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들을 키우면서 비로소 아버지의 마음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아들은 비교적 착실하고 내 말에 순종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들을 보며 항상 노심초사한다.

젊은 시절 많이 방황하고 엇나갔던 내 자신의 경험 때문인 듯싶다. 그런 나를 잠잠히 지켜보시며 스스로 돌아오기를 기다리셨던 아버지의 마음을 새삼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나는 조숙한 편이었다(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지금과 같은 180cm였다). 그래서 항상 내 나이를 넘어 중학생 때는 고등학생처럼, 고등학생 때는 대학생처럼 생각하고 행동해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어른들을 염려하게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런 나를 대하실 때 엄하기는 하셨지만 내 생각이나 결정을 존중해 주셨다. 원칙을 정한 부문에는 굉장히 엄격하셨기 때문에 가끔은 아주 가혹한 벌을 내리기도 하셨다.

그런데 원칙이나 규정을 선천적으로 싫어하는 나로서는 가끔 아버지가 생각하시는 선을 넘을 때가 있었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당시 나이로는 다소 가혹한 벌을 주셨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어머니가 계시지 않은, 아버지와 나 단 둘만 있는 자리는 최대한 피할 정도로 아버지를 어려워했다.

그러나 한편 아버지는 일찍부터 내 의견을 들어주시고 존중해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외아들인 내게 강한 독립심을 길러주시기 위해 특별히 마음을 많이 쓰셨던 것 같다.

아마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내게 온 편지를 어머니가 궁금해 뜯어보셨는데 나보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더 화를 내셨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생활비를 주지 않으셨다.

대신 당시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몇몇 회사에서 일을 하게 해 월급을 받게 하는 등 재정적으로도 빨리 독립할 수 있도록 하셨다. 그리고 당시에는 많은 친구들이 군대에 가지 않거나 방위로 근무했는데, 아버지는 반드시 군대에 가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섭섭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아버지는 자식을 키우는 동안 마음이 가는 대로 애정을 표현하거나 살갑게 대하지는 않으셨다. 하지만 지금 내가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 처지에서 다시 생각해 보면, 아들을 더욱 강하고 독립적으로 키우기 위해 훨씬 어려운 길을 택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살아온 인생은 한국의 격변기와 고스란히 궤를 같이했다. 우리 현대사에 수많은 굴곡이 있었듯이 당신의 삶도 많은 실패와 고난을 겪으셨다. 내 기억에 7번의 사업을 실패한 후 8번째에 이르러서야 크게 성공을 일구셨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사업마저도 결국엔 큰 실패로 마감하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잃지 않으셨고 실패할 때마다 새로 시작하셨다. 내 삶도 유독 많은 어려움과 실패가 이어졌다. 나는 지금 주변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자랑거리가 있다면 남보다 많은 실패를 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많은 어려움과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삶을 통해 긍정적인 마음의 유전자를 얻었기 때문이리라.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한 후에도 쉬지 않으셨다. 예순이 넘어서도 선교회가 운영하는 작은 출판사에서 관리부장 일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20여 년간 일하시다가 얼마 전 팔순이 되어서야 비로소 은퇴하셨다.

일하시는 마지막 날까지 온 마음을 기울여 성실과 감사한 마음으로 업무에 열중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80세까지 어떠한 일이 맡겨지더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일해야겠다고, 아버지를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 나의 아버지] 긍정적 마음의 유전자
도기권 (주)운화 회장

1957년생. 83년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85년 미국 듀크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90년 씨티뱅크 코리아 마케팅, 소매금융영업 담당 이사. 99년 굿모닝증권 사장. 2002년 굿모닝신한증권 사장. 2001년 IYF 회장(현). 2005년 (주)운화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