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국 기업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전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와 기업들에는 새로운 기회도 가져다주었다.중국은 자체 내수 부양 정책을 통해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을뿐더러 막대한 외화보유액을 앞세워 일약 전 세계 제2의 해외투자 국가로 떠올랐다.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 범위 내에서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M&A)과 컨소시엄을 통해 자원을 선점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노하우도 습득하는 한편 하이테크도 접목하면서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의 거듭되는 발전을 거쳐 선진국으로부터 투자를 받던 나라에서 해외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임가공을 이용해 저렴하고 단순한 제품을 수출하는 제조업 대국에서 하이테크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 발전시키는 첨단 국가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환경오염의 발생지라는 이미지를 씻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는 211억6000만 달러에서 565억3000만 달러로 2.67배 급증했다. 중국의 2009년 해외 직접투자의 72%는 주로 아시아 국가들이며, 주요 업종은 임대·상업 서비스업(36.2%), 채굴 광산업(23.6%) 및 금융업(15.5%)이다.
해외 M&A의 주요 해외 대상 지역은 호주와 아프리카인데, 향후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 국가로 발전해 나갈 전망이다. 중국 기업들이 세계무대를 중심으로 역동적인 활동을 벌이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저력은 무엇일까.
국유 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중심축 이동
중국 자체의 내적인 원인과 글로벌 국가와 기업들의 경제 상황 등 외적인 원인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내적 요인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적극적인 M&A를 진행하고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법률 보호, 세금 혜택, 자금 지원, 이자 혜택 등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법률 보호 측면에서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2009년에 ‘해외투자 관리 방법’을 지정했다. 또한 세금 혜택 측면에서 수출 환급세와 세금 감면을 통해 해외투자 기업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 주고 있다.
한편 자금 지원과 이자혜 택 측면에서 중국 상무부와 재경부는 공동으로 ‘2010년 대외 경제 합작 전문 자금 신청 통지’를 채택했다.
관련 통지문에 따르면 자금 직접 지원 측면에서는 사전 법률, 기술 및 비즈니스에 대한 컨설팅 비용, 탐사와 조사비용, 가능성 보고서와 평가 보고서 편집 비용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두 번째는 막대한 외화보유액의 효과적인 이용이다. 중국의 외화보유액은 2000년 12월 1656억 달러에서 2010년 9월 2조6483억 달러로 10년 사이에 무려 16배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외화보유액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미국·일본·한국을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국채를 매수하는 동시에 해외 자원 확보와 유수 기업에 대한 M&A에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위안화 절상에 따라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것도 한몫했다. 중국의 위안화는 2005년 7월부터 절상되기 시작해 올해 11월 말 현재까지 약 20% 절상됐다.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을 인수할 때 예전보다 더욱 적은 자본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낙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위안화 절상은 중국의 해외 자원, 특히 유전 입찰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 중국 기업의 사업 다각화와 선진 기술 습득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 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성장 모델과 해외 유수 기업에 대한 M&A를 통한 브랜드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해외 우량 기업들의 M&A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해외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과의 합작 혹은 M&A를 통해 선진 기술을 장악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레노버의 IBM PC 부문 인수와 지리자동차의 볼보자동차 인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태양광 톱10 중 6개가 중국 기업
중국 기업들의 해외투자와 해외 기업 M&A는 주로 채굴광 산업, 석유 업종, 자동차 업종 등 3가지 업종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06년부터 2010년 상반기 3개 업종의 해외 M&A 규모는 전체 거래량 중에서 27.9%를 차지하고 총 거래 규모의 61%를 차지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중국 기업의 해외 광산 자원에 대한 M&A는 총 91건으로 319억 달러에 달하며 2010년 상반기에만 17건을 완성했다. 한편 석유 업종은 2005년 이후 총 46건의 해외 M&A를 완성했고 거래 규모는 444억 달러에 달한다.
2005년부터 2008년 사이 중국의 자동차 업종에서 총 12건의 해외 M&A를 완성했으며 그 가치는 13억 달러에 달한다. 2009년부터 금년 상반기까지 11건의 해외 M&A를 완성했으며 그 규모는 25억 달러에 달한다.
2010년 상반기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는 아주 활발하게 진행됐다. 특히 에너지 분야의 해외 M&A가 주류를 이뤘다. 그 이유는 중국 경제 발전의 이면에는 에너지 부족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중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55%를 웃돌고 2020년에는 70% 이상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천연가스 공급도 심각하게 부족하다.
에너지를 원활하게 공급받기 위해 페트로차이나·시노펙·CNOOC·시노캠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호주·캐나다·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에서 해외 유전 개발과 M&A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선화에너지와 옌저우석탄도 호주에서 석탄 광산을 사들이고 있다.
한편 안스틸과 우스틸은 호주와 캐나다에서 철광석을 확보하기 위해 합작 파트너의 지분을 매수하고 있으며, 비철금속 관련 국유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해외 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M&A뿐만 아니라 수출과 자국 내 시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회사 상위 10개 중 6개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생산능력의 60%가 넘는다. 선테크파워·잉글리그룹·징롱그룹은 원가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로 이미 세계적인 태양광 회사로 거듭났다.
현재는 비록 80%를 수출에 의존하지만, 중국 정부는 태양광 업종에 향후 10년간 2000억~3000억 위안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돼 내수 시장 확대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자동차 및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발전 계획’의 초안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1000억 위안을 투자하고 2020년까지 신에너지 자동차 보유량을 500만 대까지 늘릴 것으로 계획돼 있어 BYD를 비롯한 중국의 로컬 자동차 회사들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중국 기업의 해외 M&A와 글로벌 시장 진출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국유 기업들이 주류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자체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이 정부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아 국유 기업뿐만 아니라 유수한 민간 기업들도 해외 M&A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에너지와 자동차 등 중공업 산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서비스업을 비롯한 금융업에도 적극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주시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리서치센터 센터장
1997년 중국 베이팡(北方)공업대 경제학부 졸업. 2002년 서울대 경제학 석사. 2002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중국경제 담당. 2007년 7월 우리투자증권 베이징리서치센터 센터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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