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여진과 부동산

북한의 연평도 포격 여진이 수그러들지 않자 수도권 북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모처럼 부산·대구 등 남쪽에서 불고 있는 청약 열기가 수도권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북풍(北風)’이 강하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천 송도·청라지구를 비롯해 식사지구 등 대단지에 쌓여 있던 미분양 물량이 일부 소진되면서 온기를 잔뜩 기대했던 건설 업체들은 또다시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버릴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수도권 북부 지역은 남북한 해빙 무드가 불고 금강산 관광, 개성 관광이 절정을 이룰 때 비무장지대의 땅값이 무섭게 오를 정도로 투자자들이 몰리던 곳이다. 하지만 이번 연평도 포격으로 북한의 군사적 야욕이 여실히 드러남에 따라 수도권 북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의 소강상태가 오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남북한 대치 길어지면 주택 시장에 악재

   /강은구 기자 egkang@  2005.10.13
/강은구 기자 egkang@ 2005.10.13
수도권 북부에는 유난히 신도시와 대규모 택지지구가 많다. 일산신도시를 비롯해 한강신도시·파주신도시·검단신도시·식사지구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특히 일산신도시는 ‘국방’과 관련이 깊다. 일산신도시의 탄생 배경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정부는 1988년 9월 13일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산본·평촌 등에 대규모 택지 개발을 발표했으나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이듬해 4월 27일 일산신도시 건설을 포함한 2차 주택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5년이 흐른 뒤 일산 신도시가 갑자기 뉴스의 초점으로 부상한다. 서울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18.23km 떨어진 일산신도시가 군사적 목적으로 건설됐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1994년 7월 당시 이병태 국방부 장관이 ‘일산 아파트는 대전차 장애물’이라고 밝혀 소동이 일었다.

병풍처럼 늘어선 일산아파트가 북한의 전차 공격을 막는 대전차 장애물이라면 그곳 주민들은 전차 공격을 육탄으로 막아내는 소모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는 일산신도시를 계획하면서 군과 협의한 것은 맞다. 일산은 군사작전 지역으로 군과 협의하는 것은 필수 사항이다. 다만 신도시 건설 목적이 수도권 집값 안정이냐 군사전략이냐 하는 것이었다.

물론 전쟁이 발발하면 광활한 지역에 늘어선 아파트가 적의 대전차 공격을 막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방팔방으로 확 뚫린 도로가 많아 전차 기동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결국 대전차 장애물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수도권에서 건물을 지을 때 이처럼 군과 부딪칠 때가 많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짓는 제2롯데월드가 공군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허가를 받는데 오랜 시일이 걸린 것도 마찬가지다. 파주에서 공장을 짓던 중소기업 사장도 비슷한 이유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바로 옆에 있는 LG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은 허가를 내주면서 자신의 공장 굴뚝이 기관총 사격 방향에 걸린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애를 태웠기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가격 하락 우려가 있었지만 시장 반응은 민감하지 않았다. 수도권 북부 지역도 집값보다는 거래와 분양 시장에만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북한의 도발 때도 수도권 집값은 큰 변동이 없었다. 물론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핵실험 등 북한 리스크에 너무 둔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남북한 대치 상황이 길어지거나 확대되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수도권 주택 시장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실수요자들은 고려해야 한다.

김문권 편집위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