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페트로차이나

페트로차이나는 중국 최대 석유 생산 기업이다. 중국 내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의 60%와 80%를 차지한다. 국내외 증시 상장 10여 년 만에 미국 석유회사 엑슨모빌과 시가총액 세계 1, 2위를 다툴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 3월 말 파이낸셜타임스(FT) 선정 시가총액 500대 기업 가운데 엑슨모빌을 제치고 시총 1위 자리를 꿰찼다. 뉴욕·홍콩·상하이 증시에 동시 상장돼 있는 페트로차이나의 당시 시총 규모는 3293억 달러로, 2위인 엑슨모빌보다 130억 달러 이상 많았다.
[2010 한중일 100대 기업] 해외 유전 ‘싹쓸이’…세계 시총 1위 등극
10년간 6000억 달러 해외 M&A에 투자

해외 유전 확보 등 공격적인 투자 덕분이다. 지난해에만 해외에서 9건의 석유 및 가스 개발 계약을 했다. 이 가운데 4건은 각각 연간 1000만 톤 이상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빅딜이다. 이미 가동 중인 해외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가 29개국 81건으로 2005년 말의 22개국 58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해외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량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 22% 늘어난 6962만 톤(하루 139만 배럴), 82억 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 자원 생산 규모가 최근 5년간 매년 15% 이상 성장했다.

페트로차이나의 고성장 배경에는 폭발하는 원유 수요가 있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의 석유 소비는 93% 증가했다. 중국은 필요한 원유의 55%를 수입한다. 페트로차이나가 해외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중국의 에너지 수요는 앞으로도 2035년까지 75% 늘어나 글로벌 수요 증가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페트로차이나의 전신은 정부 부처다. 계획경제 시절엔 원유 생산을 부처가 담당했기 때문이다. 1955년 설립된 석유공업부가 그것이다. 이후 연료화학공업부·석유화학공업부·석유공업부 등으로 부처명이 바뀌었다가 1988년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라는 국유 기업으로 전환됐다.

중국 정부가 대부분의 국유 석유 및 가스 기업을 2개 대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과 시노펙(중국석화)으로 헤쳐 모이게 한 게 1998년이다.

당시만 해도 CNPC는 석유 생산, 시노펙은 정유 사업에 주력했지만 지금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페트로차이나는 바로 CNPC의 간판 자회사다. CNPC가 상장을 위해 세운 주식회사로 2000년 4월 뉴욕과 홍콩 증시에 상장됐고 상하이 증시에는 2007년 말 기업공개(IPO)했다.

페트로차이나는 향후에도 해외 사업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10년간 600억 달러를 해외 인수·합병(M&A)에 쏟아 부을 예정이다. 더욱이 중국의 12차 5개년계획이 끝나는 2015년 말까지 전체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량의 절반을 해외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쿠바에 있는 정유 공장의 확장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해외 사업 확대의 일환이다. 쿠바와 베네수엘라 국영기업이 공동으로 소유한 정유 공장의 생산능력을 하루 6만5000배럴에서 15만 배럴로 키우는데 모두 60억 달러를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지난 11월 초엔 로열더치셸과 캐나다 오일샌드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또 러시아 최대 석유 생산 기업 로즈네프와도 북극 인근 해저 자원 공동 탐사에 나서기로 했다. 2015년까지 중앙아시아·아프리카·남미·중동·아시아태평양 등 5개 지역에 해외 석유 기업과 합작해 거점을 마련한다는 계획에 따른 행보다.

중국 동·서·남·북의 접경지대에 원유나 천연가스를 수송할 파이프라인 건설도 2015년까지 기본적으로 마무리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해외 프로젝트를 평가할 때 맹목적인 생산 자체보다는 수익성을 더 살피기로 해 해외 입찰에서의 베팅 규모가 예년에 비해 줄어들 수도 있음을 예고했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