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크기 논쟁이 길게 보면 우스운 이유
KT가 11월 30일 애플 아이패드를 발매했습니다. 11월 15일에는 SK텔레콤이 삼성 갤럭시탭을 내놓았죠. 아이패드는 9.7인치이고 갤럭시탭은 7인치입니다. 크기만 놓고 봤을 때 어느 게 낫다고 생각하십니까.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를 것이라고 봅니다. 어떤 사람은 화면이 커야 신문·잡지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할 테고, 어떤 사람은 7인치라야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다고 하겠죠.
9.7인치냐, 7인치냐 하는 논란은 10월 중순부터 불붙기 시작했습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7인치 태블릿을 “DOA”라고 공격했습니다. DOA=dead on arrival. ‘나오자마자 죽는다’는 뜻입니다.
잡스는 “7인치 태블릿은 스마트폰과 경쟁하기엔 너무 크고 아이패드와 경쟁하기엔 너무 작다”고 말했습니다. 다분히 갤럭시탭을 겨냥한 발언이었죠.
잡스가 이렇게 말하기 직전에는 애플도 7인치 아이패드를 내놓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습니다. 굳이 7인치 아이패드를 내놓지 않고 아이팟터치를 7인치로 키우면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었죠. 이런 추측은 잡스의 말 한마디에 쏙 들어갔습니다.
이런 논쟁에 대해 3년이나 5년쯤 후엔 뭐라고 할까요. “그때는 왜 그런 논쟁을 했지?”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냥 제 생각입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진화하면 디스플레이 크기를 얼마든지 키울 수 있고 늘릴 수도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손목시계 같은 디바이스에서 종이 신문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펼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광파리가 지어낸 얘기지만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 스웨덴 모바일 인터페이스 디자인 회사 TAT(The Astonishing Tribe)가 9월 1일 공개한 ‘스크린 기술의 미래(Future of Screen Technology)’란 동영상을 보셨습니까.
2014년 어느 날 일상생활에서 디바이스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주는데 재미있습니다. 듀얼 스크린, 구부러지는 스크린, 와이파이 연결 거울, e잉크 스크린 책상….
알람이 울리고 잠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침대에 누운 채 스마트폰 옆구리에서 스크린을 뽑아 큰 화면으로 뉴스를 읽습니다.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면서 거울을 터치해 뉴스를 훑어봅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짬짬이 투명 칸막이 스크린을 터치해 뉴스를 읽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TAT는 다양한 실험을 거쳐 이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근거 없이 지어낸 얘기가 아니란 뜻입니다.
광파리에게는 휴대전화 옆구리에서 스크린을 잡아당겨 큰 화면으로 뉴스 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신문이 저런 형태로 바뀌겠구나, 잠옷 차림으로 현관까지 가서 신문을 집어올 필요 없이 침대에 누운 채 기사를 읽는 날이 오겠구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2014년이 너무 이르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 달 후 삼성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니 그리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삼성 동영상을 4개 봤습니다. 휘어지고 펴지고 3D까지 되는 아몰레드의 미래. 스크린을 쫙 펼치면 타블로이드 신문이 됩니다. 투명한 노트북 모니터도 인상적입니다. 종이처럼 얇아서 선풍기 바람에도 흔들리는 플렉서블 TV 스크린, 책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듀얼 스크린, 곡면에서도 선명하게 상이 맺히는 플렉서블 OLED….
꿈이 현실로 바뀔 날이 머지않았나 봅니다. 신문·잡지가 종이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점은 언제일까요. 전문가가 아니라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생각보다 빨리 오지 않을까요. 로스 도슨(Ross Dawson)이라는 미래학자는 종이 신문이 완전히 사라지는 시점을 국가별로 예측해 그림으로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미국은 2017년, 한국은 2026년, 중국은 2031년….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은 혁명적 변화의 첫걸음인 것 같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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