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을 위한 필수 아이템
필자는 남자는 추워도 춥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배운 세대다. 그래서 남자는 내복을 입고 있다가 들키면 부끄러워해야 할 때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 또한 실내 난방이 대부분 좋아 내복을 겨우내 입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그러나 오히려 한겨울보다 겨울로 들어가는 요즘의 계절 변화는 남자를 더욱 춥게 만든다. 하루 사이에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면서 말 그대로 순식간에 남자를 얼린다. 추위에 약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고 실속 있게 이 겨울에 대비하는 남자의 자세는 과연 무엇이 모범 답안일까.
작년에 입었던 옷에 한두 가지 아이템만 추가해도 올해의 멋쟁이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은 또 무엇이 있을까. 이런 겨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울 필수 아이템 4가지를 소개한다. 필요하다면 메모를 해놓는 것도 좋을 듯하다.
클래식하게 패딩 입기
보온할 수 있는 남성 최고의 아이템은 뭐니 뭐니 해도 패딩이 아닐까 싶다. 겨울 아이템으로서의 패딩은 기본적으로 보온성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주는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보온성에 너무 연연하다 보니 오히려 디자인적인 면이 무시돼 온 경향이 있어 패션에 민감한 사람들에겐 패딩이란 아이템은 시대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아이템으로 비쳐진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딩은 그 자체만으로 겨울 아이템 후보로는 최고다. 일단 가볍고 따뜻하다고 모두가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패딩에 대한 끊임없는 수요와 함께 시대별 트렌드가 접목되고 많은 디자이너들이 실루엣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함으로써 패딩의 다운사이징과 함께 본격적으로 패딩 디자인이 진보됐다.
최근의 패딩 제품들은 더욱 뛰어난 보온성과 함께 어떤 패션 아이템에도 뒤지지 않는 다양한 스타일과 룩을 제안하고 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기존의 패딩은 스포티한 느낌이 강한 아이템이었다.
직장인들이나 혹은 슈트를 자주 입는 사람들에게 패딩은 평상시 가까이 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혹시 입더라도 패딩과 슈트 사이에서 느껴지는 언밸런스한 느낌은 보는 사람까지 어색하게 만들어 공적인 자리에선 패딩을 입는다는 것이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걱정들은 댄디함으로 재무장한 새로운 개념의 패딩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소리인 듯하다.
유럽에서 패션 감각이 좀 있다는 사람들은 적어도 한두 벌 정도는 갖고 있다는 ‘몽끌레어’ 패딩은 국내에도 정식으로 수입돼 트렌드 세터 사이에서는 이미 겨울철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100만 원대부터 비싼 것은 1000만 원까지 호가하는 ‘몽끌레어’ 패딩은 가격 면에선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패딩으로 스포티함을 넘어서 클래식함까지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코트의 개념과 패딩의 개념을 합쳐 놓았다고 볼 수 있다.
명품 코트의 기준으로 가격을 비교한다면 오히려 가벼운 가격으로 이해할 만한 수준이다. 기존의 패딩이 점퍼식 디자인에 머물러 있다면 지금의 패딩은 다양한 코트 패턴에 패딩의 특징을 활용해 슈트와도 클래식하게 어울린다.
더구나 포멀한 아이템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빈폴’이 올해 출시한 패딩 베스트는 20만 원대의 가격으로 클래식하면서도 캐주얼하게 겨울나기에 도움을 줄 것이 확실한 제품이다.
우아하고 심플한 디자인과 미끄럼을 방지하는 탁월한 기능성을 지닌 드라이빙 슈즈는 클래식한 이탈리아 스타일의 편안한 착용감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완벽하게 어울리도록 만들어졌다.
이 슈즈는 1950년대 사용된 차 안에서 신는 신발에서 고안해 만들어진 것으로 캐주얼하면서도 시크한 모카 신이다. 품위가 유지되는 드라이빙 슈즈는 틀에 박힌 클래식에서 보다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또 신발 색과 보색이 되는 양말을 신거나 넥타이 색과 일치하는 양말을 신으면 좀더 멋스러워질 수 있다. 또한 단을 접어 입는 치노팬츠 면바지 등 다양한 코디에 어울리며 브라운·네이비·옐로·라이트블루 등 다채로운 컬러의 신발을 신어도 세련되면서도 센스 있는 차림으로 거듭날 수 있다.
더욱이 가벼운 고무 밑창과 부드러운 착화감이 특징으로 활동적이며 편안하다. 드라이빙 슈즈라는 이름처럼 운전 중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용도로 사용됐지만 요새는 운전할 때만 착용하는 신발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신을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청바지를 살짝 걷어 올린 캐주얼 차림에 토즈의 컬러 드라이빙 슈즈를 매치하거나 올해 트렌드 컬러인 카멜·올리브그린 색상의 슈즈를 기본 검정 팬츠에 신기만 해도 그대로 센스 만점 ‘직딩’이 될 것이다.
남성의 입술은 겨울에도 보호받아야
겨울철엔 입술이 트는 남성들이 적지 않다. 늘 시달리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입술 질환이다. 입술이 트고 갈라지거나 물집이 생기면 차고 건조한 날씨나 피로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
남성이라고 무심하게 넘어가다가는 미관상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화를 촉진하고 갈라진 입술로 상처에 세균이 침투해 더 큰병을 유발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침을 바르면 수분 증발 후 더 건조해져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 입술이 갈라지고 트게 된다. 덥고 습한 여름철보다 차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겨울철에 자주 발생한다. 아토피 질환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입술이 잘 튼다.
입술을 자주 깨물거나 빠는 습관도 입술 질환의 원인이 된다. 입술이 마르거나 트면 습관적으로 침을 바르는 사람이 있다. 침이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라도 침이 증발되면 원래 입술에 있던 수분까지 빼앗아가 더욱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좋지 않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입술이 건조해지기 쉬우므로 적절한 유분 및 수분 공급이 중요하다. 따라서 외출 전 적절한 유·수분 공급을 위한 입술 전용 보호 크림을 발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요즘 같은 날씨에는 입술이 쉽게 트고 거칠어질 수 있으므로 입술 전용 보호제를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바르는 것이 필수다. 더욱이 식사 후엔 입술에 묻은 찌꺼기를 잘 닦아내고, 다시 발라줘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요새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만큼 립밤을 바르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랩 시리즈(2만 원대)는 입구가 튜브로 되어 있어 손가락에 짜서 바를 수 있는 형태로 우리 남성들도 거부감 없이 바를 수 있다. 스틱형으로 되어 있어 바르기 간편하고 바르는 즉시 흡수돼 부담스럽지 않은 니베아 포맨 립밤(4000원대), 유리아쥬(1만 원대)는 구하기도 쉽고 추천 할만하다.
애인 손길 같은 캐시미어 니트
지적인 스타일도 유지하면서 티 나지 않게 추위도 막고 싶다면 캐시미어 니트가 제격이다. 두껍고 투박한 울 스웨터와 달리 캐시미어 니트는 얇아도 보온성이 무척 뛰어나다.
또 촉감이 부드럽고 윤기가 ‘자르르’ 흘러 입었을 때 단연 돋보인다. 부드러운 감촉과 보온성, 가뿐한 느낌 때문에 캐시미어는 ‘섬유의 보석’이라고 불린다. 본래 캐시미어는 인도 카슈미르 지방의 캐시미어 염소나 티베트산 염소의 연한 털을 사용해 가늘게 짠 능직을 가리킨다.
그러나 오늘날은 산양의 캐시미어 털을 평직 또는 능직으로 짠 후 털의 결을 한쪽으로 가지런히 눕혀 광택을 낸 것을 가리킨다. 최고급 캐시미어는 산양의 가는 솜털만 뽑아 만드는데 산양 한 마리에서 1년 동안 100~500g 정도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예전부터 유럽의 왕족이나 귀족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캐시미어는 무게가 가벼울수록 상품(上品)으로 친다. 또 최상급 소재로 만든 100% 캐시미어 소재는 염색도 잘돼 색깔부터가 차이가 난다. 문제는 까다로운 공정과 값비싼 원료 때문에 가격이 무척 비싸다는 점.
그래서 한 벌에 100만 원을 호가하는 말로나 로로피아나, TSE 등의 캐시미어 니트는 직장 남성인들에게는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캐시미어 아이템을 내놓은 브랜드가 속속 등장해 젊고 주머니 얇은 남성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클럽 모나코의 캐시미어 니트는 20만 원대로 여성용과 남성용이 비슷한 디자인으로 구비돼 있어 여자 친구와 커플룩으로 해도 좋은 아이템이다. 캐시미어는 고급 천연 소재이기 때문에 착용 후에는 반드시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어 옷을 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의건 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
1994년 호주 매쿼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 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 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보그, 바자, 엘르, 지큐, 아레나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250,000,000 버블 by 샴페인맨’ ‘행복한 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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