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화, 세계 최초 식물 줄기세포 분리 배양 성공

대기업도 아닌 국내 중소기업 ‘(주)운화’가 깜짝 놀랄 일을 해냈다. 그동안 세계 생물학계와 관련 산업계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식물 줄기세포 분리·배양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활용 가능성과 효용성이 무궁무진한 식물 줄기세포 분리·배양 성공을 통해 한국은 미래 산업의 핵심인 BT(Bio Technology) 강국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의학적·산업적 부가가치는
줄기세포(Stem Cell)는 생명체의 모든 조직과 기원이 되는 미분화 상태의 세포를 말한다. 분화 과정에 따라 성체의 어느 부위로도 성장이 가능한 만능 세포가 바로 줄기세포다. 지난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스캔들 이후 주춤했던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는 지금도 기술력만큼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흔히 이야기하는 줄기세포가 식물에도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식물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오히려 동물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생장하고 뿌리·줄기·잎·열매 등의 기관으로 분화해 간다.

동물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의학적·산업적 가능성이 엄청난 것과 마찬가지로 식물의 줄기세포도 이용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년 된 산삼의 줄기세포를 분리해 배양하면 많은 사람들이 값싼 비용으로 100년 묵은 산삼의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는 영화 같은 설정이 현실에서 가능해지는 것이다.

식물의 줄기세포는 동물의 그것에 비해 윤리성·안정성·효율성 면에서 몇 배는 더 뛰어나다. 당장 항암제 성분의 60%가 식물에서 유래하고 있고, 지금까지 밝혀진 식물 유효 성분만 10만여 가지에 이른다.

암·에이즈·말라리아와 같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규 물질 개발도 식물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 줄기세포 연구가 동물 연구에 비해 뒤처지고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뭘까.

식물의 줄기세포는 분열조직이라는 특수한 구조 안에 존재하는데, 수백 년 동안 식물이 성장할 수 있게 하고 새로운 기관을 생성하는 근본이 된다. 하지만 형성층이라는 곳에 위치한 줄기세포는 세포의 크기가 워낙 작고 세포막도 매우 미세하다.

또 조직 깊은 곳에 극미량만 존재해 분리 과정 중에 손상되는 게 필연적이다. 지금까지 식물의 줄기세포는 배양은커녕 분리조차 어렵다는 것이 전 세계 학계의 정설이었다.
의학적·산업적 부가가치는
세계적 과학 저널에 논문 실려

지난 10월 25일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는 ‘식물 줄기세포 분리·배양 기술 및 바이오 프로세스의 혁신 가능성’에 대한 논문이 실렸다. 쉽게 말하면 식물의 줄기세포를 분리하고 배양하는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영국 에든버러대 게리 로크(Gary Loke) 교수는 “이것은 최초로 생성된 안정적인 식물 줄기세포”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학 연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며, 막대한 상업적 잠재력을 지닌 최첨단 연구”라고 밝혔다. 학계와 산업계를 뒤흔들 역사적 성과를 이끈 곳은 국내 바이오 기업인 ‘(주)운화’다.
의학적·산업적 부가가치는
운화의 도기권 대표는 논문이 발표된 10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식물 줄기세포의 분리에 성공, 대량 배양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미 2005년에 식물 줄기세포의 분리에 성공한 운화는 2006년부터 운화과학기술원(원장 이은경)과 세계적 생명공학 연구 기관인 영국 에든버러대 세포분자식물생물학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통해 유전적 특성을 규명했고 이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게재함으로써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식물 줄기세포를 분리·배양하는 기술은 식물의 유효 성분을 이용하는 모든 분야, 이를테면 천연물 신약 등 의약품·식품·화장품·생활용품 등 실용 가능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식물 줄기세포 분리·배양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된 운화의 기술력을 통해 한국은 미래 바이오기술(BT) 산업의 핵심이랄 수 있는 식물 줄기세포 강국으로 거듭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화는 분리·배양에 성공한 식물 줄기세포를 ‘또별 ’이라는 이름으로 상표화하고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섰다. 현재 운화는 한 달에 식물 줄기세포 1톤, 식물 줄기세포 추출물 10톤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를 3개월 안에 각각 3톤, 30톤 수준으로 증산할 계획이다.

또한 대량생산을 위해 전라북도 전주에 15톤 탱크 4세트를 포함한 100톤 규모의 설비를 2011년 말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운화는 2009년 3월 미국 현지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일본·홍콩·중국·러시아에 현지법인을 운영하며 글로벌 사업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미 15개국에서 물질·방법·용도 등 총 96개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 사진 =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