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테크놀로지가 만나다
음식이 첨단 정보기술(IT)과 결합하고 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를 도입하는 식당이 등장했는가 하면 터치스크린 등 컴퓨터 첨단 기술이 식당 비즈니스를 혁명적으로 뒤바꿀 태세다.최근 뉴욕 맨해튼 소재 식당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아이디어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 레스토랑들은 ‘그루폰’ 등 지역 할인 쿠폰 회사와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마케팅에 활용해 왔다.
이제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식당 운영의 핵심 기법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끌어들여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의 식당 체험이 앞으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맨해튼 매디슨 애비뉴의 40번째 거리에 있는 ‘포푸드(4Food)’라는 햄버거 가게. 일종의 패스트푸드형 레스토랑인데 입구에 들어서면 식당이라기보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판매하는 매장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여기에서는 손님이 직접 자신이 마음에 드는 햄버거를 만들어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자신이 만든 햄버거가 팔리면 돈도 벌 수 있다. 참여·공유·개방의 ‘웹 2.0’ 철학을 식당 운영에 활용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도넛 모양을 한 패티(쇠고기·양고기·터키·야채·연어 등)에다 다양한 재료를 결합할 수 있다. 주문은 예전 방식으로 카운터에서 할 수도 있지만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 식당 내에 비치된 6대의 아이패드를 이용해 온라인 주문 시스템으로 주문한다.
이곳이 소셜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햄버거에 별도의 이름을 붙여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홍보하고 돈을 벌 수 있게 한 점이다. 과거 식당들은 입소문에 의존해 왔다.
얼마 전부터는 TV나 신문에 실리는 ‘맛집 소개’가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가 최근에는 블로그들의 포스팅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입소문이 식당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큰돈 들이지 않고도 엄청난 마케팅 효과
지난 8월 총 11개의 매장을 오픈한 포푸드는 창작 햄버거를 메뉴에 올린 고객에게 일종의 ‘앱 개발자’처럼 한 개가 판매될 때마다 25센트를 지급한다. 식당은 사이트에 ‘빌보드 차트’를 만들어 잘 팔리고 있는 햄버거 ‘톱 10’을 올려준다.
햄버거 개발자는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등에서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 나서게 돼 식당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얻게 된다. 포푸드는 위치 정보를 알려주는 포스퀘어와 제휴, 고객들이 쉽게 매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면 된다.
게다가 줄어든 마케팅 비용으로 좀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구입하는 이점도 있다. 지난 8월 첫 매장을 오픈한 포푸드는 앞으로 유니온스퀘어와 컬럼버스 서클 등 맨해튼에 5개 점을 열고 브롱스·브루클린·퀸즈 등 뉴욕시 11개 지역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또 맨해튼 6번가 30번째 스트리트에 있는 1850㎡(560평) 규모의 ‘푸드파크(FoodParc)’는 푸드코트에 테크놀로지를 결합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터치스크린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식당이라기보다는 전자 제품 판매 매장에 잘못 들어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보통 푸드코트에 들어서면 ‘뭘 먹을까’ 하고 한 바퀴 돌아보고 난 뒤 주문하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터치스크린으로 다양한 주문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햄버거를 주문할 때 베이컨이나 치즈를 추가할지, 야채와 소스는 어떤 것을 택할지, 패티의 굽기 정도는 어느 정도를 할지 등 디테일한 사항을 터치스크린으로 택할 수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영수증과 함께 주문 번호가 나온다. 자리에 앉아 자신의 번호가 대형 모니터 화면에 뜨면 음식을 가지러 가면 된다. 음식은 햄버거·파스타·샌드위치·만두·롤 등이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IT와 레스토랑의 결합은 새로운 조류로 자리 잡을 조짐이다. 더욱이 소셜 네트워크는 향후 모든 비즈니스의 모델을 뒤바꿀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비즈니스에 이를 결합하려는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뉴욕(미국)= 한은구 한국경제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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