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왜 강한가

‘2010 한국의 베스트 로펌’ 조사에서 쟁쟁한 다른 로펌들을 크게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 자타 공인 한국 최고의 로펌으로 평가받는 김앤장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김앤장의 가장 큰 경쟁력이 ‘인재 경영’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앤장은 로펌 업계에서 ‘변호사 사관학교’로 통한다. 로펌이 변호사를 영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는 변호사를 채용하는 것. 둘째, 판검사를 그만두고 나와 변호사 개업을 하는 변호사를 채용하는 것이다. 대부분 로펌들이 그렇듯 로펌 채용의 대부분은 사법연수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우수한 변호사를 선발하는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전통은 김앤장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1976년 모두 60명을 뽑는 16회 사법시험에 차석 합격하고 연수원을 수석으로 마친 정계성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수료생으로 처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하게 됐다. 정계성 변호사의 합류는 연수원 출신의 우수한 변호사들이 속속 김앤장으로 오게 되는 촉매제가 됐다.

이후 김앤장에는 1974년 서울대 법대를 수석 졸업한 정경택 변호사, 서울대 법대와 예일대를 졸업한 후 합류한 조대연·김용갑· 양영준 변호사, 1975년 서울대 전체 수석 졸업자이자 1977년 사법연수원을 수석 졸업한 신희택 변호사, 1973년 서울대 법대에 수석 입학한 박준 변호사 등이 합류하며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1세대로 불리는 초창기 시니어 그룹을 형성하게 됐다.

이후 사시 21회 수석 최동식 변호사, 25회 차석 박성엽 변호사, 연수원 17기 차석 신필종 변호사, 연수원 20기 수석 서정걸 변호사, 사시 31회 차석 김도영 변호사, 연수원 27기 차석 심희정 변호사 등 우수한 실력을 갖춘 변호사들이 속속 합류하며 오늘날의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이끌고 있다.

김앤장 측은 “사법시험 수석 및 차석, 연수원 수석 및 차석 등을 비롯한 수많은 우수 인력들을 확보하고 이를 ‘김앤장맨’으로 키워낸 것이 지금의 성장을 이룬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2010 한국의 베스트 로펌] 변호사 ‘사관학교’…팀플레이 ‘강조’
‘인재 경영’ 앞장…전문화·대형화 선도

또한 지금의 김앤장은 이들 시니어 변호사들의 미래에 대한 탁월한 예측과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법률 시장 개방을 앞둔 지금 로펌 업계의 큰 화두인 ‘전문화와 대형화는 김앤장이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해 온 과제다.

‘인재 경영’을 뒷받침하는 ‘유연한 조직 형태’ 역시 김앤장의 큰 경쟁력이다. 1973년 소규모 사무소로 설립된 김앤장은 현재 국내 변호사 380여 명 등 750여 명의 전문 인력이 근무하는 동양 최대 규모의 법률사무소로 성장했다.

하지만 김앤장은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사적 자치의 원칙(계약 자유의 원칙) 토대 위에 구성원 사이의 합의·위임·신뢰에 기초해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김앤장은 각 업무 분야별로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김앤장을 대표하는 공동대표 변호사들은 각 업무 분야의 조정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업계에서는 김앤장이 설립 후 지금까지 구성원 사이에 조직 운영을 둘러싼 다툼이 없이 원만하게 운영돼 온 것이 바로 이 같은 원칙에 따른 운영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이와 함께 김앤장은 ‘팀플레이’를 강조한다. 로펌의 홍보 자료를 보면 로펌마다 ‘원스톱 토털 서비스(One Stop Total Service)’를 강조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수십 명의 변호사가 모여 분업의 형태로 일을 처리하는 로펌은 단 한 번의 사건 의뢰에 고객의 모든 고민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종합적인 솔루션을 지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펌을 찾아온 의뢰인의 일을 처리하다가 특허 쪽 문제가 제기되면, 이 분야는 특허사무소나 특허전문 법률사무소에 가서 해결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특허든 조세든 사건을 맡은 로펌 내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시간도 적게 들고 보다 완벽한 처방을 의뢰인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로펌마다 많은 변호사를 확보해 전문 분야를 늘리고 가급적 파생 수요가 생길 수 있는 분야 위주로 영역을 확대해 가는 것도 다 이런 배경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원스톱 서비스’가 로펌이 추구하는 법률 서비스의 목표라면 이를 도출해 내는 내부 시스템은 변호사들 사이의 팀플레이다. 팀플레이는 로펌을 이야기할 때 경쟁력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전문화와 직결돼 있다.

발달된 로펌일수록 수십 개의 팀을 운영하며 전문화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얼마만큼 팀을 잘 짜서 고객의 수요에 부응하느냐가 로펌의 명성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건에 따라 그때그때 전문 인력을 뽑아 팀을 구성하는 게 보통이며, 팀 구성의 유연성과 전문성의 깊이가 로펌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이 같은 ‘팀플레이’ 방식을 업계 최초로 도입해 심화 발전시킨 로펌이 바로 김앤장이다.

“밤에도 낮처럼 일한다”
[2010 한국의 베스트 로펌] 변호사 ‘사관학교’…팀플레이 ‘강조’
김앤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유학을 다녀 온 7~8년 차 이상의 선배 변호사, 아직 유학을 가지 않은 5~6년 차 미만의 후배 변호사가 기본적으로 한 팀을 이뤄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물론 사건의 규모와 복잡성에 따라 더 많은 수의 변호사가 한 팀을 이루게 된다.

실제로 규모가 큰 인수·합병(M&A)건 등에는 20명 이상의 변호사가 한 팀으로 일하기도 한다. 여기에 세무·회계 등에 정통한 회계사, 지식재산권 업무에 정통한 변리사 등 각 분야의 실무 전문가들이 업무 성격에 따라 함께 팀을 이루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법률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그때그때 사건별로 새롭게 팀을 꾸리며 경험 많은 선배 변호사의 조율에 따라 각자 맡은 바 업무를 처리한다. 단, 업무상 의사결정은 선배 변호사에 의해 이뤄지기 보다 각자 철저한 리서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상호 토론에 따라 이뤄진다.

이슈의 핵심을 짚어내고 업무 진행 방향을 이끄는 것은 선배 변호사지만 실제로 관련 법령을 연구하고 국내외의 사례를 꼼꼼히 분석하고 검토하는 리서치는 후배 변호사들이 맡는다.

김앤장 측은 “사안의 구체적인 결론은 후배 변호사의 리서치 결과에 기초해 여러 변호사들이 상호 토론을 거쳐 도출하고 있다”며 “아무리 선배 변호사의 논리라고 하더라도 허점이 있으면 후배 변호사들이 그대로 넘어가는 법이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런 치열한 리서치와 토론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아무리 어렵거나 복잡한 사건도 점차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해결책을 찾기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김앤장 측은 이 같은 업무 스타일은 세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 일반 회사의 보고 라인처럼 결재 과정을 거치면서 내용이 자주 바뀌거나 시간이 걸리는 일이 없이 전체적 토론에서 바로 결정되는 신속성과 효율성을 갖게 된다.

둘째, 선배들이 토론 과정에서 후배들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할 기회가 된다. 셋째, 신중한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에 소위 말프랙티스(Malpractice:잘못된 업무 수행)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김앤장은 사무실의 운영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변호사 영입, 이해 충돌(conflict) 여부 체크, 공익 활동 등에 관한 사항들은 각각 담당 운영회가 구성돼 있어 이를 상시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김앤장 관계자는 “오늘날 김앤장이 얻은 명성은 밤에도 낮처럼 일하는 변호사 및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이룩됐다”며 “김앤장과 같이 적어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로펌들은 바로 이러한 구성원들의 자기희생과 일에 대한 열정으로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사와 함께 성장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