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레이지’

일본 관동지방의 최대 폭력 조직 산노우회 소속 이케모토(구니무라 준 분)는 본부로부터 무라세 조직과의 친밀한 관계를 지적받는다. 이케모토는 부하 오토모(기타노 다케시 분)에게 무라세 조직 처리 문제를 떠맡기고, 무라세 조직은 오토모가 만든 함정에 걸려든다.

무라세 조직의 행동대장 기무라는 오토모에게 사과하러 왔다가 오히려 얼굴에 난도질만 당한다. 오토모는 듬직한 오른팔 미즈노(시이나 깃페이 분)와 자금 관리원 이시하라(가세 료 분)를 중심으로 무라세 구역을 접수해 매춘, 마약 밀매, 사설 카지노 경영에 나선다.
[영화] '문명' 속의 '정글'을 파헤친 수작
기타노 다케시가 처음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그 남자 흉폭하다’, ‘소나티네’, ‘하나비’ 등의 야쿠자 액션 영화들을 통해서였다. 그는 날것의 폭력을 무표정하게, 시선을 피하지 않고 드러내되 침묵과 시적인 아름다움을 그 사이사이에 채워 넣었다.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정중동에 관한 기타노 다케시의 본능적인 감각, 극도의 서정과 극도의 폭력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그 감각 때문에 가능했다.

다케시가 오랜만에 야쿠자 장르로 복귀한 신작 ‘아웃레이지’는 그러나 전작들과 사뭇 다르다. ‘아웃레이지’는 기타노 다케시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많은 대사를 쏟아 붓는 영화다.

칼과 총과 끈과 심지어 수류탄까지 등장하는 살상무기들의 폭력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향해 경멸과 증오를 토해내는 언어폭력의 수위가 무시무시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 가지 법칙이 필요하다. 첫째, 상대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질 것. 둘째, 상대방을 먼저 죽일 것.

야쿠자들은 의형제를 맺었더라도 바로 등 뒤에서 칼을 꽂을 수 있으며, 야쿠자에게 상납금을 받으며 그들에게 기생하는 비리 경찰은 승진을 거듭하고 돈벌이에 눈이 먼 외교관은 야쿠자와의 결탁을 못이기는 척 받아들인다.

야쿠자라는 특정 계층을 주인공으로 삼았지만 현대사회의 치열한 먹이사슬에 얽힌 남자들의 비정한 세계를 형상화한다는 점에서는 별다른 차이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비근한 예로는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를 꼽을 수 있겠다.

젊은 여성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청춘 스타 가세 료를 비롯해 중견 배우 구니무라 준, 기타무라 쇼이치로 등은 이전까지 악역을 맡은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일부러 선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배우들을 기용해 끊임없이 뒤통수를 치는 폭력의 연쇄 작용을 보여줌으로써 충격의 강도를 더한다. 말 그대로 피 튀는 살육 장면이 상당히 많으니 비위가 약한 관객들은 사전에 유의할 것.

김용언 씨네21 기자 eun@cine21.com



베리드
[영화] '문명' 속의 '정글'을 파헤친 수작
폴 콘로이(라이언 레널즈 분)는 건설 자재 회사 CRT의 이라크 주재지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트럭 운전사다. 평소처럼 자재를 운반하던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로부터 습격을 받고 정신을 차려보니 땅속 깊이 관 속에 갇혀 있었다.

그의 옆에는 지포 라이터, 칼,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휴대전화가 놓여 있다. 이제 그가 외부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는 휴대전화뿐이다. 95분 내내 관 속에서만 진행되는 놀라운 스릴러.


쩨쩨한 로맨스
[영화] '문명' 속의 '정글'을 파헤친 수작
그림 실력은 뛰어나지만 스토리가 지루하기 짝이 없는 만화가 정배(이선균 분), 넘치는 창의력과 이론으로 무장한 섹스 칼럼니스트 다림(최강희 분). 이 둘은 무려 1억3000만 원의 상금이 걸린 성인 만화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팀을 이룬다.

뒤끝 많고 쩨쩨하기 짝이 없는 남자, “전부 내 경험담이다”며 허세를 떠는 여자의 공동 작업은 첫날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은 세상을 놀라게 할 ‘19금’ 걸작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워리어스 웨이
[영화] '문명' 속의 '정글'을 파헤친 수작
자신을 쫓는 비밀 조직을 피해 서부의 외딴 마을로 숨어든 전사(장동건 분). 그는 부모를 죽인 악당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린(케이트 보스워스 분)과 카우보이 출신 주정뱅이 론(제프리 러시 분)을 만나 서서히 평범한 삶의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린의 원수인 악당 대령(대니 휴스턴 분)이 마을을 위협하면서 전사는 모두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결전을 시작한다. 장동건의 할리우드 첫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