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재후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있는 종로구 내자동. 1973년 30대 초반의 김영무 변호사와 장수길 변호사가 ‘선진국형 로펌’을 내걸고 자신들의 성(姓)을 딴 사무소를 처음 냈던 바로 그 자리다.

그사이 규모가 몰라보게 커져 500명에 가까운 소속 변호사들이 인근 5개 빌딩에 나누어 입주해 있다. 1979년 합류한 이재후(70) 대표변호사는 오늘의 김앤장을 있게 한 주역 중 한 명이다. 지난 11월 24일 일선 변호사의 방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소박한 그의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2010 한국의 베스트 로펌] “시장 개방은 세계적 로펌 될 기회”
김앤장의 경쟁력은.

이제는 법률 지식뿐만 아니라 고객 서비스가 중요하다. 경쟁이 치열하고 법률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고객이 요구하는 것만 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우리가 먼저 찾아 거기에 맞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

변호사라고 방 안에서만 일하던 시대는 지났다. 고객들을 찾아가 만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말로만 그치지 않고 고객 만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노력들을 실행하고 있다.

남다른 ‘팀워크’가 강점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김앤장은 국내 최고의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며 일하는 시스템과 분위기가 잘 갖춰져 있다. 과거에는 변호사들이 단독 사무실을 열고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김앤장이 탄생하면서 처음 팀플레이를 강조했다. 팀플레이를 하면 더 많은 아이디어와 더 많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서비스의 퀄리티가 달라지는 것이다. 요즘은 다른 곳도 팀플레이를 하지만 김앤장은 합병 등을 거치지 않고 한 줄기로 성장해 왔다. 그런 점에서 인화에 강점이 있다.

성장 과정에서 전환점이 있었나.

김앤장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맥을 같이해 왔다. 기업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경제와 김앤장의 성장 속도가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 기업들의 국내외 활동이 많아지면 그에 따른 법률 자문 수요도 늘어난다. 경제활동 역시 금융·증권 등으로 전문화·다양화 추세다. 거기에 맞추다 보니 로펌 규모도 커졌다.

법률 시장 개방을 앞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내년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세계 최강인 영국계 대형 로펌의 한국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다. 세계 5대 로펌 중 1~3위를 영국계 로펌이 차지한다. 이들 한 곳의 매출만 따져도 국내 전체 시장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다.

보유 변호사도 2000여 명 규모로 김앤장의 4배가 넘는다. 위기론이 팽배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시장 개방은 국내 로펌이 세계적인 로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김앤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대흐름과 시장 수요 변화를 예측해 법률 시장 개방에 대비해 왔다. 국내 최고의 맨파워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시장은 포화 상태 아닌가.

로스쿨에 가서 강의해 보면 학생들이 굉장히 불안해한다. 앞으로 변호사 숫자가 훨씬 더 늘어나기 때문에 경쟁 체제는 점점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다양한 법률 서비스가 필요하다.

대형 로펌도 필요하지만 작은 법률 사무소도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무조건 대형 로펌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학부 전공도 살리면서 창의적인 사고로 틈새 수요를 찾는다면 한국에서는 아직 얼마든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로펌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에 가서도 할 일이 많다.

약력 : 1940년 서울 출생. 1962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75년 서울고등법원 판사. 1977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1979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1995년 사단법인 4월회 회장. 1995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현). 2004년 한일변호사협의회 회장. 2005년 한국법학원 원장.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