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과 주식시장

지난 11월 23일 북한이 평화로운 연평도에 무차별 폭격을 가해 군인과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금할 수 없고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당하고 살아야 하는지 심한 자괴감과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동족을 인질로 잡고 벌이는 거의 동네 깡패 수준의 저질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주식시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들의 반복되는 괴롭힘과 그에 따른 투자자, 더구나 순진한 개미 투자자들의 재산상의 손실이 막대함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본래 투자 이야기를 연재하기로 한 이 칼럼에서조차 이번만은 시사 칼럼을 쓰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길이 없다. 지난 5월 25일 천안함 사건 수사 결과 북한의 어뢰에 의한 피격 사실이 발표되면서 주식시장이 아수라장이 된 바 있다. 장중 유가증권시장이 6%, 코스닥시장이 8% 폭락해 하루 시가총액만 30조 원 이상이 증발한 바 있다.

그때 필자는 대구에서 강연회를 하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 참가한 개인 투자자들의 얼굴이 모두 납덩이처럼 굳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개인들이 주로 매매하는 코스닥이 더욱 심하게 빠졌기 때문에 충격이 훨씬 더 컸을 것이다.

필자가 막 강연을 시작하려는데 앞자리에 앉은 아주머니 한 분이 손을 들고 질문하셨다. “지금 나스닥 선물이 폭락하고 있는데 내일 아침이라도 주식을 다 팔아야 하느냐”고 질문한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대답한 기억이 난다.

“만일 오늘밤 9시 뉴스에 ‘주식시장 폭락’ 소식이 톱뉴스로 나오거나 내일 아침 조간신문에 ‘증시 폭락’ 소식이 1면 톱뉴스로 나온다면 무조건 현금 여력이 있는 대로 우량주를 주워 담으세요. 절대로 주식을 팔아서는 안 됩니다”라고 거듭 강조한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이튿날 개인 투자자들은 수천억 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고 짓궂게도 주식시장은 코스피지수 1525에서 바닥을 찍고 급반등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지수는 저점 대비 25% 가까이 상승했고 핵심 우량주 가운데는 30% 이상 오른 종목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때 필자의 강연을 들은 분들 중 과연 몇 분이나 필자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최남철의 투자 X파일] 때로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아야 한다
북한의 경제력은 남한의 2.7%에 불과

지금의 연평도 피폭 사태도 본질상 천안함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교롭게 필자가 강연회를 여는 날마다 큰 사건이 많이 터진다. 어제도 여수에서 강연회를 하던 중 연평도 사건을 접하게 됐다.

필자는 ‘전면전으로 확전되지 않는 한 폭락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이번 사태가 한국의 경제적 기초를 뒤흔들 사안이 결코 못 된다는 판단에서다.

냉철하게 보자면 사람들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 그 자체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에 따른 한국의 경제 및 금융시장이 입게 될 충격을 두려워해 주식을 팔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번 도발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우선 지정학적 리스크의 증가로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에 영향을 주는 경우다.

국가 신용 등급이 하락하면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차입하는 차입 비용이 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외국자본의 이탈로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봄 미국의 신용 평가 기관인 무디스가 천안함 사태의 와중에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상향 조정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며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의 돌출적 도발이 전면전으로 확대돼 한국 경제의 기초를 뒤흔들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한 인식의 배경으로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가운데 어느 누구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60년 전 첨예한 이념 대립 시기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더욱이 북한의 유일한 혈맹인 중국조차 13억 명이 넘는 자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문제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이미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중국은 북한의 무모한 불장난으로 자국의 경제개발 계획에 차질을 빚거나 경제에 타격을 입는 일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남북 간의 경제력 차이다. 현재 남북 간의 경제력 차이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남한이 9287억 달러로 북한의 375배에 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경제력은 남한의 2.7%에도 못 미치고 있다.

국민 1인당 GDP면에서 남한은 북한의 20배에 달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현대의 전쟁은 경제력을 수반하지 않으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막대한 군수물자와 거기에 수반되는 천문학적인 비용, 그리고 전후 복구비용까지 감안하면 북한에는 전면전이 곧 정권과 체제 붕괴와 멸망으로 연결될 게 뻔하다.

주변국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데 이런 무모한 선택을 할 리 만무하다고 보는 것이다. 요약하면 한반도에서 이념과 체제의 대결은 이미 한국의 승리로 끝났고 이것을 뒤집을 만한 변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해외의 시각이 정설이다.

오히려 외국의 투자자들은 북한 정권의 급작스러운 붕괴와 그에 따른 정치 경제적 혼란으로 한국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을까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의 전면전에 따른 위험보다 북한 체제 붕괴에 따라 향후 한국이 부담하게 될 통일비용에 더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가 더 문제

이에 따라 1992년 독일 통일과 그 후유증으로 독일 경제가 장기간 고전했던 경험을 반추하면 향후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는 남북전쟁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북한 체제 붕괴와 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노력도 구시대적인 전쟁 억지에만 매달리기보다 북한 체제의 연착륙을 유도하는데 모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 관계 단절이 능사가 아니라 적절하게 ‘채찍과 당근(Carrots and Sticks)’을 번갈아 쓰며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유도해 향후 남한이 부담하게 될 통일비용을 미리 줄여나가는 것이 국가 위험을 감소시키는 지름길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외국인들은 두 번에 걸친 서해 교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 주식을 사왔으며 천안함 사태의 와중에서도 흔들림 없이 한국의 신용 등급을 올린 것이다. 그리고 이번의 연평도 사건에도 불구하고 미동 없이 ‘바이코리아(BUY KOREA)’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순진하고 단순한 국내의 개인 투자자들만 번번이 군중심리의 희생양으로 큰돈을 잃는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도발은 한국의 경제 기초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으며 그 태풍의 소용돌이 가운데 애꿎은 개미 투자자들만 희생의 제물이 돼 왔다고 볼 수 있다. 2002년 서해 교전, 200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2006년 대포동2호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2009년 단거리 미사일 발사, 그리고 금년의 천안함 사태 모두 이 범주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오히려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알토란같은 우량주들을 헐값에 내주는 바겐 헌팅의 기회만 제공한 꼴이 됐다. 북한이 불꽃 쇼를 할 때마다 번번이 한국의 개미 투자자들만 당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결국 북한에 불꽃놀이 비용을 대주는 격이 되고 있다. 가여운 개미들이여, 눈을 크게 뜨고 사태의 본질을 직시해 알토란같은 재산을 허공에 날리는 우를 범하지 말자. 남들(외국인)이 꿈쩍도 안 하는데 왜 우리가 나서서 야단법석인가.
[최남철의 투자 X파일] 때로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아야 한다
최남철 증권 칼럼니스트 serodasi@naver.com

‘꿈의 기울기에 투자하라’의 저자. 1988년 국민투자신탁 펀드매니저를 시작으로 푸르덴셜자산운용 등을 거쳐 현재 새로다시투자클리닉(cafe.naver.com/serodasi)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