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물결’, ‘부의 미래’ 등의 저서로 유명한 미래 학자 앨빈 토플러가 예측한 대로 우리는 신기술과 방대한 정보가 만난 탈대중매체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 때문에 더욱 다양해진 집단과 개인의 욕구는 우리의 삶을 더 빠른 속도로 변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실로 차고도 넘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이런저런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공짜로’ 보충 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이들 정보가 다 옳은 정보일까. 정확할까. 고급 정보일까. 과유불급이라고, 어떤 때는 오히려 수많은 그리고 허접한 정보 속에서 길을 잃은 적은 없었던가. 이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리고 나에게 도움이 될 정보와 전략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필자가 일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신용 평가사다. 꼭 150년 전인 1860년에 헨리 바늄 푸어가 ‘미국의 철도와 운하에 관한 역사(The History of Railways and Canals in the United States)’라는 저서를 발간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개도국이었던 미국은 석유와 석탄 등의 자원 개발과 이를 정제하고 운송하기 위한 기간산업이 낙후돼 있었다. 유럽의 자본가들은 미국 시장에 대한 정보가 미흡했기 때문에, 또는 거짓 정보에 따른 사기 우려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를 꺼렸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푸어는 미국 기간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며 위에 언급된 책을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은 당시 유럽 투자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전 세계 기업 정보 산업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후 150년이 지난 지금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신용 등급을 비롯한 금융 정보를 시장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회사로 발전하게 된 데에는, 정보 제공자와 투자자 즉 정보 사용자 간에 ‘선순환’의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정보 이용자는 고급 정보에 대한 비용 지불의 의지와 의사가 분명했고 S&P는 이를 통해 창출된 이익을 재투자해 보다 나은 그리고 고급 정보를 시장에 제공해 온 것이다.

이를 교훈 삼아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정보를 이용할 때 합리적 비용을 아끼지 말자. 우리나라에도 금융과 경제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는 많은 기관들이 있다. 필자가 S&P에 처음 입사한 10여 년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정보 이용자들이 정보를 ‘온전한 상품’으로 여기지 않고 있으며 정보 제공 기관에 ‘제값’을 내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기초 정보, 즉, 기업 재무 자료나 기업·산업 분석 자료쯤은 무료로 또는 아주 작은 비용으로, 혹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이런 인식과 경향은 정보 제공자로 하여금 기존 정보를 재가공해 보다 나은 형태로 제공할 원천을 취약하게 만든다. 이 ‘악순환’의 피해는 정보 제공자뿐만 아니라 품질 개선이 없는 정보를 쓰게 되는 이용자에게도 돌아가는 것이다.

둘째, 취득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장래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의 경영 전략에 충분히 반영하자. 정보는 이용하기에 따라 땅속에 파묻혀 발견되지 않은 철광석일 수도, 채굴된 원석일 수도, 제련되고 가공된 철판일 수도 있다.

정보 이용자들이 취득된 정보를 자기의 상황과 시각으로 재분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용한다면 이는 철강 원석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쪼개고 합치고 비교하고 추세를 파악하면 이는 잘 제련된 철판일 수도, 차량용 냉연강판일 수도, 선박용 후판일 수도 있다.


[CEO 에세이] 정보가 대접 받는 사회
채정태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한국대표

약력 : 1960년생. 86년 고려대 영문학과 졸업. 92년 고려대 대학원 MBA 수료. 87년 바클레이즈은행 서울지점 근무. 91년 플릿내셔널은행 수석 RM(relationship manager). 2000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한국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