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례

중국·영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학교기업이 정착했고 일반 기업 못지않은 수익을 내거나 산업 전반을 이끌기도 한다. 미국·이스라엘·캐나다 등 선진국은 대학의 학문적 기초와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학교기업을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실적 발전 모델로 정착시켰다.

각 나라 정부는 다양한 대학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고 성공적인 학교기업을 독립시키기 위해 기술지주회사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학교기업 ‘빅뱅’ 막 오르다] 선진국 적극 육성…상장 기업 ‘수두룩’
우선 가까운 중국의 학교기업을 살펴보면 중국의 학교기업은 총 5039개에 달하고, 이 중 40개 회사는 상하이와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베이징대·칭화대 등 중국 명문 대학에서는 이미 1980년대 이후부터 연구 사업화 회사를 ‘교판기업’이라는 유형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구하면서 국가의 보호 아래 성장해 온 기존 교판기업의 운영 체제를 관련 법률들을 정비하며 선진화했다. 그리고 학교기업들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교판기업의 교직원 파견 제도와 인센티브 제도를 보완하고 대규모 테크노파크를 만드는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벌였다.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유도에 힘입어 베이징대학의 베이다팡정(北大方正)이나 칭화대의 칭화퉁팡(淸華花方)은 현재 중국 하이테크 산업의 강자로서 시장을 이끌고 있다.

베이다팡정은 정보기술(IT) 산업과 의료의약산업단에 각각 17개와 5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 외에도 팡정주식·팡정옌중대중매체·하남팡정정보기술·강수강철지단·베이징팡정부동산관리·팡정임대 등 6개 자회사를 갖고 있다.

대만·말레이시아·일본·캐나다·홍콩 등에 해외 사업체를 꾸리고 있다. 상하이·선전·홍콩·말레이시아 등 5개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다. 직원만 해도 약 3만 명에 달한다. 베이다팡정의 매출은 총 400억 위안(5조7000억 원) 이상이다.

효율적 운영 위해 지주회사제 활용

칭화대기업그룹은 칭화대가 거느리고 있던 크고 작은 기업을 묶어 1995년 정부의 승인을 받아 출범했다. 현재 28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총매출은 115억 위안(1조7200억 원) 이상이다. 사업 분야는 전자·정보·에너지·생명공학·항공위성·신소재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자회사는 칭화자광·칭화쯔광구한생물제약 등으로 6개 자회사가 상하이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학교기업 베이다팡정과 칭화퉁팡은 대학에 연구 실험 기지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수업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에 적용함으로써 연구력을 길러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적용한다는 이점이 있다.

중국의 대학들은 학교기업을 효과적으로 관리, 운영하기 위해 기술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했다. 중국의 기술지주회사 제도를 ‘관리형’이라고 본다면 스웨덴과 한국의 경우는 새로운 기업이 많이 생겨나도록 돕는 ‘모태 기업형’이라고 할 수 있다.

스웨덴은 기존 대기업 중심으로만 연구·개발센터가 집중돼 있어, 중소기업 차원에서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동시에 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기술지주회사 제도를 지난 1996년 도입했다. 한국과 상당히 비슷한 환경에서 학교기업이 활성화된 사례다.

의학·생물학이 세계적 수준인 스웨덴 카롤린스카(Karolinska)대는 교수와 연구자 1500명, 대학원생 2000여 명의 연구 인력과 그 밖에 3개의 부속병원에 1만2500명의 근무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카롤린스카대는 지주회사로 KIHA를 설립, 벤처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KIHA는 자회사로 라이선스 교섭 주식회사인 KIAB,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KDAB, 중기 단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민간기업 KIF를 두고 총괄하고 있다.

의료나 바이오 계통 벤처기업은 투자비용이 크고 초기 투자에서 수익을 실현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특징에 따라 KIHA와 같은 독특한 학교기업 구조를 갖게 됐다.

카롤린스카대의 벤처 지원 시스템은 대학이 소유하는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민간 벤처캐피털을 끌어들이는 식으로 위험과 수익을 공유하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