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로 본 외국계 100대 기업

‘도대체 외국인 투자 기업이 뭐야’라고 궁금증을 느끼는 독자들을 위해 먼저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외국인투자촉진법(2조1항6호, 시행령 2조)에 규정된 ‘외국 투자가가 출자한 기업’은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이 5000만 원 이상으로 투자 비율이 10% 이상인 기업을 말한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가진 총지분이 50%를 넘더라도 ‘외국인 1인 지분’이 10% 미만이면 국내 기업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더라도 경영을 목적으로 10% 이상을 가진 1인 주주가 없기 때문에 외투기업에 해당되지 않는다.

외국인 주식 지분이 10% 미만일지라도 ‘1년 이상 원자재 또는 제품을 납품·구매하는 계약, 또는 기술의 제공·도입·공동 연구 개발 계약’을 한 기업은 모두 외투기업에 포함하고 있다.

국적별로 따져보면 미국계 기업의 쇠퇴와 일본계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100위 이내 기업들 중 미국 기업은 30개(2008년)→21개(2009년)→18개(2010년, 연도는 ‘외국계 100대 기업’ 선정 당시 기준)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 일본 기업은 17개(2008년)→21개(2009년)→21개(2010년)로 상승 내지 현상 유지하고 있다.

미국계 기업은 한국씨티은행·메트라이프생명보험·라이나생명보험·한국쓰리엠·푸르덴셜생명보험·코스트코코리아·한국씨티그룹캐피탈·에어프로덕츠코리아·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 등 주로 대형 금융회사다. 비금융회사라고 하더라도 제조업보다는 수입 판매 업체들 위주다.

일본계 기업은 동우화인켐·도레이첨단소재·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넥슨·산와대부·히타치엘지데이터스토리지코리아·동서석유화학·한국니토옵티칼 등 대부분이 제조업체다. 다만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와 산와대부가 유일하게 금융 업종으로 올라와 있다.
[2010 외국계 100대 기업] 일본·미국·네덜란드계 ‘3강’ 구도
미국계 ‘금융업’, 일본계 ‘제조업’ 위주

일본계와 미국계 다음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네덜란드계로 르노삼성자동차·아이엔지생명보험·한국아이비엠·삼성테스코·카길애그리퓨리나·소니코리아·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디아지오코리아·비엠더블유코리아·소니서플라이체인솔루션즈코리아·한국다우코닝·한국로슈·한국아스트라제네카·필립스전자·구찌그룹코리아가 있다(총 16개).

흔히 생각하기에 르노삼성자동차는 프랑스, 비엠더블유코리아는 독일, 소니코리아는 일본, 한국아이비엠은 미국이 투자국일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네덜란드계인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특허·지식재산권과 관련해 로열티에 매기는 세금이 거의 없어 기업은 물론 스타들의 조세 피난처로 각광받고 있다. 롤링스톤스의 멤버 중 3명은 지난 20년간 네덜란드로 이전한 수입 4억5000만 달러 중 1.5%만 세금으로 냈는데 영국이었다면 세율은 4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케이맨군도 등 카리브해 지역이 전통적인 조세 피난처지만 이들은 각종 거래 관련 세금의 피난처일 뿐 지식재산권·특허의 로열티에 대한 세금에서는 네덜란드가 훌륭한 피난처로 선택되고 있다.

일본·미국·네덜란드 다음으로는 프랑스(9개)·독일(8개)·영국(8개)·스위스(4개)가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계에는 악사손해보험·루이비통코리아가 대표적이고 독일계는 한국바스프·지멘스·아디다스코리아 등이, 영국계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한국암웨이·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맥쿼리증권 등이 있다.
[2010 외국계 100대 기업] 일본·미국·네덜란드계 ‘3강’ 구도
르노삼성, BMW코리아가 네덜란드계?

금융 위기의 여파를 거쳐서 그런지 외국계 100대 기업의 자산 총액과 매출액은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들었다. 2009년 선정 당시 100위까지의 자산 총액 합계는 214조 원이었지만 올해는 198조 원으로 줄어들었다. 매출액 합계도 150조 원(2009년)에서 116조 원(2010년)으로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4조3178억 원(2009년)에서 4조9339억 원(2010년)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체들의 자산과 매출액은 큰 변화가 없었다. 금융 및 보험업의 경우 자산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영업수익(매출액)에서 큰 폭의 하락세를 맞았다.

제조 업종(43개 기업)의 자산 합계는 16조 원대로 유지, 매출액 합계는 28조 원에서 26조 원으로 소폭 줄었다. 반면 금융 및 보험 업종(21개 기업)의 자산 합계는 183조 원에서 164조 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영업수익은 101조 원에서 66조 원으로 35%가량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은 1조5062억 원에서 1조6871억 원으로 늘었다. 금융 위기에 따라 외형 성장보다 내실 위주의 경영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2010 외국계 100대 기업] 일본·미국·네덜란드계 ‘3강’ 구도
마지막으로 개별 기업으로 살펴볼 차례. 가장 드라마틱한 순위 변화를 보인 기업은 어디일까. 메트라이프생명보험은 지난해 66위에서 올해 3위로 상위권을 탈환했다.

한국아이비엠은 219위에서 10위로 올라섰다. 볼보그룹코리아(217→12위), 산와대부(203→21위), 비엠더블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216→35위), 로디아폴리아마이드(244→49위)의 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반대로 지난해 상위권에서 하위권으로 하락한 기업은 어디일까. 지난해 7위였던 알리안츠생명보험은 565억 원의 적자로 올해 227위로 내려앉았다. 이 밖에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19→239위),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러지코리아(28→248위), 팬지아데카(31→396위), 이베이지마켓(33→253위), 한국후지제록스(49→152위), 타가즈코리아(55→380위), 한국다우케미칼(62→284위), 한국하니웰(67→220위)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모두 순이익 부문에서 적자를 낸 것이 원인이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