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도 개량·복합 신약 처방 상승…공격적 R&D 투자로 혁신 신약 개발에도 고삐

[트렌드]
(사진) 서울 송파구의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제공
(사진) 서울 송파구의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이 한국의 원외 처방 시장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로수젯’과 ‘아모잘탄’ 등의 처방 의약품이 효자 역할을 한 데 따른 결과다. 한미약품은 최근 세계 최초로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치료 성분 네 가지를 결합한 4제 복합 신약 ‘아모잘탄엑스큐’를 출시하며 관련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한미약품의 독보적 제제 기술은 혁신 신약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의 21%인 2261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한미약품은 한국 최다인 32개의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을 보유 중이다.

‘로수젯’ ‘아모잘탄’으로 처방약 강자 자리 지켜

의약품 시장 조사 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해 주요 개량·복합 신약들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전년 대비 2.2% 증가한 6665억원의 원외 처방 매출을 기록했다. 2018년 한국 시장의 원외 처방 1위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미약품의 이 같은 성과는 독보적 의약품 제제 기술력을 토대로 자체 개발한 제품들의 힘에서 비롯됐다. 2000년 한국 최초 개량 신약 ‘아모디핀’, 2009년 한국 최초 복합 신약 아모잘탄을 통해 한국 제약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은 한미약품은 이후 ‘아모잘탄패밀리’, ‘에소메졸’, ‘낙소졸’, ‘구구탐스’ 등 각 질환 분야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하며 경쟁력을 다져 왔다.

한미약품은 원외 처방 1위를 처음 차지한 2018년 전년(5111억원) 대비 18.1% 증가한 6033억원의 원외 처방 매출을 기록했다. 블록버스터 제품인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의 성장과 함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의 등장으로 업계 최초의 연간 처방액 60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지난해 로수젯과 아모잘탄은 한국 전체 처방 매출 제품별 순위에서도 상위 1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로수젯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2019년 원외 처방 810억원을 기록하며 한국에서 처방되는 전체 의약품 중 9위를 기록했던 로수젯은 지난해 22.3% 성장한 991억원의 매출로 원외 처방액 2위를 달성했다. 아모잘탄은 출시 이후 현재까지 7500억원대 누적 매출을 달성하는 등 한국 개발 의약품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처방된 매출 10위권 제품 중 한국 제약 기업이 개발해 직접 판매까지 진행하는 제품은 로수젯과 아모잘탄뿐이다.

한미약품의 다른 자체 개발 제품들도 꾸준한 처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처방액 100억원 이상을 달성한 제품은 로수젯·아모잘탄·에소메졸·아모잘탄플러스·아모디핀·한미탐스·낙소졸·로벨리토·히알루미니·카니틸·라본디·피도글 등 총 12개 품목이다.

한미약품은 최근 6년간 기록을 합쳐도 한국에서 가장 많은 원외 처방액을 기록한 제약사이기도 하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총 3조3160억원의 처방액(유비스트 기준)을 달성해 국내외 제약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우종수 한미약품 사장은 “한미약품만의 독보적 제제 기술과 확실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 활동이 이뤄낸 성과”라며 “매년 외국 수입약의 한국 시장 잠식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한미약품은 독자 제제 기술을 토대로 한국 제약 산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4제 복합 신약 출시하기도
(사진) 한미약품 연구원이 경기 화성 동탄 연구센터에서 약물 실험을 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사진) 한미약품 연구원이 경기 화성 동탄 연구센터에서 약물 실험을 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은 최근 세계 최초로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치료 성분 네 가지를 결합한 4제 복합 신약 아모잘탄엑스큐를 출시하기도 했다. 2009년 두 가지 성분의 고혈압 치료제를 결합한 아모잘탄을 시작으로, 세 가지 성분 결합에 이어 네 가지 성분의 복합 신약을 선보였다.

의약품의 성분 결합은 생각보다 어렵다. 한미약품은 각 성분 간 상호 작용을 최소화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약물 크기를 작게 만드는 등의 독자적 제제 기술을 십수년간 축적해 왔다. 각 성분마다 체내에서 흡수 또는 약효를 발현하는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한 알의 정제 또는 캡슐에 담기 위해서는 최적의 제제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

김나영 한미약품 상무(개발·허가 담당)는 “두 가지 이상 성분을 결합해 제조하는 복합제는 환자들이 복용해야 하는 약물의 숫자를 줄여 편의성을 높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며 “단일제 여러 개를 복용하는 것보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인류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여러 개의 치료 성분을 한 알에 결합하는 복합 신약이 새로운 의약품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아모잘탄과 로수젯은 미국 MSD를 통해 세계 주요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아모잘탄엑스큐 등 아모잘탄패밀리와 로수젯 외에도 다양한 제제 기술이 함축된 복합 신약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나의 캡슐에 두 종 이상의 성분을 분리된 제형에 담아내는 ‘폴리캡’ 기술, 의약품 겉면을 여러 겹으로 코팅해 각 약물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방출 시간을 조절하는 ‘다층 코팅’ 기술이 대표적이다.

폴리캡 기술을 적용한 복합 신약으로는 골다공증 치료 성분과 비타민D를 합친 라본디, 천식 동반 알레르기 비염 치료 복합제 ‘몬테리진’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연매출 100억원대의 대형 품목으로 성장했다. 다층 코팅 기술을 적용한 진통 소염제 낙소졸은 정제 겉면을 6겹으로 코팅해 약이 위를 지날 때는 위 보호 성분이 배출되고 장을 지날 때는 진통 성분이 나오도록 설계했다.
독보적 제제 기술로 3년 연속 원외 처방 1위 기록한 한미약품
한미약품의 독보적 제제 기술은 혁신 신약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의 약효 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한미약품 고유의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는 한미약품 혁신 신약 개발의 중심에 있는 핵심 기술이다.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변환할 수 있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 ‘오라스커버리’를 적용한 오락솔은 미국 아테넥스에 기술 수출돼 현재 임상을 끝내고 미국 시판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한미약품은 면역 항암 효과와 표적 항암 효과를 동시에 이끌어 내는 플랫폼 기술 ‘팬텀바디’도 보유 중이다.

우종수 한미약품 사장은 “4제 복합 신약 아모잘탄엑스큐는 아모잘탄패밀리 라인업 확장의 의미와 함께 한국 제제 기술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복합 신약의 성공이 혁신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