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MASOK 공동기획⑦ - 조원익 에스콰이아 사장

[마케팅 고수의 비밀노트] “단순히 다르다는 건 차별화 아니다”
조원익 에스콰이아 사장의 화두는 ‘차별화’다. 예전에도 그랬고, 요즘도 그렇다.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부여잡고 밤낮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살짝 귀띔했다.

차별화는 만인의 공통어다. 특히 마케터라면 너도나도 차별화를 외친다. 그렇지만 차별화에 성공한 마케터의 미소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묻는다. 어떻게 차별화하라는 것인가.

조 사장은 LG생활건강의 헤어&보디 제품 브랜드 ‘비욘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LG생활건강에서 마케팅과 생산총괄 임원으로 일했다. 분말 세제 ‘테크’, 화장품 브랜드 ‘비욘드’ 등이 그의 손길을 거치면서 히트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그가 마케팅 임원 시절인 2005년 4월 시장에 내놓은 비욘드는 향을 다양화하고 고급화한 매스티지(Masstige) 브랜드다. 2008년 3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며 고속 성장의 발동을 걸었다.

비욘드의 차별화 포인트는 4가지다. 우선 덤 프로모션을 없앴다. 덤 프로모션은 생활용품 업체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마케팅 활동이다. 하지만 덤은 ‘마케팅의 무덤’이라는 게 조 사장의 생각이다.

“생산이 완료된 낱개 제품의 포장을 해체해 포장비와 인건비를 들여 재포장하는 과정이 바로 덤 프로모션입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제품은 재포장비와 인건비가 공짜 제품을 하나 더 주는 것보다 높을 때가 있어요.”

덤 프로모션을 없앤 것은 물론 가격대도 기존 제품의 3~8배로 높게 책정하면서 가격 차별화도 꾀했다. 제품의 진열 장소도 차별화했다. 기존 화장품 매대(賣臺)에서 벗어났다. 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인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전개했다.

유통 방식도 달리했다. 일반적으로 생활용품 업체들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는 전국에서 동시에 발매하는 것이 관례다. 비욘드는 고정관념을 깼다. 1호점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조 사장은 “매장을 확대하면서 신제품 출시에 따른 제품이나 인테리어 등의 태생적 문제점을 보완해 실패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비욘드는 성공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덤 마케팅과 가격 할인은 지금도 생활용품 업체들의 주된 마케팅 수단이다. 마케터들이 ‘수렁’임을 모를 리 없지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조 사장은 “시장점유율이라는 헛된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2000년대 주방 세제 시장에 관한 것이다. 당시 주방 세제 시장은 LG·애경·CJ가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3사가 피투성이 싸움을 수년간 벌였지만 이긴 자도 진 자도 없었다.

“2001년 시장점유율은 LG 47%, 애경 37%, CJ 16%였어요. 4년 뒤인 2005년에도 LG 47%, 애경 35%, CJ 18% 등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전체 판매 금액과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이는 3사가 시장점유율을 1%라도 올리기 위해 가격과 덤 마케팅으로 일관했기 때문이에요.”

이쯤 되면 마케터들이 “누군 몰라서 시장점유율에 집착하나요. 타개책이 없으니까 따라가는 것이지요”라고 볼멘소리를 할지 모르겠다.

덤은 ‘마케팅의 무덤’

조 사장의 답은 역시 차별화인데, 차별화의 개념 자체를 바꾸라고 권한다.

“단순히 다르다는 것은 차별화가 아닙니다. 대다수 기업의 차별화 영역은 가격과 품질이에요. 이는 실행이 쉽지 않아요. 고객의 니즈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야 해요. 고객의 눈높이로 경쟁사가 제공하지 못한 기회를 찾고 거기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가격과 품질이 아닌 차별화 요소는 뭔가. 조 사장은 시간과 장소의 차별화를 예로 들었다. 광동제약의 ‘비타 500’은 장소를 차별화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라는 것.

광동제약은 드링크 시장 부동의 1위인 ‘박카스’가 일반 의약품이어서 약국에서만 팔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비타 500’을 카페인 성분을 제거하고 의약외품으로 허가를 받았다. 약국은 물론 동네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에서도 팔 수 있게 되면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큰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두리화장품의 ‘댕기머리 샴푸’도 소개했다. 댕기머리 샴푸는 출시 초기 한방 화장품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약국에서만 팔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후 미용실과 화장품 전문점으로 판매 라인을 늘리고 홈쇼핑 채널도 활용하면서 대박을 냈다.

조 사장은 “일반 샴푸와 같이 할인점이나 슈퍼마켓에서만 팔았다면 결코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홈쇼핑을 이용한 시간과 장소의 차별화가 댕기머리의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에스콰이아는 전통의 신발 패션 업체다. 일부 신발 패션 업체들은 상품권을 남발하면서 패션 기업이 아닌 상품권 기업으로 전락해 버렸다.

에스콰이아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9월 취임할 때만 해도 회사 사정은 무너지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어려웠다. 그리고 얼마 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 있는 공장 안마당에서 전 직원이 모여 맥주 파티를 열었다. 상반기 흑자를 자축하는 자리였다. 에스콰이아가 목표를 달성한 것은 10년 만이었다.

역시 차별화였다. 그것도 일관성 있는 차별화를 꾀한 조 사장의 경영 능력이 빛을 발했다. 예컨대 일러스트레이션이 들어간 핸드백 브랜드 ‘소노비’가 젊은 층에 어필하면서 작년 60억 원의 매출이 올해는 15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 구두 브랜드 ‘젤 플렉스’도 구두 바닥에 젤을 집어넣는 차별화로 고객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다. 매장 영업도 몇 곳을 선정해 변화를 주고 있는데,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조 사장은 “마케터로서 후회해 본 적이 없다”면서 “마케터로 일하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향후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

돋보기후배들을 위한 Tip

“마케터의 양식은 다양한 경험”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읽으세요.”

조원익 에스콰이아 사장은 후배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사장은 “내가 패션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해서 그 사업에 관한 것만 쳐다봐서는 결코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다른 사업군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항상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객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정형화된 소비자 조사에 의존하지 말고 본인이 직접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를 목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마케터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내 생각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서 많이 듣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키우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조 사장은 마지막으로 “많은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어야 훌륭한 마케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이 돼야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력 : 조원익 에스콰이아 사장은 1956년생으로 한양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83년 LG생활건강에 입사했다. 기획·생산·영업·마케팅 등 전 부문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가장 오래 근무했다. 2009년 9월 에스콰이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저서는 ‘실패한 마케팅에서 배우는 12가지 교훈’이 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