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돌풍 주역 K5 입체 해부

올해 상반기 자동차 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K5(케이파이브·기아자동차)와 쏘나타(YF쏘나타·현대자동차)의 6월 진검 승부는 K5(1만673대 판매)가 쏘나타(9957대 판매)를 이긴 것으로 결판이 났다. 승용차 내수 판매량에서도 기아차(4만1448대)가 현대차(3만2417대)를 앞섰다.

2007년까지만 해도 현대차의 내수 판매량은 기아차의 2배를 웃돌았다. 그러나 2008년부터 점차 차이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올해 5월 기아차(3만5500대)가 현대차(3만3559대)를 앞질렀다. 마음이 급해진 현대차가 6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마음 캠페인’을 펼치며 판매를 독려했지만 기아차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5월의 아슬아슬한 차이가 6월에 더 벌어진 데는 K5의 역할이 가장 컸다. K5 출시 전인 4월만 해도 기아차의 중형차 로체(2400대 판매)는 쏘나타(1만1138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자동차 전문가 및 소비자들로부터도 K5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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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았던 ‘바이오 케어’ 개발 과정


흔히 자동차를 평가할 때 동력성능·디자인·상품성의 3가지를 평가하게 된다. 동력성능의 경우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동력장치)을 공유하는 K5와 쏘나타와의 차이는 크지 않다.

K5 출시를 앞둔 기아차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기아차는 “로체가 핸들링이 좋고 운전하기 편한 차라는 평을 들었지만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신차(K5)의 디자인과 상품성에 크게 신경 쓰게 됐다”고 밝혔다.

상품성은 고객이 차를 몰 때 느끼는 만족감을 말하는 것으로 핸들링, 서스펜션, 실내 거주성, 조작 편의성 등 자동차 실내에서 느껴지는 총체적 만족도를 뜻한다.

기아차는 쏘나타와의 차별화를 위해 ‘바이오 케어’ 시트를 전격 도입했다. 시중에 나온 옥돌 매트, 황토 방석, 숯 베개처럼 원적외선이 나오는 것이다. 시트를 데우는 것도 기존의 열선을 내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물에 회로를 프린트하는 ‘면 히팅’ 방식을 채용했다. 바이오 케어 시트를 적용한 데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코오롱글로텍이 개발한 면 히팅 방식은 지금까지 전 세계 그 어느 자동차에도 사용된 적이 없는 데다 개발 막바지에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적용된 적이 없어 과열에 따른 화재와 감전 등 위험에 대한 검증이 필요했다.

그러나 연구소의 프로젝트 매니저(PM)인 황정열 이사가 강력히 추진해 장착된 후 고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심지어 원적외선이 나오는 바이오 케어 시트 때문에 차를 선택할 정도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름용 통풍 시트가 적용된 사양에는 기존의 열선 방식이 들어갔다. 시간이 부족해 통풍 시트와 바이오 케어 시트를 결합한 부품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MY(모델 이어)2011부터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흔히 명품을 만드는 기준은 ‘엑스트라 피니시(extra finish)’라고도 한다. 끝마무리에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에 따라 싸구려와 명품이 갈리는 것이다. 쏘나타와의 차별화를 고민한 끝에 기아차에는 단순하지만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기능들이 첨가됐다.

이른바 ‘스타팅 세리머니’ 기능은 시동을 걸면 엔진회전계·속도계·연료게이지·엔진 온도계가 최대까지 한 번 올라갔다가 제자리로 내려온다. 이를테면 속도계가 최고치인 시속 260km까지 재빨리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이다.

자동차의 성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이런 기능을 통해 운전자가 마치 스포츠카를 모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기아차의 설명이다.

또 정지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이 90도 이상 돌아가 있으면 트립 모니터(엔진회전계와 속도계 사이의 화면)가 경고해 준다. 운전대가 돌아가 있는 것을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차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스마트키를 지니고 차에 다가서면 도어 손잡이에 램프가 켜지고 시동과 동시에 웰커밍 사운드가 들리는 것도 운전자 중심의 콘셉트를 보여주는 요소들이다.

이제는 쏘나타가 K5보다 승차감이 단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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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코너링 램프도 차별화된 요소다. 상향등과 하향등 사이에 있는 스마트 코너링 램프는 시속 15~55km에서 운전대를 일정 각도 이상 조작하면 켜진다. 야간에 헤드램프가 비치지 않는 좌우측 시야를 확보해 줘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된다.

또 중형차 최초로 상향등에도 HID(High Intensity discharge:고전압방출) 램프를 적용했다. 국내 승용차 중에서는 체어맨 같은 고급 세단에만 HID 상향등이 적용돼 있다.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적용된 모델의 경우 방향지시등이 켜질 때의 소리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독특한 소리가 난다. ‘깜빡이’소리를 위해 별도의 스피커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BMW 같은 고급 수입차에서만 들을 수 있던 소리다. “이 소리가 듣기 좋아 깜빡이를 자주 켜는 고객도 있다”고 할 정도다.

디자인 면에서도 K5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아차 디자인의 최고 정점’이라고 불릴 정도다. 쏘나타가 숏 후드(short hood)로 전후 대칭형으로 보이는 데 비해 K5는 롱 후드(long hood)의 정통 세단 스타일이다.

쏘나타가 날카로우면서 역동적인 선을 많이 쓴 반면 K5는 선을 최소화한 단순미를 강조한다. 휠 아치와 타이어의 틈새 간격도 최소화하는 등 디자인에서도 수입차 이상의 상품성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승차감은 K5 개발 단계에서 가장 많은 이견이 있었던 부분이다.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다 보니 쏘나타와 K5는 속만 보면 같은 차로 인식된다. 기아차의 고민은 쏘나타와 차별화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얻는 것이었다.

“예전의 쏘나타는 푹신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기아차 쪽은 단단하고 스포티한 감각을 내세웠는데 신형 쏘나타(YF)가 너무 스포티하게 나와서 고민이 컸습니다.” 기아차에 따르면 지금은 쏘나타가 K5보다 조금 더 단단한 승차감을 갖게 됐다. 예전의 인식과 반대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아차로서는 더 이상 ‘스포티한 승차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울 수 없었던 것. 이 때문에 기아차 내부에서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현대차가 ‘다이내믹’에 근접했는데, 그것보다 더 다이내믹하게 가면 국내 고객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이때부터 유럽 스타일의 다이내믹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쏘나타보다 승차감이 좋은 최적의 배합을 찾기 위한 실험이 계속됐다. 전동식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과 서스펜션의 스프링 상수가 어떻게 배합되느냐에 따라 핸들링과 승차감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유럽과 일본에서 핸들링과 승차감의 배합이 이상적인 것으로 꼽히는 폭스바겐 파사트와 닛산 알티마 수준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K5의 핸들링은 실제로 많은 운전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각종 시승기에서도 핸들링의 부족함을 꼬집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