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아이이스크림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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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흐르는 땀이 멈추지 않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당장이라도 눈에 띄는 슈퍼마켓에 달려가 아이스크림이나 시원한 음료수를 집어 들고 싶지만 열기를 식히기는커녕 오히려 부글부글 끓는 속을 안고 나오기 십상이다. 빙과류와 음료 제조업체들의 경쟁적인 가격 인상 정책 때문이다.

웬만한 열대 국가의 여름을 무색케 하는 대한민국의 여름 폭염은 악명이 높다. 그만큼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찾는 수요 또한 여름 성수기에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 때문에 매년 여름을 앞둔 4월에서 5월 초면 각 제조업체들이 슬그머니 가격을 인상해 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제과·해제제과·코카콜라 등 대표적인 빙과류 업체들이 4월 초부터 가격을 인상했다.

음료 업체도 여름 성수기를 앞둔 이때 가격 인상에 동참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코카콜라는 5월 초부터 ‘코카콜라’, ‘다이나믹 킨’, ‘환타’ 등 대표 제품 27개의 슈퍼마켓 공급가격을 6~10% 정도 올렸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롯데칠성음료도 지난해 11월 ‘칠성사이다’, ‘게토레이’, ‘펩시콜라’, ‘칸타타’ 등 6개 품목의 출고가를 5∼7%씩 인상했다.

불만을 이야기하는 소비자(단체)들에게 각 제조사가 늘어놓는 이유는 매년 비슷하다. ‘가공 색소에서 천연색소로 바꿔 원가가 인상됐다’, ‘고급 분유를 써 어쩔 수 없다’, ‘제품의 크기(중량)가 커졌다’, ‘포장이 고급스럽게 바뀌었다’ 등이 주요 레퍼토리다. 7월 1일부터 시행된 ‘오픈프라이스’제도가 가격 인상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많다.

40% 인상 요인은 과하다
[Company] 폭염 전 인상…빙그레 ‘착한 가격’ 눈길
이름을 밝히길 꺼린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가격 인상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업체마다 내놓은 인상 요인이 100% 틀린 것은 아니지만 40%가 넘는 인상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결국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여름 성수기를 노리고 가격을 인상했다는 뜻이다. 원자재 가격에 따른 상승 요인도 업계에서 말하는 것처럼 크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 가격 인상 요인이 될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다.

빙과류 여름철 가격 인상의 근본적인 문제는 1회성이 아니라는 데 있다. 성수기를 노려 한번 인상된 가격은 웬만해선 내려가지 않는다. 인상된 가격이 베이스가 돼 다시 다음 해 인상에 그대로 반영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불만과 불신감이 더욱 커져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가격을 올린 후 대형 마트에서 50%까지 할인돼 판매되는 모습을 보면 ‘저럴 거면 도대체 왜 가격을 올려 생색만 내느냐’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이런 와중에 대표적 식품 기업인 빙그레가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다. 지난 5월부터 ‘비비빅’, ‘메로나’, ‘붕어싸만코’, ‘메타콘’ 등 21개 주력 제품의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선언한 ‘2010 착한 가격 캠페인’이다.

빙그레 역시 지난 4월 몇 개 품목의 가격을 올렸지만 가격 인상 폭은 타사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와 관련, 빙그레 관계자는 “정당한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때 가격을 올리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관행을 없애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빙그레는 21개 주력 제품을 지난해와 동일한 가격에 판매한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소비자들과 대리점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상봉동에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씨는 “앞으로 아이스크림도 가격으로 경쟁하는 시대”라며 “소비자들의 불신이 줄고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