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클라우드 컴퓨팅’ 가이드

“PC 업체와 통신 업체 모두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을 외치고 있지만 우리만큼 ‘클라우드(Cloud)’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없다.”

뉴스 정보 사이트 웨더뉴스 디렉터 도모히로 이시바시는 7월 초 중국 홍콩에서 열린 ‘HP 빅뱅 신제품 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해 청중을 웃겼다. 그는 최근 정보기술(IT)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구름(Cloud)과 기상을 조사하는 자신들의 업무에 빗대어 말했다.

이날 행사는 휴렛팩커드(HP)의 새로운 프린터와 관련 기술을 소개하는 것으로, HP는 클라우드 기반 출력 서비스를 공개했다. HP는 각 프린터에 e메일 주소를 부여하고 사용자가 해당 e메일로 출력할 내용을 첨부 파일로 보내면 해당 문서가 자동으로 출력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그동안 프린터 사용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프린터 설치 및 네트워크 과정을 없앤 것으로 프린터가 유선 또는 무선으로 인터넷에 연결돼 있으면 PC 또는 스마트폰 등 외부 기기에서 바로 출력할 수 있다.

출력 내용은 발송자가 보내기 버튼을 누르는 순간 HP 메일 서버를 통해 PC에 전달되는데, 이 과정에서 HP는 중간자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같은 서비스는 최근 IT 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중의 일부분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IT 관련 기능들이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까지 PC는 개별적으로 움직였지만 인터넷 환경이 확대되면서 상호 연결성을 갖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데이터 공유와 활용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는 데이터 생성·저장·전달 등이 더 자유롭게 이뤄진다.

[Info@Biz] 서버에 데이터 ‘입금’, 필요할 때 ‘인출’
고사양 PC와 고속 인터넷으로 기반 갖춰져


예를 들면 그동안 PC 환경이 각자 돈을 집에 가지고 있는 형태라면, 클라우드 컴퓨팅은 은행에 비유할 수 있다. 이전까지 문서 작업을 마치면 자신의 PC 안에 있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저장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은 계약한 서비스 업체 서버에 저장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필요할 때 은행 현금입출금기에서 돈을 꺼내듯 서비스 업체에 접속해 해당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네이버·다음·구글 등 포털이 제공하는 e메일 서비스도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들은 세계 어디서든지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누르면 자신의 e메일 계정에 접속할 수 있다.

전기전자공학 전문가들의 국제 조직인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정보가 인터넷상의 서버에 영구적으로 저장되고 데스크톱이나 테이블 컴퓨터, 노트북, 벽걸이 컴퓨터, 휴대용 기기 등과 같은 클라이언트에는 일시적으로 보관되는 패러다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클라우드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컴퓨터 네트워크 구성도에서 각 PC를 연결하는 부분을 구름 모양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Info@Biz] 서버에 데이터 ‘입금’, 필요할 때 ‘인출’
사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등장한 지는 반세기 정도 됐다. 1960년대 미국 컴퓨터 학자 존 매카시는 ‘컴퓨팅 환경은 공공시설을 쓰는 것과 같게 될 것’이라며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을 제시했다. 컴퓨터도 전기나 수도처럼 시설과 재화를 쓰고 사용한 만큼 돈을 내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50년도 넘은 이제야 클라우드 컴퓨팅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필요한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네트워크 측면에서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무선 휴대 인터넷이 확산됐다.

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노트북 PC와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이동하고 더 많은 기기들이 사용하게 되는 추세로 바뀌면서 쉽게 작업 또는 검색하고 데이터를 저장·전달해야 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이상적인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 주요 조건들이 충족된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IaaS (Infrastructure as a service), 표준화된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PaaS (Platform as a service),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주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어려운 용어 같지만 ‘빌려 쓰고 사용한 만큼 돈을 지불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 세 가지 영역을 요리에 비유하자면 조리하는데 필요한 프라이팬이나 도구를 빌리는 것이 IaaS, 요리를 하기 위한 도시가스와 전기를 공급받는 것이 PaaS, 요리 방법을 제공받는 것을 SaaS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최소 사양의 PC로 개인 구입비용 줄어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 PC는 단순히 정보를 보여주고 입력하는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높은 사양이 필요 없다. 프로그램 설치 및 처리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아주 먼 곳에 있는 데이터센터에서 진행된다. 입력과 처리, 결과를 보여주는 과정이 아주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신의 PC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것처럼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장점은 클라이언트 PC 사양이 웹을 실행할 정도면 충분하고 저장 공간(HDD) 역시 필요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나 기타 컴퓨터 자원이 필요할 때만 구입하는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초기 비용 지출이 적다.
[Info@Biz] 서버에 데이터 ‘입금’, 필요할 때 ‘인출’
가상화 기술과 분산 컴퓨팅 기술로 서버의 자원을 묶거나 분할해 필요한 사용자에게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PC 가용률을 높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력 소모도 낮출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기 때문에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기기를 단말기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며 일치된 사용자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또 사용자의 데이터를 신뢰성 높은 서버에 보관함으로써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으며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이터 접근·관리를 쉽게 할 수 있다.

반면 서버가 공격당하면 개인 정보가 유출되거나 재해에 따른 서버 데이터 손상 시 미리 백업하지 않은 정보를 되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데 제약이 심하거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지 않는다.

최근 IT 업계는 영역을 막론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올해를 기점으로 PC 사용이 독립형 PC 환경에서 클라우드 형태로 바뀌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PC뿐만 아니라 통신으로 접속할 수 있는 모든 기기들이 하나로 묶일 수 있어 스마트폰·TV·게임기 등 다른 기기와의 연계가 쉬워진다.

업무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해 동영상·사진·문서 등을 어디에서나 원격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그동안 제품과 지역 등으로 구분됐던 영역이 한번에 사라질 수 있다.

한국전력·도시가스공사 등은 국가별로 규제를 받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 특성상 지역이나 법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세계적인 IT 서비스 업체가 탄생할 수 있다.

이미 구글·시스코·HP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 시장을 노리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그 특성상 가장 중요한 보안 및 안정성이 규모의 경제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들도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앞서 소개한 IaaS, PaaS, SaaS 등으로 구분됐던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어 각 업체 간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직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세계가 하나로 묶인 지금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것은 회사 PC에 저장된 문서, 집 PC에 있는 사진 등에 접속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다. 금고를 들고 다니는 것과 현금카드를 들고 다니는 것 중 어떤 것이 편한지 생각해 보면 향후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이 확산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형근 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