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것은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만큼 체감경기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올해 국내 경제가 정부 목표대로 5%대 후반의 성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리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지난해 성장률은 0%대로 급락했다. 두 해 성장률을 평균해 보면 2%대에 그친다. 체감 성장은 2%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또한 수출과 내수 부문 간, 산업 간, 소득 계층별 경기 양극화가 심각해 아랫목은 쩔쩔 끓고 있는데 윗목은 아직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고용도 양적으로는 점차 늘고 있지만 내용은 부실하다. 청년들은 여전히 괜찮은 일자리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경제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 성장하려면 하반기에는 지수 경기 못지않게 체감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경기 회복 기조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아쉽게도 하반기에는 대내외적으로 국내 경기 회복을 방해하는 제약 요인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대외적으로는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악화에 따른 유럽 경제 불안, 경기 부양책 효과 소멸에 의한 미국 경기 둔화, 과열된 중국 경제의 냉각과 같은 위험 요인들이 존재한다.
대내적으로도 물가 상승 압력 증대, 부동산 시장 침체, 가계 부채 부담 증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과 같은 경기 회복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수두룩하다.
산적한 경제 불안 요인들 속에서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려나가려면 우선적으로 힘써야 할 일들이 있다. 첫째, 주요국 경제와 국제자본 이동에 대한 정책 모니터링을 강화함으로써 대외 불안 요인의 국내 전이를 사전에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특히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 안전망 구축에 힘써야 한다. 다자간 통화 스와프와 같은 ‘상설 통화 스와프’ 체제를 추진하고 투기적 거래 억제 등을 통해 외환시장의 불안정성도 최대한 완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도 적극 유도해야 한다. 수도권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 해소와 중소형 주택 공급과 거래를 활성화하는 한편 가계 부채 만기 구조개선 등으로 가계 부채 불안 요인을 사전적으로 제거해야 할 것이다.
하반기에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남북한 관계의 출구 전략도 추진해야 한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인도적이거나 비정치적인 대북 지원 사업은 지속하고 개성공단 사업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유지해야 하며 6자회담 회원국들과의 긴밀한 협조 체제를 강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에 더해 ‘성장 잠재력 확충’과 ‘고용 있는 성장’을 위한 보다 중·장기적인 대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내외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보다 획기적인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경제특구·자유경제지역·기업도시 등 지역 투자 유치 정책을 통폐합하고 바이오, 환경,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신(新)성장 동력 사업에 대한 투자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둘째, 국내 산업의 고용 창출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국내 제조업과 정보통신 산업, 농업과 바이오 기술, 관광과 의료 산업의 결합 등 산업 융합으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것이 이를 위한 주요 대책이다.
셋째, 과학 기술 투자의 효율성 높여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기획 과정에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고 산·학·연 협력의 내실화가 시급하다.
넷째,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제고와 수급 구조를 개선해 고용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서민 경기 안정을 위한 일시적 대책보다 경제의 성장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체감경기 회복의 근본 처방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약력 : 1960년생. 82년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98년 성균관대 경제학박사. 2003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현). 2007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전문위원(현). 한국경제학회 경제교육위원(현). 2010년 한국생산성학회 부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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