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유럽 재정 위기의 장기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등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6일 발표한 ‘경제 동향 보고서(그린북)’에서 최근 세계경제 상황에 대해 평가한 대목이다. 그동안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식으로 다소 모호하게 표현해 오던 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한 점이 눈에 띈다.
<YONHAP PHOTO-1246> 서해 긴장 "그래도 수출은 계속된다"

    (평택=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2일 오후 천안함 침몰로 서해상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인근 평택항에서는 기아자동차들이 수출을 위해 순조롭게 선적되고 있다. 2010.4.2

    drops@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geenang/2010-04-02 16:15:59/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서해 긴장 "그래도 수출은 계속된다" (평택=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2일 오후 천안함 침몰로 서해상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인근 평택항에서는 기아자동차들이 수출을 위해 순조롭게 선적되고 있다. 2010.4.2 drops@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geenang/2010-04-02 16:15:59/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경기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가 재차 침체에 빠지는 것을 뜻하는 ‘더블 딥(double dip)’에 대한 공포가 다시 밀려오고 있다. 더블 딥은 지난해 이맘때도 한동안 화제가 됐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급격히 침체됐던 세계경제가 지난해 1~2분기를 기점으로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이 같은 회복세가 반짝 상승에 그칠 것이냐, 아니면 장기 추세로 이어질 것이냐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렸던 것.

세계경제 회복세가 지난해 하반기에도 꾸준히 이어지면서 더블 딥을 둘러싼 논란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유럽의 재정 위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가 주춤하고 고도성장을 이어가던 중국 경제도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더블 딥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다.

정부는 주요국의 경기 둔화가 더블 딥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세계경제가 빠르게 회복된 때문에 올 들어 속도가 다소 느려진 것일 뿐 회복세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세계경제가 더블 딥에 빠질지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문제는 더블 딥까지 가지 않더라도 주요 국가의 경기 둔화는 한국 경제에 커다란 암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82.4%에 달할 정도로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세계경제 둔화 조짐이 한국의 무역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6월에는 수출 426억5000만 달러, 무역수지 흑자 74억7000만 달러로 수출과 무역 흑자 모두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반기로 놓고 봐도 수출은 2225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였다.

거시경제 정책서 국제 공조 ‘와해’

그러나 세계경제 침체가 수출 감소로 나타나기까지는 일정한 시차가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조선업처럼 수주에서 인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업종의 경우 지금 집계되는 수출 실적 중 일부는 이미 3년 전에 주문을 받아놓은 것일 수도 있다.

거시경제 정책에서 국제 공조가 와해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 위기를 딛고 지난 1년여 동안 회복세를 이어온 데는 국제 공조의 역할이 컸다.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한 각국 정부는 동시다발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쳐 세계경제를 나락에서 건져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각국의 거시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의 재정 긴축정책에 대해 경기 회복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지만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국가들은 이미 정한 긴축정책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발등의 불이 된 상황에서 재정에 부담을 주면서까지 경기 부양에 나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가운데 유럽마저 긴축정책을 취하면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중국이 민간 소비를 늘리면서 미국과 유럽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중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수출 지향적이라는 점에서 당장 중국이 세계의 소비 시장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24일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0%에서 5.8%로 올리면서 “특별한 돌출 변수가 없는 한 이뤄질 것이며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근거 없는 낙관을 국민들에게 제시하지 않는다”며 “대단히 공정하고 객관적이면서 어느 정도 보수적인 입장”에서 내놓은 전망치라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 보수적인 입장’이라는 설명으로 보건대 세계경제 회복세가 주춤해지더라도 금년 중 한국 경제는 5% 이상의 성장은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세운 시나리오 속에 그보다 더한 더블 딥이 일어나는 경우까지 포함돼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유승호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