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가볼만한 농촌체험마을 15선

올여름에는 아이들과 함께 농촌 마을로 떠나보자. 도시 생활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물고기 탐사에 땀을 흘려도 좋고, 풀피리를 함께 불며 아빠의 어릴 적 추억을 들려줘도 좋다. 농촌체험마을이 늘어나면서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졌다.

너른 들판이 싱그러운 농촌, 꼭꼭 숨겨둔 계곡이 있는 산촌, 바닷바람이 시원한 어촌 등 제각각 매력을 갖고 있다. 2004년부터 체험마을 지원 사업을 펴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와 함께 여행을 겸한 자연 학습과 전통문화 체험에 적합한 마을 15곳을 선정했다.

농촌체험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여름방학 시즌을 앞두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농촌체험마을 박람회(‘2010 농어촌 여름휴가 페스티벌’)에는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가기도 했다.

큰 비용부담 없이 푸른 자연 속을 마음껏 뛰어놀며 전통문화 체험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요즘 유행하는 친환경 콘셉트에도 딱 들어맞는다.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농촌체험마을은 수천 곳에 달한다. 실제 불리는 명칭은 지원·기관에 따라 제각각이다. 그중 ‘녹색농촌체험마을’은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지정한 마을로 가장 숫자가 많고 프로그램도 알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30여 개 녹색농촌체험마을 정보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용하는 웹사이트 ‘웰촌(www.welchon.com)’에서 얻을 수 있다.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일정 짜기
<YONHAP PHOTO-1116> 허수아비 너무 신기해요~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농촌체험을 나온 올리브트리 유치원 어린이들이 14일 오전 대전시 동구 직동의 농촌체험마을인 찬샘마을에 조성된 허수아비 길을 걷고 있다. 2009.9.14

    youngs@yna.co.kr/2009-09-14 13:58:04/
<저작권자 ⓒ 1980-200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허수아비 너무 신기해요~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농촌체험을 나온 올리브트리 유치원 어린이들이 14일 오전 대전시 동구 직동의 농촌체험마을인 찬샘마을에 조성된 허수아비 길을 걷고 있다. 2009.9.14 youngs@yna.co.kr/2009-09-14 13:58:04/ <저작권자 ⓒ 1980-200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농촌 체험을 알차게 즐기려면 꼼꼼한 준비가 필수다. 우선 농촌은 도시와 달리 불편한 점이 많게 마련이다. 대형 마트가 가까이 있어 언제든 먹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농촌 생활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미리 준비하면 편리한 것들도 있다. 아이들이 특별히 즐겨먹는 음식이 있다면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또한 여름철에는 벌레가 많기 때문에 모기약이나 곤충퇴치제가 필수다. 물놀이 등 안전사고에도 주의해야 한다. 올해부터 한국농어촌공사의 지원으로 224개 체험마을이 여행자 보험에 가입해 만의 하나 사고가 날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미리 보험 가입 여부를 문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름철에는 기상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체험 프로그램 운영이 유동적일 수 있다. 실제 계획한 프로그램이 가능한지도 확인해 보아야 한다.
<Digimax i6 PMP, Samsung #11 PMP>
일정은 1박2이나 2박3일 정도가 적당하다. 한국농어촌공사 도농교류센터 남장현 계장은 “농촌 체험과 주변 관광지를 묶어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2박3일의 경우 도착 첫날은 가족끼리 오붓하게 보내고 다음날 체험 프로그램과 주변 지역 관광, 마지막 날 돌아오는 것으로 스케줄을 짜면 무리가 없다.

농촌 체험의 매력 중 하나는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만 프로그램에 보내놓고 방관자가 돼서는 곤란하다. 아빠가 적극적으로 이야깃거리를 미리 준비해 직접 설명해 주면 아이들과 훨씬 친해질 수 있다.

어릴 때 농촌 생활 경험이 있다면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과 함께 풀피리를 만들어 불면 가족간의 유대감은 한층 탄탄해진다. 남 계장은 “아이들의 학교 교과과정에 나오는 농어촌 체험 단원 내용을 미리 알아보고 거기에 맞게 체험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경기도 평택 바람새마을은 논을 그대로 이용한 논 풀장과 피부에 좋은 고급 머드가 가득한 머드 풀장, 예로부터 아토피 예방 등 건강에 좋기로 유명한 황토 풀장을 체험할 수 있다. 평범한 수영장과는 차원이 다른 머드 풀장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미용에 관심이 많은 엄마와 누나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이 밖에 습지 맨손 물고기 잡기 체험, 유기농 쌀 생산에 이용된 논 왕우렁이 잡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 경기도 연천군 나룻배마을은 임진강 부근의 천혜의 자연관광지로 ‘임진강 생태체험’ 프로그램이 가장 유명하다. 임진강에서 다슬기 잡기, 갈대숲 사진 촬영, 조약돌 줍기, 참게 잡이 등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민통선(DMZ)의 농사 체험으로 감자 캐기와 철새 관찰은 물론 오리 우렁이 친환경 농법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나룻배마을의 전통 음식인 두부와 도토리묵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으며 주변 관광지인 허브 빌리지와 태풍전망대, 재인폭포 등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 경기도 이천 자채방아마을은 왕에게 진상했던 쌀인 자채벼를 경작해 온 곳으로, 자채벼를 가꾸며 부르던 ‘자채 방아’ 농요가 지금까지 전해진다. 옛날부터 사용해 오던 물레방아·연자방아·디딜방아 등의 다양한 방아 시설을 체험할 수 있고 장치기·정치기와 같은 전통놀이는 물론 미꾸라지 잡기와 원두막 숙박 체험까지 즐길 수 있어 온 가족이 함께하기에 좋은 곳이다. 또한 방앗간에서 직접 찧은 쌀로 맛있는 밥을 해 먹을 수 있다.

⊙ 강원도 화천 파로호 느릅마을은 태고의 자연경관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6·25전쟁 당시 승리를 불러온 화천 저수지가 파로호로 명명되면서 마을 이름도 바뀌었다.

향긋한 산 냄새를 맡으며 산나물을 채취하고 늦여름에는 도토리를 주워 도토리묵을 직접 쒀 먹을 수 있다. 전통 한옥 학교가 있어 한옥 집짓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 강원도 평창 어름치마을은 대한민국 최고의 청정 수계인 동강을 바라보는 마을로 체험 패키지를 통해 이 일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동강의 생태와 민물고기의 형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민물고기생태관이 있고 천연기념물 제260호인 백룡동굴 탐사 프로그램도 있다. 또한 4개의 코스별로 준비된 동강 래프팅 프로그램과 에스키모 보트를 개량한 카약으로 동강을 탈 수 있는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 강원 양양의 남애2리 어촌체험마을은 영화 ‘고래사냥’의 촬영지로 유명한 남애항이 자리한 곳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바닷가에서 자녀들과 스킨스쿠버, 스노클링 프로그램을 통해 신비로운 바다 체험을 할 수 있으며 게 잡기와 맨손 물고기 잡기, 후릿그물낚시 체험도 할 수 있다. 창경바리·통발 같은 도시민들에겐 낯선 어촌 생활과 수산물 경매장의 생생한 현장도 체험할 수 있다.

⊙ 충북 옥천의 예곡마을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폐교된 작은 학교가 체험 활동의 중심지다. 친환경 문화예술 교육(천연 염색, 한지 공예, 전통 예절 교육, 주말 자연 미술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천연 염색 제품과 비누, 참옻 제품도 직접 생산하고 있다. 또한 지역 문화예술 전시 공간을 마련해 지역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문화 캠프를 운영한다.

⊙ 충남 부여 기와마을은 전통 가옥인 기와집이 즐비한 마을이다. 123년간 백제의 수도였던 역사 깊은 도시답게 전통의 멋과 맛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 기와를 구웠던 오얏골의 기와로 탁본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또한 과거 상류계층 젊은이들의 실내 놀이인 ‘승경도 놀이’도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 기와집 한옥 생활 체험과 황포돗배 타기, 백제떡 만들기, 추억의 옛날 도시락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준비돼 있다.
[Special Report] 아이들과 함께 ‘추억 속으로’…자연에서 지혜 배우다
⊙ 충남 영동 금강모치마을은 찹쌀떡(모치)과 깊은 연관이 있는 마을이다. 비봉산과 갈기산의 품 안에서 생산되는 금강포도와 명절 때면 어김없이 마을 주민들이 모여 직접 만들어 먹는 찹쌀떡의 맛이 일품이다.

포도로 만들 수 있는 요리 체험과 닭서리, 짝을 지어 탈 수 있는 ‘굴우마타기’, 짚풀 공예와 포도·블루베리 따기 등도 준비돼 있다. 특히 마을 산책을 하면서 성황당에서 소원 비는 색다른 경험은 도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 전북 진안 오암마을은 ‘친환경 마을’이 기본 콘셉트다. 지난 2000년부터 친환경 농업을 활성화한 곳이다. 우렁이 농법을 이용해 친환경 벼를 재배하고 있다. 7월에는 여름 들꽃 체험과 감자 구워 먹기, 그리고 갈댓잎 배를 만들어 띄우는 물놀이 체험을 할 수 있다. 8월에는 다슬기 잡기와 옥수수·감자·고구마 키우기가 흥미롭다.

⊙ 전남 영광 용암골 농촌체험마을은 도 지정문화재인 연흥사의 삼림욕과 생태공원 탐방이 인기가 있다. 1년 365일 허수아비 만들기와 손수건에 직접 천연 염색을 들이는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여름에는 원두막에서 참외와 옥수수, 오디를 맛볼 수 있다.

숲속에 만든 수영장에서는 풀벌레 소리와 계곡 물 소리를 들으며 물놀이를 할 수 있으며 ‘흔들흔들 나무다리 걷기’, ‘물놀이 폭포’ 등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영광 특산물인 모시 잎을 따서 모시 잎 송편을 만들어 먹고 고구마도 직접 캐서 먹을 수 있다.

⊙ 전남 진도 죽림어촌체험마을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필두로 한 아름다운 해안 경관과 광활한 갯벌을 자랑하는 곳이다. 천혜의 조건을 갖춘 바다 낚시터와 웰빙 등산로를 보유하고 있어 어촌 체험의 보고로 불린다.

개막이와 바다낚시는 물론 웰빙 등산 체험까지 가능하고 갯벌 체험에서는 조개도 직접 캘 수 있다. 남도의 청정 해역에서 해수욕을 함께 즐길 수도 있어 가족 여름휴가지로 적합하다.

⊙ 경남 남해군 다랭이마을은 설흘산이 바다로 내리지르는 45도 경사의 비탈에 석축을 쌓아 108층이 넘는 계단식 논을 일구어 놓은 곳이다.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룬 계단식 다랑이 논은 하나의 예술품과도 같다.

다랭이마을은 마을 인구의 90% 이상이 조상 대대로 살아오는 토박이들이어서 네 집 내 집이 따로 없고 식사 시간에 앉은 곳이 바로 밥 먹는 곳이 되는 전통이 살아있는 곳이다. 지게길 체험, 손그물 낚시, 뗏목타기 등이 준비돼 있다.

⊙ 경북 고령군 개실마을은 조선 중엽 영남사림학파의 종조인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며 사는 역사 깊은 마을이다.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골’이란 지명답게 봄이면 매화와 목련이 지천으로 핀다.

채소와 버섯·고추·오이 등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벤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선 김씨 종가에 전승되는 한과·안주 등 전통 음식과 예절·한문·서예·관혼상제 등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 경남 산청군 보명다원은 지리산 자락의 아름다운 산청호반에 자리 잡은 9만9150㎡(3만여 평) 규모의 체험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보명다원은 3대에 걸쳐 전통 녹차를 재배·가공·생산하고 있는 농촌 교육장이다.

차에 대한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며 살아있는 지식을 배울 수 있다. 녹차 만들기, 예절 교육, 산나물 채취, 물놀이, 토종꿀 맛보기, 다원 산책, 삼림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