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뉴 디스커버리4(3.0TDV6)

랜드로버(Land Rover)사의 디스커버리4(3.0TDV6)는 겉으로 볼 때의 첫인상과 직접 타 봤을 때의 느낌이 극과 극이다. 웬만한 성인 키를 넘는 1888mm의 전고에 버스처럼 각진 디자인 때문에 화물차처럼 느껴져 여간해서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예전 한국의 초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무쏘(쌍용자동차)와 갤로퍼(현대자동차)의 억세고 거친 느낌이 연상된다.

그러나 막상 타 보고, 몰아보자 그런 선입견은 싹 사라졌다. 디젤엔진임에도 불구하고 가솔린엔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조용하고 진동이 없다. 그러면서도 강력한 ‘토크발’로 거구의 덩치를 순식간에 밀고 나간다.

제로백(0→100km/h 가속 성능)은 9.6초. 서스펜션은 한국산 고급 세단이 무색할 정도로 푹신하다 못해 물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랜드로버와 형제 기업인 재규어가 만든 스포츠형 세단 ‘XF 3.0 디젤’이 보여준 강력한 파워와 부드러움의 극치를 SUV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가솔린엔진만큼 조용한 디젤엔진
Water Rig Test 009
Water Rig Test 009
한국에서 필요한 이동 수단의 조건은 무엇일까. 지난 1월 4일 폭설 대란을 생각하면 사륜구동이 있어야 전천후 이동이 가능할 것이다. 또 4~5인 가족들이 이동하려면 실내 공간과 짐칸이 넉넉해야 하고 명절에 대규모 이동 시 7인승으로 자리가 확장되는 보너스 기능도 있으면 좋을 것이다.

또 석유 가격이 비싼 한국의 특성상 연비가 좋아야 하고, 그렇다고 해서 정숙성과 안락함을 포기할 수도 없다. 오디오 성능이 뛰어나 달리는 즐거움을 배가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디스커버리4는 이런 조건을 고루 만족시킨다.

다만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에 주차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폭이 2022mm로 2m가 넘기 때문에 오래된 아파트나 주택가에서는 민폐를 끼치기 십상이다.

또 한국에서 오프로드를 달릴 일이 거의 없어졌다는 점도 ‘오프로더’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주말에 수도권 근교 산속의 펜션으로 가는 길이나 휴가철 서해안 해수욕장 진입로의 비포장길을 갈 일이 있다면 이만큼 유용한 차도 없다.

시승을 위해 일부러 바위들이 촘촘히 나 있는 바닷가 암석 지대를 지나가 봤다. 타이어가 펑크 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뾰족한 돌덩이 지대를 지나면서도 차가 튀지 않고 시종일관 부드러운 승차감을 유지하는 것이 놀라웠다.

랜드로버의 오프로더에 공통으로 적용된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은 바위·모래·진흙 등의 포지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바위 모드’에서는 시속 5km 이하의 속력에서 1단 또는 후진 기어에 있을 때 낮은 수준의 브레이크 압력을 가해 롤(roll)하는 경향과 트랙션 컨트롤의 개입을 줄여 승차감을 높이는 식이다.

버스처럼 네모난 박스카 형태의 이점은 실내 공간의 넉넉함이다. 최근 자동차들은 앞에서 볼 때 유리창 부분이 잘록한 허리처럼 위로 갈수록 가늘어지고(사다리꼴), 차량 하부는 튼실한 엉덩이처럼 튀어나온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럴 경우 탑승자의 머리와 유리창 사이의 거리가 굉장히 가까워 기지개를 펼 공간도 없고, 특히 측면 충돌 때 위험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4는 마치 버스를 탄 듯 상체 공간의 넉넉함을 준다. 또 후면이 수직으로 서 있어 3열 시트를 펼쳐도 넉넉한 공간이 나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박스카 형태의 단점은 공기저항을 많이 받아 고속 주행의 안정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속 90km에서 바람소리(풍절음)가 들리기 시작하고 시속 140km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2000년 나온 국산 고급 세단보다 훨씬 나은 수준이다. 그만큼 심미적인 요소 외에 기능적인 디자인이 많이 개선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랜드로버 뉴 디스커버리4(3.0TDV6) 제원

승차 인원 7인승 | 전장×전폭×전고 4838×2022×1888mm | 공차 중량 2665kg | 엔진 V6 터보디젤 | 배기량 2993cc | 최대 출력 245/ 4000(bph/ rpm) | 최대 토크 61.2/ 2000(kg·m/rpm) | 변속기 자동 6단+커맨드 시프트 | 타이어 규격 255/ 55R19 | 표준 연비 9.3km/l | 가격 8990만 원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