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보 다카시 다이아몬드컨설팅 회장

[Special Interview]  “이젠 한국에서도 대형 사파리파크 필요”
오쿠보 다카시(大久保 孝) 다이아몬드컨설팅 회장은 지난 25년간 한국 유통업계에 몸담으며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신세계백화점 상무이사, 삼성물산 유통부문 사장 등을 거치며 일본 유통업을 롤모델로 삼던 국내 유통 기업에 백화점 및 마트 개발의 노하우를 전수해 왔다.

하지만 25년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오쿠보 회장의 일본 고이즈미그룹 재직 시절을 살펴보면 독특한 경력이 있다. 바로 일본 내에서 사파리 개발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실무 경험이다.

그는 오이타 현 벳푸의 ‘아프리칸사파리’와 시즈오카 현 ‘후지사파리파크’ 2곳을 성공적으로 설립한 바 있다.

오쿠보 회장은 은퇴를 앞두고 한국에서 마지막 사업으로 ‘인간이 우리에 들어간다’는 발상의 ‘자연동물공원’을 대규모로 조성할 꿈을 안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사무실에서 만난 오쿠보 회장은 “이제 한국은 레저산업이 발전하는 시대”라며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갖고 있는 대형 사파리 파크가 이제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유통업계에서 여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제가 25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어떻게 보면 한국의 유통업은 아직 산업이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어마어마한 산업이 돼 백화점과 마트 등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만큼 한국 경제도 성장했다는 의미지요.

1980년대 초 신세계백화점 본점장으로 재직할 때 ‘이제는 체인 마트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간부회의에서 주장했었는데 이제 이마트는 중국에까지 진출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작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유통산업을 바라볼 때 조금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가 점점 백화점처럼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고 너무 많은 상품을 취급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브랜드 상품은 백화점의 영역에 두고 대형 할인 마트는 일상생활·가정용품만을 중심으로 더욱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할인 마트에 영화관·문화센터 등이 들어서고 제품 가격도 점점 오르고 있습니다.

고객 서비스도 좋지만 결국 전부 비용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할인 마트의 본질로 돌아가 어떻게 싼 가격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의 물류비용은 일본의 2배 정도로 비싼데 이를 어떻게 개선해 소비자에게 더 싼 가격을 제안할 수 있을지 궁리해야 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유통업은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일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현재 한국 유통업은 ‘경합(競合)’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은 한국이 경제성장 중이기 때문에 괜찮지만 언젠가 성장이 한계에 부닥칠 때가 올 겁니다. 일본과 미국은 현재 ‘완전 경쟁(完全競爭)’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이기는 기업이 상대방을 잡아먹은 ‘통합(統合)’의 단계까지 들어섰습니다. 세이부백화점이 소고백화점을 통폐합한 것이 그 예입니다. 한국의 경우 아직은 백화점과 마트가 노력한다면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국의 마트들은 ‘이대로 좋은가’ 반성을 통해 유통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이후 경쟁력을 잃고 강자에게 흡수될 것입니다.

다이아몬드컨설팅은 어떤 기업인가요.

역시 유통업과 관련해 한국의 백화점·마트 등에 어드바이스를 해 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제 백화점·마트의 시대를 넘어 쇼핑몰의 시대가 왔다고 봅니다. 그래서 최근 쇼핑몰을 개발할 때 시장조사·콘셉트·주요동선·시스템·환경 등을 컨설팅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전국적으로 약 3000개의 쇼핑몰이 있습니다. 아직 한국에는 롯데월드와 같은 대규모 쇼핑몰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롯데월드와 같은 초대형 쇼핑몰은 세계 쇼핑몰의 10% 정도도 안 됩니다.

나머지 80%는 중간 규모의 커뮤니티형 쇼핑몰이죠. 앞으로 등장할 쇼핑몰은 기존 ‘상가’형처럼 지역 밀착형 쇼핑몰이 돼야 하며 하루빨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국의 개발 회사들에 조언하고 있습니다.

사파리 파크를 한국에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랜 기간 유통업에 종사해 왔지만 레저에도 관여해 왔습니다.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고 5년 후면 일본에 돌아갈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가까운 한국인 친구가 어느 날 “한국에도 이제 사파리 파크가 필요할 때가 됐다. 같이 해 보면 어때?”라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제가 왜 사파리 파크 개발에 관여할 수 있는지 설명하자면, 제가 일본에서 일했던 고이즈미그룹에서 본부의 책임자로 일본의 오이타 현 벳푸의 ‘아프리칸사파리’와 시즈오카 현 ‘후지사파리파크’를 개발한 바 있습니다.

참고로 고이즈미그룹은 유통·외식·레저 부문 전문 기업으로 삼성의 신라호텔이나 에버랜드 내의 사파리 개발 등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고이즈미그룹의 여러 가지 사업 중 주요 영역인 골프장·호텔·레스토랑 등은 한계에 부닥쳤습니다. 하지만 40년 전 개발한 사파리 파크는 아직도 성업 중입니다. 그것을 저는 알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한국에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상하는 사파리 파크는 어떤 모습입니까.

현재 한국에는 에버랜드라는 테마파크의 일부분으로 사파리가 있습니다. 매우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습니다. 제가 말하는 사파리 파크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65만~100만㎡, 즉 에버랜드 사파리의 20~30배 규모에서 자가용을 갖고 들어가 1시간 반 정도 코스를 돌면서 동물과 자연, 그리고 스릴을 마음껏 느끼는 것입니다.

이런 사파리는 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중국·대만도 있는데 왜 한국에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에는 사파리 파크가 9개나 있습니다. 9곳 모두 실적이 좋습니다.

사업성이 있을까요.

고이즈미그룹이 개발한 사파리 파크가 40년 가까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유를 조사해 보면 사업성은 높습니다. 의외로 운영비용이 적어 효율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동물들의 사료 값이 얼마 정도 들 것 같습니까.

일본 사파리의 연구 결과 한 해에 5억 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기업 간부 한 명의 연봉 수준이죠. 그리고 동물들이 새끼를 낳기 때문에 자산은 계속 늘어납니다.

특히 이 부분이 인간 감성의 근본에 호소하는 교육·문화 사업으로서 매우 매력적입니다. 새끼가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고 이름을 지어주곤 하는 것이 큰 이슈가 되고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뿐만 아니라 모든 계층이 타깃이 됩니다. 그리고 눈이 많이 와 운전을 할 수 없을 때만 빼놓고 연간 운영되며 야간 사파리도 인기가 높습니다.

2008년께부터 신성장 동력을 찾는 중견그룹 2곳이 이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같이 사업을 추진했었지만 최근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아 아쉽지만 포기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이 사업에 투자할 기업을 찾고 있습니다.

사업비는 토지·동물 구입비와 시공 비용을 포함해 약 9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군마사파리와 협업 관계가 이미 논의돼 있어 안전 문제나 동물 관리 노하우는 전수받을 수 있습니다. 자연을 빌리는 사파리 사업은 충분히 사업성이 있으며 유일하고 독특한 비즈니스입니다.


[Special Interview]  “이젠 한국에서도 대형 사파리파크 필요”
약력 :
1939년생. 일본 고쿠가쿠인대 정경학부 졸업. 62년 고이즈미그룹 유통부문 입사. 82년 고이즈미그룹 본사 영업기획부장 겸 홍보부장. 85년 삼성그룹 신세계백화점 본점장 및 이사본부장. 91년 대구백화점 경영고문 개발본부장. 94년 다이아몬드컨설팅 설립. 96년 삼성물산(주) 유통부문 사장. 98년 다이아몬드컨설팅 대표이사 회장(현).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