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금융 위기 이후 2009년 상승세를 보였던 글로벌 자산시장이 2010년 들어 상승에 대한 확인을 받는 국면이 전개됐다. 즉, 펀더멘털이 회복되고 있는지, 유동성은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확인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 때문에 모든 자산 가격이 상승하던 시기에서 차별적 상승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하반기 펀드 시장은 지금이 리모델링 시점이며 기존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할 때인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주식형 펀드를 긍정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유럽 국가 디폴트 우려가 해소되고 △중국 부동산 경기가 연착륙하고 △미국 고용이 지속적으로 회복되는 그림이 나와야 한다. 세 가지 조건 중 심각하게 훼손된 조건은 아직 없지만 그렇다고 긍정적 확신을 줄 만한 조건도 아직은 없다.

유럽은 재정 부담으로 공격적 재정지출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중국은 부동산 과열 억제를 위해 다양한 긴축 수단을 도입하고 있으며 미국은 고용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그러나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첫째, 유럽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채무 불이행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시장이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려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든, 다른 국가의 차관이든,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이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돈의 힘을 빌려 어떻게든 디폴트는 막을 수밖에 없다.

둘째,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이미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지준율 인상과 부동산 긴축정책이 이를 방증한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시작했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고용이 다시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쉽게 해소되지 않겠지만, 원래 미국 고용지표가 월별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1~2개월 수치로 그 추세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2010년 4분기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소형주에 눈길 줘야
[2010 하반기 한국 경제 대전망] 국내 증시 ‘저평가’…해외 비중 ‘축소’
이 시점에서 한국 시장만의 매력도 부각될 수 있다.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고 △정보기술(IT)·자동차 등 경기 소비재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낮은 수준의 금리로 주식시장 유동자금이 풍부한 상황이다. △특히 밸류에이션 매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재 예상 주가수익률(PER)은 8.6배로 2005년 이후 절대 저평가 영역에 진입한 상황이다. 하반기로 진입할수록 실적에 대한 기대와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속도 조절 구간을 국내 주식형 펀드의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는 물론 기존 대형주 위주의 펀드를 기본으로 하는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중소형주 펀드의 투자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2010년 하반기에는 과거 중소형주가 초과 수익을 보였던 시기의 시장 상황과 비교해 볼 때 중소형주의 초과 수익이 기대되는데 △유동성 재유입에 따른 수급 개선 효과 △주식시장의 매력도 상승 및 양호한 매크로 상황 △중소형주의 밸류에이션 재평가 때문이다.

2005년, 2007년 종목장 시기의 주도 업종을 살펴보면 두 시기 모두 강세를 보였던 업종은 기계·운수장비·건설·보험·증권 등이다. 2010년 하반기 종목장 시현 시 예상 주도 업종은 IT, 설비 투자 관련주와 과거 종목장 시기에 돋보였던 기계 업종에서 교집합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맞는 중소형주 펀드에 투자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의 비중은 소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 환율이다. 글로벌 금융 시스템 불안정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상당히 높고 해외 주식형펀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머징마켓의 위험도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둘째, 해외 주식형 펀드의 비과세 혜택 종료다. 2010년을 끝으로 기가입한 해외 펀드의 비과세 혜택마저 일몰될 전망이므로 같은 수익률을 기록하더라도 해외 주식형 펀드가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이익금의 15.4%를 손해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09년 하반기부터 해외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라고 판단된다.

안정균 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