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성 혁명’ 불러온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

성(性)의 역사는 태초에 인간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고 할 만큼 장구하다. 그러나 성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채 100년도 되지 않는다.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학문 분야의 명칭조차 존재하지 않았고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대부분이었다.

유구한 성의 역사 속에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20세기부터라고 할 수 있다. 산업화에 따른 도시화 및 정보·통신·교통수단의 발전, 사회 전반적인 문화의 변화, 그리고 의술의 발달 등은 성 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피임약 개발로 여성 권위 신장
[Medicine] ‘먹는 치료제’… 조루증 치료 ‘새 해법’
이를 통해 성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성과 관련된 논의와 특히 그에 대한 의학적인 접근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발기부전에서부터 시작된 성 기능장애에 대한 의학적 접근에 대한 요구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며, 최근에는 최초의 경구용 조루 치료제까지 개발돼 제3의 성 혁명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첫 번째 성 혁명은 과학의 발달로 이뤄진 피임약의 개발에서부터 출발했다. 전통적으로 성 관계에 있어 주도권은 남성에게 있었고 남성 중심적으로 이루어졌다.

여성은 성관계에서 남성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여성의 성적 욕망 표출은 금기시됐다.

특히 종전의 섹스는 종족 보존이라는 생리적인 의미가 강했기 때문에 여성은 항상 원하지 않는 임신에 노출돼 제대로 성을 즐길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다.

성에서 여성의 권리를 찾으려는 노력과 투쟁은 1900년대 초부터 끊임없이 이뤄졌다. 1914년 간호사였던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를 시작으로 피임법의 보급과 산아 제한 운동을 펼쳐 나갔고 마침내 1960년 5월 9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에노비스 10’이라는 약을 승인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20세기 위대한 발명 중의 하나라는 경구용 피임약이다. 이때부터 여성은 임신과 출산이라는 짐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자유롭게 성생활에 임할 수 있게 됐으며 성관계가 생식의 차원을 넘어 남녀 간 성에 관계없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즐기는 수단이 되었다.

경구용 피임약의 개발로 초래된 제1의 성 혁명은 여성의 성적 권위가 신장됐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러한 여성의 지위 상승으로 섹스의 중심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옮겨가게 됐다. 특히 여성들이 성에 대해 자유롭게 드러내놓고 얘기하고 먼저 적극적으로 성을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으며 오히려 여성이 성생활의 주체가 되는 것이 가능해졌다.

파란 알약의 비아그라는 전 세계적으로 제2의 성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화제를 몰고 왔다. 강하고 힘찬 섹스를 원하는 모든 남성들에게 비아그라는 멋진 섹스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었고 남성의 성 능력 상실의 공포에서 해방시켰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공로는 비아그라 때문에 성이 더욱 더 활발하게 공론화됐다는 점이다. 사실 비아그라가 나오기 전 발기부전은 성과 관련된 대부분의 주제와 함께 은밀한 곳에서 음담패설로나 이야기되는 화제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을 비롯한 여러 성 기능장애 및 관련 주제를 음지에서 양지로 당당하게 걸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성에 대한 담론들을 확대, 양산될 수 있도록 만든 주인공이다.

특히 이러한 발기부전 치료제들이 배우자의 입장에서 성 관계 및 만족도를 중요시하기 시작하면서 여성과 남성 사이에, 그리고 여성과 남성의 성 관점에 따른 논의가 활발해졌다.

또한 기존에 그저 남성들에게 성 능력의 문제, 노화로 인해 생기는 당연한 현상 등으로 치부되던 발기부전을 의학적 관점에서 접근, 이제는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규정하도록 만들었다.

최근에는 비아그라 이후 남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화두가 던져졌다. 바로 먹는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Priligy)의 등장이다.

1990년대 이후 의학적 접근 이뤄져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조루증은 신경과나 정신과적인 요소와 연결해 생각했었고, 그 후에도 행동 학습의 문제 때문이거나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빨리 사정하는 것이 버릇이 되는 것 등을 주원인으로 보았다.

특히 ‘조루=정력 부족’과 같은 근거 없는 인식 때문에 정력제로 소문이 난 혐오 식품 섭취, 혹은 칫솔 등 거친 물건으로 귀두 문지르기, 음주 후 성관계하기 등 잘못된 속설에 의존해 조루증 치료를 시도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해 조루증 환자의 가슴앓이가 계속됐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중추 내 신경전달물질이 조루증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기질적인 원인에 대한 의학적 접근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연구의 성과로 드디어 최초의 ‘먹는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가 출시되면서 숨기고 부끄러운 증상으로 치부되던 조루증에 대한 논의 및 해법 제시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조루증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됐던 다른 치료법이 모두 성기의 말초신경 감각을 무디게 해 사정 시간을 지연하려고 했던 것과 달리 프릴리지는 중추신경계에서 남성의 사정 현상을 담당하는 사정 중추 내의 ‘세로토닌’이라는 특정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켜 사정 시간을 지연시키고 사정 조절 능력 또한 향상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사실 조루증은 발기부전보다 증상을 겪고 있는 환자도 많고 그것이 남성과 여성 둘의 관계, 그리고 삶에 미치는 영향이 발기부전보다 더욱 심각한 가장 대표적인 남성 성 기능장애다.

특히 조루증은 단순히 ‘섹스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관점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남녀가 얼마나 만족했느냐’는 입장에서 볼 때 심각성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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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국얀센 프릴리지 담당 PM(Product Manager) 황예빈 주임

“조루증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

[Medicine] ‘먹는 치료제’… 조루증 치료 ‘새 해법’
조루증은 무엇인가.


조루증은 발기 후 사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고 사정 조절이 되지 않으며,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뜻한다. 주로 중추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며 연령과 관계없이 20대부터 60대까지 30% 정도로 일정한 유병률을 보인다.

조루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조루증은 일시적인 증상이 아니라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삶의 질을 매우 저하시키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조루증을 인지했을 때 수치심을 느끼고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당당하게 전문의와 상담하고 치료해야 한다.

프릴리지의 장점은.

프릴리지는 성행위 시작 1~3시간 전에만 복용하면 되고 첫 번째 투여부터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약효에 있어서도 프릴리지는 사정 시간을 평균 4배 연장시키며 사정 능력이 거의 없는 남성에게 사정 조절 능력을 62%까지 높여 주고 본인과 파트너의 성 만족도를 각각 83%, 79%까지 증가시킨다.

현재 프릴리지 시장 반응과 향후 계획은.

프릴리지는 발매 두 달 만인 2009년 연말까지 45억 원어치 정도가 출하됐을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다. 또 평소 비뇨기과를 잘 찾지 않는 20~30대 젊은 남성 환자들이 프릴리지 출시 후 프릴리지를 처방 받기 위해 비뇨기과를 많이 방문하는 등 비뇨기과를 찾는 습관 또한 변화시켰다.

앞으로도 좀더 많은 조루증 환자들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비뇨기과를 방문하고 부끄럼 때문에 증상을 얘기하지 못하고 병원을 나오는 환자들이 없도록 조루증에 대한 홍보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