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와 스마트폰

Tim Allen, left, and Tom Hanks arrive at the world premiere of Toy Story 3 on Sunday June 13, 2010 at The El Capitan Theater in Los Angeles. (AP Photo/Katy Winn)
Tim Allen, left, and Tom Hanks arrive at the world premiere of Toy Story 3 on Sunday June 13, 2010 at The El Capitan Theater in Los Angeles. (AP Photo/Katy Winn)
미국에서 ‘토이스토리 3’가 지난 6월 18일(현지 시간) 개봉했다. ‘토이스토리 2’가 1999년에 나왔으니까 무려 12년 만이다.

10여 년이 넘은 어린이 영화의 후속편이 나온다는 사실은 참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카우보이 ‘우디’와 우주전사 ‘버즈 라이트이어’, 여자 카우보이 ‘제시’ 등 등장인물도 똑같다.

표정·의상·동작 등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장난감은 그대로지만 이들의 주인인 앤디가 열일곱 살이 돼 대학에 입학하는 것으로 시간의 경과만 그대로 담아냈다.

인터넷으로 지도 검색을 하는 내용이 최근에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할 뿐 영화는 12년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감동은 신선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그저 영화 한 편 보여줄 생각으로 극장을 찾았다가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에 한마디로 한방 맞은 듯했다. 상쾌한 충격이었다.

영화가 끝나자 뒷좌석에 앉은 한 미국 애가 큰소리로 “엄마, 대단한 스토리야(Mom, this is a great story)”라고 외쳤다. 박수도 터져 나왔다.

심지어 어른들은 앤디와 우디의 이별 장면을 보고 눈물까지 흘렸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동심과 감수성까지 뒤흔드는 ‘명작’이었다.

미국에 머무르면서 크게 다가왔던 것 중 하나가 문화 상품에 대한 미국인들의 고루할 정도로 변하지 않는 애정이었다. TV에서는 지금도 1977년에 나온 ‘스타워즈’나 ‘조스(1978년)’, ‘사운드오브뮤직(1965년)’을 방송한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이런 영화를 다 알고 있다. 학교에서는 지금도 ‘토이스토리 1, 2’나 ‘폴라익스프레스(2004년)’를 쉬는 시간에 틀어준다.

영화뿐만 아니라 노래도 마찬가지다. 라디오나 TV에는 귀에 익은 오래된 노래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연예 기획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돌’에 익숙해진 국내 문화와 달리 20∼30년 된 가수들의 위상은 여전하다.

미국 문화의 저력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애정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번 만들면 수십 년간 사랑을 받으니 정성을 들여 문화 상품을 제작하게 되지 않을까.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 활발하게 활용

문화 상품에 대한 애정의 변화는 느린 반면 빨라야 할 부분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지난해 초 미국에 도착해 가장 놀랐던 것은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휴대전화였다. 얇은 지갑처럼 생긴 ‘스마트폰’을 너나할 것 없이 들고 다녔다. 또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한국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필자는 프로골프 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2000년대 초·중반에 미국을 수차례 다녀갔다. 그때만 해도 인터넷이 잘 안 돼 애를 태웠던 기억이 지금도 뚜렷하다. ‘한국만큼 인터넷이 빠른 곳이 없다’는 생각을 실감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불과 10년도 안 돼 상황이 180도 달라져 있었다.

한국에서 신속하게 발전해야 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문화가 수년간 정체한 반면 미국은 초고속으로 성장했다. 이런 모습은 기업의 경쟁력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미국 휴대전화 시장 판매 경쟁에서 수위를 달리던 삼성과 LG는 애플의 아이폰에 밀려 장난감으로 전락해 버린 듯하다.

‘아이폰 4G’를 발표하던 날 삼성이 의욕적으로 ‘갤럭시S’를 공개했지만 미국 언론에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애플의 경쟁 상대로 의식조차 안 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를 몰고 온 ‘겨울연가(2002년 방영)’나 ‘대장금(2003∼2004년 방영)’ 등은 채 10년도 안 돼 국내에서 잊혀 버렸다. 우리는 이런 문화 상품이 해외에서 사랑받는 것에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이런 작품들을 오랫동안 사랑하지 못한다.

1∼2년만 지나도 구식이라는 식으로 치부해 버린다. 이러한 우리의 태도는 ‘토이스토리 3’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화 상품 개발을 저해한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짧은 만큼 단기간에 반짝하는 상품 개발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다.

그토록 ‘빠름’에 집착하면서도 정작 새로움과 변화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현실에 안주하고 미래를 외면해 버린다. 문화 상품은 ‘뚝배기’에 담고 첨단 제품은 ‘냄비’에 넣어 끓여야 하지 않을까.

마이애미(미 플로리다 주)= 한은구 한국경제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